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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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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8.0 리뷰 2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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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96g | 113*188*20mm
ISBN13 9791189336103
ISBN10 1189336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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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저의 말 많고 오지랖 넓고 사교적인 관계를 선망하는 성격은 가보르의 진지함, 일중독, 그리고 나중에는 전혀 말이 없는 단계로까지 진행된 과묵함과 어울리지 못했어요. 아침에 말없이 블랙커피를 한 잔 마시고는, 벌써 모든 것을 잊은 채 자신의 일에 파묻혔어요.
--- p.19

남편은 죽음이 두려웠던 게 아니라 바로 이 점을 두려워했어요. 남편은 죽음과는 얘기를 나눌 가치가 없다고 다시 한 번 얘기했어요. 죽음이란 ‘ NO’라는 대답 하나만을 말할 줄 알기 때문에, 죽음은 논쟁을 할 상대가 아니라고요.
--- p.25

“마치 세상에 저희 촬영팀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하세요. 어머님, 저희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아론이 말했다. 큰 실수였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차라리 금전을 지급했으니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원하는 사람처럼 이런저런 과한 요구를 했더라면, 어머니는 진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터지고야 말았다. 모든 것을 엉망으로 뒤집어놓고, 벽을 파고, 거기다 회반죽을 발라놓고, 망치질까지 해대더니 자기들은 없다고 생각하라니?
--- p.47

“여기서 끝내. 사회적인 결속이 인간의 죽음을 편하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 그것이 우리 방송의 목적이야. 윗분들의 생각은 내가 잘 알고 있잖아. 그들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거야.” 첫 번째 촬영 필름을 끝까지 보고 나서 울러릭 부장이 말했다.
--- p.58

“여보게, 친구, 그건 눈속임, 사기야. 현대 물리학은 작고 민감한 실험의 측정에서 그 측정도구 자체가 현상의 진행을 왜곡한다는 사실을 간파했잖아. 달리 말하자면, 카메라 앞에서는, 마치 내 연인 어런커가 보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내가 죽을 것이란 거야. 그러니까 네 다큐멘터리가 얘기하는 학문적인 가치 또한 단지 환상이라고.”
--- p.65

주임의사는 정맥주사를 놓았다. 이번에는 사람들을 방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환자는 눈을 뜨고 있었다. 이불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그녀는 아직 살아 있었으나, 생명이 이미 어딘가로, 마치 임신한 부인의 배처럼 커져버린 그녀의 배로 가는 듯, 그렇게 떠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 p.129

“그렇게 급박하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35년이라는 시간을 형편없이 배분할 수도 있는 반면, 10분도 알차게 잘 나눠 쓸 수 있거든요. 최소한 제 인생의 마지막을 여러분들 앞에서 더 이상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 어쩌면 저는 여러분들보다 더 나은 처지라고 할 수도 있어요.”
--- p.163

“J. 너지, 당신 삶의 기억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것은 무엇인가요?”
“여자들이죠.”
“그럼 가장 좋지 않았던 기억은요?”
“그것도 여자들이지요.”
--- p.165

“저는 곧 평상시처럼, 그러니까 저녁마다 책을 내려놓고, 불을 끄고, 그리고 눈을 감듯이 그렇게 잠들 거예요. 몇 분 후, 저는 이 일상의 일들을 반복할 것이고, 다른 말로는 죽음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버리는 거지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유로워지는 거지요.”
--- p.167

“머리가 텅 빈 것 같아, 아론.”
“자신을 쥐어짜봐.”
“눈꺼풀이 붙으려는데….”
“그래도 꼭 해야 해.”
“네가 그 뭔가를 그토록 원한다면, 방귀라도 한 번 뀌어주지. 난 글 쓰는 것보다는 방귀를 항상 더 잘 뀌었거든.”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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