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선도적인 나라로 두바이,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에스토니아, 스웨덴, 중국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 블록체인 선도 국가들의 진도는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되어 개별 국가 범위를 넘어 국가 간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유럽은 유럽연합 블록체인 파트너십European Blockchain Partnership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유럽 전체를 포괄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준비 중이다. --- p.27
나아가 네덜란드, 두바이, 싱가포르 등은 몇 개의 프로젝트에서 국가간 협력을 하고 있거나 혹은 추진 중이다. 이들 국가들은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과정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국가 간 연결과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네덜란드는 자신들이 만든 블록체인 기반 개인 신원정보ID 관리 시스템을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에서 캐나다 토론토 공항까지 연결해서 여권 없이 신분증이 저장된 스마트폰만 가지고 공항을 통과할 수 있는 실험을 2019년에 진행할 예정이다. --- pp.32-33
개인정보를 개인에게 돌려주겠다는 발상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도는 네덜란드와 독일만이 아니다. 스페인의 자치정부(주) 중 하나인 카탈루냐의 수도 바르셀로나 역시 자기주권 (디지털) 신원정보를 구현하려고 시도 중이다. 시민이나 사용자에게 자신의 신원정보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주고 사용자가 개인정보를 사용하거나 제공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유럽연합의 많은 국가들이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유럽 개인정보 보호법GDPR이라는 큰 가이드 아래에서 안전하고 미래 지향적인 해법들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거의 블록체인으로 귀결되고 있다. --- pp.65-66
블록체인을 도입하고부터 프로세스가 바뀌었다. 산모 도우미와 산모는 각각 앱스토어에서 스마트폰용 전용앱을 다운로드받는다. 산모 도우미가 일을 한 후 산모 도움이용 앱에서 산모용 앱으로 근무 시간 확인을 요청하면 산모는 산모용 앱으로 도우미가 일한 시간을 확인해준다. 그러면 이 정보는 바로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그다음 날 산모 도우미에게 비용이 자동으로 지급된다. 종이가 없어졌고, 수주 넘게 걸리던 보조금 지급 시간이 1일 간격으로 확 줄어들었다. 종이에 기록하고 종이를 제출하러 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어졌다. 화폐의 순환 속도도 최소 30배 이상 빨라졌다. 행정 시스템이 자동화되면서 편의성과 행정 처리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이다. --- p.105
세계는 점점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며 자본의 이동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이동 범위도 점점 글로벌화되고 있다. 또한 21세기 이전의 사회에서는 철도·도로와 같은 교통망, 상하수도, 전기·가스·기름과 같은 에너지 순환 시설, TV나 라디오 등의 방송망, 전화와 같은 통신망 등을 필수적인 사회 인프라로 꼽았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 즉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통신망이 사회의 중요한 인프라로 추가되었다. 이 인프라는 일국을 넘어서 작동하는 글로벌 인프라다. 이 인프라를 타고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 아마존, 우버, 에어비엔비와 같은 거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만들어졌다. 블록체인 역시 인터넷 위에서 작동하는 글로벌 플랫폼이고 글로벌 서비스다. 21세기에 새롭게 구축된 인프라 덕분에 경제도 사회도 글로벌화되고 있으며 비즈니스 전체가 글로벌 플랫폼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다. 좋든 싫든 앞으로 인류의 삶은 글로벌 범위로 구축된 다수의 플랫폼 위에서 펼쳐지게 될 것이다.94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정부들조차도 스스로를 플랫폼화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 나서는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정부 시스템조차도 일종의 인프라, 사회 운영에 필수적인 일종의 플랫폼으로 본다는 것은 낯설고 혁신적인 생각이지만 전혀 시대 착오적인 망상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글로벌 플랫폼 시대에 국가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가, 혹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자 새로운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 p.170
반면 스웨덴, 네덜란드, 두바이, 싱가포르 등에서 시도되는 행정 자동화 방식은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현하는 방식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리고 4장에서 보았듯이 이 중에서 네덜란드, 스웨덴, 두바이 등은 비록 실험적이고 작은 규모이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컨트랙트로 현실의 실제 행정 데이터를 처리한 사례들을 하나둘씩 만들어가고 있다. 만약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행정 자동화 서비스들이 실제로 현실화된다면 에스토니아가 지금까지 쌓아온 블록체인 활용 기술과 전자정부 시스템의 시장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대외적으로도 블록체인 기술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자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수출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pp.193-194
블록체인 기술은 21세기 인터넷 기술 환경 위에서 등장한 인류의 세 번째 신뢰유지 장치다.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이 결합된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인류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디지털 기술의 등장은 이전에 인류사회에 등장했던 모든 미디어들---입말 언어, 문자 언어, 전화나 TV와 같은 아날로그 통신 미디어---을 디지털이라는 단일 기술로 통합시켰다. 또한 네트워크 기술이 등장하면서 모든 개인들이 서로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만들어졌다.122 이를 통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과 같은 실시간 채팅,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공유 서비스 등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들이 탄생했고 정보의 무한 복제를 통해 정보 유통 비용의 최소화하며 수십억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거대 플랫폼 서비스의 성장과 더불어 에스토니아와 같은 혁신적인 전자정부가 등장하는 등 디지털 기술이 도입된 이후 인류 사회가 변화한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인터넷의 등장은 인류 사회가 이전의 사회와 질적으로 다른 단계로 들어서는 또 한 번의 문명 전환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p.223
블록체인 혹은 신뢰기술이 만들어낼 미래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신뢰가 기술적으로 보장되는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 인류가 현재와 같은 법, 제도, 조직, 규약, 규율, 위계 질서, 관료제, 사법 장치 등 사회의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들인 실험, 노력, 실패와 성공의 경험 등을 감안한다면 신뢰를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trustless 사회의 모습은 당연하게도 지금과 엄청나게 다를 것이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 혹은 더 넓은 시각에서 신뢰공학이 발전한다고 인류가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은 사회적 기술과 물리적 기술이 결합되어 있는 복잡한 공학적 산물이다. 동시에 개인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재미있는 기술이다.134 따라서 블록체인 혹은 보다 나은 신뢰 공학을 개발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노력은 결코 게을리할 수 없다. 또한 마치 지금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작동시키기 위해 개인들이 노드 운영에 참여하는 것처럼 그 기술을 작동시키기 위해 다수의 개인들이 참여해서 해당 기술이 문제없이 작동하도록 끊임없이 관리해야 한다.
--- pp.244-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