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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거제도

소설 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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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150*220*30mm
ISBN13 9791156343486
ISBN10 1156343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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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물아물한 먼 산이 푸른 아지랑이 베일을 쓰고 조는 듯이 하늘 밖에 둘러섰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 품 안에 안겨서 젖을 빨고 있듯이 일광의 가닥 가닥을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때로 이는 산들바람에 어슴푸레 졸고 있던 나뭇가지와 풀잎들은 깜짝 깬 듯이 고개를 까닥인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다. 나이 들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곳이 추억이 머무는 탯줄 묻힌 곳이라면 더할 나위 있겠는가.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였는데 남도는 이제 추운 겨울의 끝이 보인다. 예년에 비해 추운 겨울이었지만, 동장군의 기운도 계절의 변화는 거역할 수 없다. 두꺼운 털옷을 벗어버린다.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으니 순한 바람이 다가온다. 몸을 맡기니 실바람이 따스함을 안고 온다. 그를 살며시 보듬는다. 입술 끝이 올라간다. 다시 봄이 왔다. 봄은 연둣빛 세상이다. 승수의 새 아파트 생활도 자리 잡았으며 영미도 퇴원해 일상으로 복귀한 지 오래다.
흐린 주말 봄날, 승수는 영미와 추억 여행을 계획했다. 장승포선착장에 차를 주차하고 호젓한 힐링의 섬인 지심도를 향하는 ‘고려호’에 올랐다. 15분 정도를 달렸을까, 뱃고동을 울린다. 지심도는 섬 안의 섬이다. 드넓은 바다가 아래에 펼쳐졌다. 쪽빛 바다 가운데 붉은 동백섬이 그들을 유혹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음 심(心)자처럼 생겼다 하여 지심도다. 팔색조가 머문다는 소식이 들리곤 하는 곳이다. 휘파람 소리 같은 동박새 지저귐이 정겹다. 동백나무와 짝지어 늘어선 벚나무도 진분홍이 한창이다. 고향 찾을 때면 까만 눈 깜빡이면서 가까이 떠 있는 섬 바라보며 그리움을 꽃으로 피워내곤 하였던 승수다. 이 외로이 떠 있는 섬은 승수에게 여러 추억이 있다. 중학 시절, 영미와 하계수련회 때 찾아들어 일출을 맞이하며 벅찬 감동을 나눈 것을 비롯해 벗들과 함께 낚시를 즐겼던 곳이며 아내와 연애 시절, 그녀와 찾아들어 캠핑을 즐겼던 곳이기도 하다.
--- p.36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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