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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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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516g | 140*210*30mm
ISBN13 9791189336127
ISBN10 11893361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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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통해서 오후의 햇살이 비쳤다. 사범학교 학생들이 연습하는 바이올린의 째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범학교 학생들은 한 층 아래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날이면 날마다 바이올린을 긁어대 어린 김나지움 학생들은 일생 동안 바이올린 소리에 대한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 p.19

졔레시 선생님의 소맷부리는 항상 눈부시게 하얬고 금빛 단추가 반짝거렸다. 그는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는 실크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도 나비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그는 멋쟁이였다. 바지통은 구두 길이와 꼭 같았고, 아무리 맑은 날일지라도 손 넓이만큼 걷어 올려져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면 학생들은 누구나 그 말에 다른 생각 없이 온전히 주의를 기울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바지가 구겨지지나 않았는지, 조끼가 잘 맞는지, 혹은 구두에 작은 먼지라도 내려앉지 않았는지에 더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 p.42

한번은 어머니가 그녀의 발 앞에서 조그만 풍뎅이를 잡았다. 그들은 둘이서 그것을 관찰했다. 얼마나 예뻤던지! 지구 위의 어떤 예술가나 기술자도 그렇게 아름다운 것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 조그맣고 예쁜 다리가 있는 작은 풍뎅이는 살아 있었고, 몸 안에 피가 돌고 있었다. 새끼풍뎅이는 움직였다. 누가 그것을 만들었으며, 누가 그것을 생각해냈을까? 그것은 거기 있었다. 그러나 왜 거기 있으며 또 얼마나 오래 있을까? 그러고 나서는 어떻게 될까? 또 전에는 어디에 있었을까? 미시는 늘 그 풍뎅이를 생각할 때면 잔뜩 몸을 웅크리고, 별이 있는 밤에 그랬던 것처럼 무릎을 팔로 감싸 안았다. 그것이 그의 종교였다.
--- p.49

그때 손님들이 왔다. 그런데 아, 하느님! 소녀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어린 소녀들, 여성 잡지에 종종 나오는 바로 그런 소녀들이었다. 그는 이제까지 진짜 사람인 소녀들이 그렇게 옷을 입고 다닌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소녀들은 그에게 인사하지 않았다. 오르치가 모든 손님에게 악수를 하는 사이 그는 뻣뻣하게 굳어서 서 있었다. 블론드 머리를 한 통통한 소녀가 옆에 있었는데 그녀가 그의 눈에 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하얗고 불그스레했으며 블론드 머리는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는데 마치 진짜 황금같이 반짝거렸다. 그녀도 한 번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어찌나 눈이 크던지, 그것도 회색빛으로. 순간 그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굴이 빨개졌고 아주 약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무릎이 떨렸다. 그리고 한 마디의 말도 나오지 않았다.
--- p.103

미시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아니야! 난 너에 대해 나쁜 것은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겠어. 만약 누가 나를 갈기갈기 찢는다 해도. 왜냐고? 난 너를 좋아하니까! 그러나 그는 단지 이렇게 답변했을 뿐이었다. “넌 나를 그렇게 생각하니?” 침묵이 숨 막힐 듯이 이어졌다.
--- p.132

셔니는 오래 망설이다가 드디어 말했다. “그때? 그때 나는 사두마차에 빠져 있었어.”
“뭐라고?”
“사두마차.”
“어떤 사두마차?”
“그건 정말 대단한 거야. 우선 파리를 네 마리 잡아서 그것들을 꼰 실로 같이 묶는 거야. 그러면 그것들이 쟁기질을 해! 대단하다고.”
어린 가정교사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 p.154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희고 둥근 목, 턱과 입은 박물관에 있는 상아 조각품을 연상시켰다. 또 머릿수건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그녀의 검은 눈이 더욱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저렇게 통통하면서도 하얀 팔을 가지고 있는지. 미시는 이제껏 저런 맨살의 팔을 본적이 없었다. 그는 여자의 팔이 그렇게 생긴 줄 아직 몰랐다. 그녀가 허리를 굽히자 걸치고 있던 길고 큰 린넬 앞치마가 앞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그녀의 허리가 얼마나 가느다란지, 그리고 옷이 얼마나 몸에 꼭 맞는지를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놀라운 일이었다. 어린 소년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p.209

결국 미시는 기메시의 목을 타고 앉았다. 그러나 그가 자기의 무릎 밑에 깔린 친구, 마르고 가느다랗고 얼굴도 조그만 친구를 봤을 때, 그 친구가 분노와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어 선량함이나 용서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 없이 악착같이 돌고 구르고 하는 것을 봤을 때, 미시는 눈물이 나와 더 이상 싸움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일어나서 자기 자리로 뛰어가 머리를 책상에 묻고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 p.254

체육 선생은 이 소년이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옷을 입고, 머리도 더 멋있게 잘랐고, 멋쟁이처럼 말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이 투우장의 소에게 빨간 천을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소년이 부잣집에서 길들여진 음성과 어조로 이야기하는 것이, 그에게는 인간적인 모욕으로 느껴졌으며, 그의 어설픈 경력에 대한 비판으로 보였다. 또한 그의 비천한 출신 성분에 대한, 그리고 비밀로 간직하고 있는 음주벽에 대한 비난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화가 나 오르치에게 목청을 높였다.
--- p.264

만약 그가 삼손처럼 힘이 세다면, 그는 퇴뢰케크 야노시를, 그 잔뜩 멋만 든 멍청이를 한 번 혼쭐을 내줄 것이다. 미용실의 조수같이 얍삽하게 생긴 그놈을 붙잡아서 울타리에 던져 곤두박질치게 했을 것이다. 그의 코에 분필로 아무렇게나 “콧물 팝니다”라고 써놓으면 아마 울타리 받침대에서 부리나케 도망쳐버릴 텐데.
--- p.348

그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방이 희미하게 빛났다. 무지개 빛깔이었다. 갑자기 마음속에 동경이 강하게 일었다. ‘떠나고 싶다. 여기서 떠나고 싶다. 학교로 가고 싶다.’ 그리고 그는 그 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외삼촌 게자, 정말 소중한 게자가 있는 학교에서. 그리고 하늘로… 하늘로…. 그것은 이미 그에게는 하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 p.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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