경북북부방언의 음운과 문법 - 서보월
1. 서론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그 모습은 분열과 통일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언어가 통일되는 결과가 표준어라면 분열 작용의 결과는 방언이다. 표준어가 인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방언은 자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방언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는 지역방언과 사회 계층, 집단에 따라 차이가 나는 사회방언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방언은 대부분 지역방언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사회방언으로 나타나는 것은 많지 않다.
지역방언이 형성될 때는 자연적인 여건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문명이 덜 발달한 과거로 올라갈수록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역사적·지리적 조건이 지역방언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로 산이나 감 호수 등의 지리적 환경이 방언에 영향을 크게 미쳐 방언의 전파를 단절시키거나 소통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회방언은 사회적 요인 즉 사회계층, 세대, 성, 인종 등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 국어에서 사회방언은 대체로 지역방언에 비해 드물게 나타난다. 경북 북부 지역에서 발견되는 양반계층과 서민계층 사이의 방언차가 사회 방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방언은 사회적 현실과 그 환경조건을 반영하는데 예로 농촌사회에선 농업에 관련된 방언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어촌사회에선 어업에 관한 방언이 발달되어 있는 모습이 그것이다.
방언은 역사의 진전에 따라 생성(生成)·사멸(死滅)의 길을 걷는다. 이 과정으로 방언구획(방언권)이 형성되어 각 방언권은 저마다의 색다른 구조와 형태를 가지게 된다. 방언구획은 그 자체의 독자적인 기준 설정과 방언의 구체적 자료의 검토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현재 일반적으로 일컬어지는 우리 국어에 대한 방언권 구분에서 가장 상위 명칭은 도를 경계로 하여 강원도방언, 경기도방언, 경상도방언, 충청도방언, 전라도방언, 제주도방언, 함경도방언, 평안도방언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전체 지역을 동서남북으로 구분하여 중부방언, 동남방언, 서남밤언, 서북방언, 동북방언 등으로 일컫기도 한다. 이 가운데에서 경북지역의 방언은 기본적으로 어법 면에서의 두드러진 특성을 기준으로 대구·경주 중심의 방언권, 상주·선산(구미) 중심의 방언권, 안동방언권 등 3개의 핵방언권으로 나뉜다.
경북 북부 지역어의 특징을 살피는 것은 상위 방언의 차이의 정도를 추출하고 그 정도에 따른 상위 방언군의 구분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위/하위 방언군의 구분은 서로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 경북지역 방언권에서 안동을 주축으로 하는 경북 북부지역의 방언이 그 독특한 면을 가진 지역어로 존재하므로 경북 북부지역이 가지는 일반성과 특수성을 연구함은 현대국어 전체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며 지역 방언이 가진 보수성·전통성의 검토는 국어의 역사적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언어는 인간이 활동하는 데 없어선 안 될 기본 매개체로 존재하므로 지역 방언의 연구가 선행되어야 그 지역의 면모를 올바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언어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음운·문법 체계에서 나타나는 경북 북부 지역어의 특성을 개략적으로 밝히는 것이 이 글의 중심 내용이다.
본문 발췌
가꿓다 - 가꾸다. 채소를 가꿓다.
가느다라다 - 가늘다. 손가락이 가느다라다.
가느리하다 - 가느다랗다. 머리카락이 가느리한 기 디기 곱네.
가는거름 - 풀이나 겨, 재, 그을음 따위에 인분을 썩힌 데다 흙을 섞은 부드러운 거름. 가는거름 내다 뿌리라. 올개는 밭에 가는거름을 마이 뿌려 놨으이 농사가 잘 될기래.
가늠베 - 가르마. 가늠베를 탔디만 자꾸 삐뚤어지네. 가늠베 타가 곱기 빗어 비녀 찌르지. / 가름배. 가름패. 가름마. 가리마.
가대기가대기 - 가닥가닥. 머리를 가대기가대기 잘 땄네. 새끼줄을 가대기가대기 잘 꽜다.
가둫다 - 가두다. 닭장에 닭을 가둫고 왔다.
가람치다 - 메주로 간장을 담근 후 소금을 더 첨가하다. 장이 싱거우먼 가람을 더 치먼 되니더.
가래풀 - 길쌈을 할 때 먹이는 풀. 길쌈 할 때 가래풀로 쏘가 미겨야 돼.
가랫장 - 가랫밥. 가랫장에 흙을 쪼매씩 해야 낭주에 힘이 덜든대이.
가렛비 - 갈빗대. 기침을 마이하이 가렛비가 아프니더. 가렛비가 뿌라졌다. / 갈비뻬. 갈비삐.
가로 - 매우. 야야, 가로 늦게 어델 그래 싸댕기다 오노. / 디게. 디기. 마이. 억시기.
가루술 - 휴대하기 위해 담근 가양주. 옛날에사 밖에서 먹는 술도 집에서 가루술로 담가가 갖고 다닜지러.
가뤃다 - 가리다. 눈부시니 햇빛을 가뤃고 있어라.
가르메기 - 가르마. 여자아들이사 가르메기를 타가 양쪽으로 머리를 땋아 내맀지러. / 가리매. 가름배.
가름베 - 가르마. 가름베를 삐딱하게 타노.
가리덮다 - 뒤덮다.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덮은 기 보이 비가 곧 쏟아질기래. 눈이 내리디만 온 데 가리덮어 하얗다.
가리떡술 - 백설기에 누룩을 섞어 담근 술. 백설기 쪄가 가리떡술 담가 먹어도 괘안치.
가리이다 - 속이 부대끼다. 소오기 가리이가주구 신트럼이 자꾸 올러오네. 지름에 티긴 음석마 묵우머 쉐에기 가리이니더.
가리장 - 간단하게 담은 된장. 쌈 싸 먹을라고 가리장을 담아 냈다.
가리토시 - 근육이 뭉쳐 아픈 것. 일을 했더니 가리토시 났다.
가리페 - 가르마. 가리페 가 삐뚜니더. 가리페 타서 머리를 양짜로 갈라 땋느라 시간이 마이 걸맀네. / 가르패. 가름패. 가르매. 가리매.
가릿세 - 가로대. 비틀에 가릿세를 단디 연결해야 비 짤 때 비틀이 안 움직이지러.
가마 - 가만히. 남이 말할 때는 가마 잘 들어 봐야 하는 기라. 둘이 가마 뭐라디만 언제 나가고 없대. / 가마이.
가마꿈 - 가만히. 가마꿈 생각하이 내가 마이 잘못했더래이.
가마이 - 가마니. 가마이에 쌀을 넣으래이.
가마이 - 남 모르게. 이 일은 가마이 해야 한대이.
가마이떡 - 밀전병. 가마이떡을 해 먹었다.
가많다 - 멀다.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하늘이 아득히 가맣다.
가망이 - 가마니. 나락 담그러 가망이 갖고 온나. 가망이 고방에 옮기 놔라.
가망이때기 - 가마니때기. 가망이때기에 고추 좀 피 나라. 콩 타작할라만 가망이때기 먼저 피라.
가매 - 얼레. 가매를 감았다 풀었다하디 연이 쑥 올라가대. 연을 날릴라만 가매 조절을 잘 해야 된대이.
가무끼 - 주근깨. 햇빛을 많이 봐가근동 생기갖고 우예노. / 까무깨. 까문깨. 거무깨.
가무사리 - 가뭄 기운. 가무사리 들어 올게 논바닥이 다 갈라진다.
가무술래다 - 어려움, 놀람, 충격 따위로 한동안 정신을 잃다. 얘기를 듣자마자 고마 가무술래가아 깜짝 놀랬니더. 바른 낮에 일을 하디만 가무술래가아 병원에 실리 갔다카대. / 자무술래다. 까무술래다.
가문사리 - 가뭄. 여름에 가문사리 들어서 작물이 다죽었다. 가무살이가 들어 저수지 물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