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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36g | 128*188*30mm
ISBN13 9788954654081
ISBN10 8954654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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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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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니시는 독립운동에 암냥해서 치부 활동까지 일거양득 도모했던 지난날 행적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마저 알뜰히 챙겨 복장 안에 담고 있었다. 다름아닌 총독부 토지 조사 사업 얘기였다. 하마터면 게도 놓치고 구럭마저 잃을 뻔했던 그 위중한 시기에 야마니시 아끼라, 아니, 당시 최명배였던 그는 체면이고 나발이고 돌볼 겨를 없이 이 논, 저 밭, 그 산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더금더금 걸터들였다. 남달리 약삭빠르게 타고난데다 일찍이 세상 물정에 눈뜬 인물이 있어 그 무렵 산서 일대 땅들을 확실하게 챙겨놓았기 망정이지, 안 그랬더라면 시방 산서 사람들 거개가 동척 농장 머슴 신세로 전락해 애면글면 목숨 겨우 부지하고 지냈을 게 아닌가. 독립운동이란 게 뭐 별것이더냐. 크든 작든, 많든 적든 대일본 제국에 손해 끼치는 일이라면 좌우지간 뭐든지 다 독립운동이 틀림없지 않은가.
---p.268

“낙철이 너…… 그걸 시방 말이라고……”

하려던 말 못다 마친 채 부용은 부르르 진저리쳤다. 상상을 뛰어넘는, 그 해괴망측한 이야기가 장난기 어린 웃음으로 포장된 채 낙철의 입에서 예사로이 뱉어진 뒤부터 부용은 숨조차 임의롭게 쉴 수 없었다.

“강도단이 목적을 달성헐 수 있도록 야마니시 영감 맏아드님이 집안에서 내응을 보내준다면 고맙겄어.”
“낙철이 너, 시방 날 으떻게 보고 그따우 수작질이냐? 지아모리 반쪽바리 악덕 모리배라 헐지라도 그 냥반은 엄연허니 내 아버지고 느그 이모부다! 그런디 너는 시방 그 냥반 아들한티 느그 이모부 털러 나선 강도단 끄나풀 노릇을 떠맽길 작정이냐?”

부용은 요란한 소리로 두근 반 서근 반 방망이질하는 심장 동계를 애써 억누르며 목청 드높여 힐문했다.

“이 세상 어떤 거사든 간에 반다시 거사에는 활동자금이 필요헌 법이지.”
“철부지들 헤이떼이고꼬(병정놀이)에도 진짜배기 빠르찌산맨치로 군자금이 필요허단 말이냐?”
“조선팔도 못난이들이 죄다 비웃어도 형만은 우리를 비웃을 자격이 없지. 물론 반동지주를 인민의 이름으로 징치헌다는 목적 하나만으로도 명분은 충분허지. 그런디 우리가 당면헌 위기국면을 돌파허자면 야마니시 영감 재물이 반다시 필요허다, 그런 말이지.”
“니가 시방 뭣인가를 잘못 아는 것 같은디, 나는 철부지들 헤이떼이고꼬 따우는 도통 관심이 없는 어른이다. 어엿헌 성년이란 말이다!”
“야마니시 영감 목숨만은 절대로 해허지 않겄다고 약조허지. 그러니깨 형은 염려 말고 우리한티 협조허란 말이여. 형이 잠깐만 수고를 보태면 뒷감당은 우리가 다 알어서 탈나지 않게끔 헐 모냥이니깨.”
---pp.24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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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젊었을 때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윤흥길 작가의 연재소설 원고를 챙기는 뒷바라지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를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그에게는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경건성의 바탕이 있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가듯이, 소설을 짊어지고 그 고통스러운 시대를 통과하고 있었다. 이 웅장한 소설은 페이지마다 사람들이 부딪쳐서 지껄이고 따지면서 이야기가 들끓는다. 사람들은 시대에 맞서거나 야합하거나 외면한다. 어떠한 시대에도 삶은 가지런할 수가 없는데, 이 소설은 수많은 지류와 역류를 거두면서 파행하는 강물의 흐름을 보여준다. 윤흥길의 글은 사람의 존재와 사람의 생활, 그 양쪽을 끌어안으면서 이 끌어안기에서 분출하는 언어의 활력을 보여준다. 인간의 비루함이나 시대의 야만성에 대해서 쓸 때도 그의 글은 언어의 활기에 가득차 있다. 이 활기는 생활의 구체성에서 나온다.
- 김훈 (소설가)
우리의 언어가 이토록 풍요로웠던가. 결코 만만치 않은 볼륨임에도 ‘병의 물을 거꾸로 쏟듯’ 쏟아지는 질펀하고 낭자한 사설에 온몸이 유장한 가락과 고저장단의 리듬을 타며 책속으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인간사 애옥살이, 오욕칠정을 곰삭인 해학이나 웅숭깊은 시선으로 짚어내는 데 이미 일가를 이룬 작가는 이 작품에 이르러 우리가 잃고 잊고 버렸던 언어들이 바로 목숨과 시대와 삶의 영토라는 것을 문학의 이름으로 충실히 보여주고 깨우쳐주고 있는 것이다.
- 오정희 (소설가)
윤흥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먹고 마시고 떠들어대는 세속적인 삶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횡설수설하거나 비틀거리지도 않는다. 과묵하고 절제된 삶에서 좀처럼 흐트러진 적도 없다. 은둔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녔으나 그가 펼쳐내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안에 뚜렷이 존재하는 그의 영토를 목격하게 된다.
- 김주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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