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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만든 배

종이로 만든 배

: 삶의 무대 위에 선 이들에게 보내는 20통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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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44g | 140*200*20mm
ISBN13 9788993985832
ISBN10 899398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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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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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거리가 빽빽하게 들어찬 내 수첩의 첫머리에 황학동 만물시장이 있다. 나는 그곳에서 그렇게도 갖고 싶던 옛 화집들과 레코드판, 명작 비디오테이프들을 공짜나 다름없는 헐값에 사들일 수 있었다. …… 어느 해 여름에는 낯선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던 나를 불러 세웠다. 할머니의 손에는 막 구워낸 수수떡 한 장과 식혜 한 사발이 들려 있었다. 총각, 많이 좀 먹어야겠네. 그러다가 병나겠어. 그때 그 할머니가 건네준 떡 한 조각의 온기가 입때 내 핏속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녀에게 오래전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체취를 맡은 것일까. 돌이켜보면 여태 나를 먹이고 입히고 키운 것은 바로 그들이 아니던가. --- pp.21-22

그러던 어느 해 가을밤이었나. 피곤에 지쳐 깜박 선잠이 들었는데 습관처럼 켜놓은 라디오에 아주 낯익은 한 여자의 목소리가 꿈결인 듯 저 멀리 아득하게 밀려왔다. 어느 적막한 산사의 스님이 외는 게송과 같은 구음. 조공례의 소리를 들으며 십여 년도 더 지난 그 옛날, 친어머니나 다름없던 한 늙은 여자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별안간 그전에는 관심도 없던 그 소리가 가슴을 세차게 치기 시작했다. 그 두드림은 걷잡을 수 없는 것이어서 나는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동안이나 흐느꼈다. 십여 년 전에 내 곁을 떠난 그이가 실은 내 가슴속에 살아 있던 것이다. 상여 소리는 나를 지금은 떠나온 형언할 수 없는 그리움의 세계로 데려간다. 살아남은 자와 죽어 흙이나 바람이나 물이나 불로 화한 자들을 들쑤셔 다시 불러온다. --- pp.39-40

봄볕이 따스한 오후면 간혹 어떤 아이들은 공장의 굴뚝 위로 기어올라가 뻐끔뻐끔 담배를 피워댔지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평화로웠고 밝고 따스한 햇살만이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던 그 옥상 위에서 저는 꿈을 꾸었습니다. 한 편의 멋진 소설을 구상하거나 다른 아이들 틈에 끼어 해바라기를 했지요. 한가로운 공상을 즐기다가 어떤 이는 생의 희열을 참지 못하고 지상을 향해 밑으로, 밑으로 추락하는 일도 가끔 있었지요. ……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게 이상했어요. 그곳은 마치 카프카의 성처럼 은밀하고 중세 유럽의 요새처럼 단단했지요. 초등학교 꼬마들이 쓸 법한 앉은뱅이 나무 의자에 앉아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슬프게 울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도 제가 울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저는 전혀 슬프지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자꾸 눈물이 나왔습니다. 불쌍한 녀석. 불쌍한 녀석.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제 살을 야금야금 파먹으며 저는 그때 그곳에서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나 봅니다. ---p.69

파라솔 밑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프랑스 여인과 우연히 눈이 마주쳤습니다. 갑자기 온몸에 짜르르 하고 전류가 흘러내렸습니다. 그런 걸 두고 한눈에 반한다고 하는 건지요. 키에슬로프스키의 ‘삼색’ 연작에 나오는 쥘리에트 비노슈나 줄리 델피를 닮은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주변 풍경이 저만치 물러나고 그녀의 모습만 또렷하게 눈앞으로 다가오는 느낌말입니다. 비웃으셔도 좋아요, 선생님. 어쩌겠어요. 어떤 여성에게 그토록 강렬하게 끌리는 느낌을 받은 적은 처음이었지요. 그렇지만 용기가 없었어요. 가까이 다가가 말 한번 제대로 걸어볼 숫기도 없었습니다. 그것도 얄궂은 운명이라면 운명인 건가요? 그 혹독한 운명을 저는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pp.76-77

히치하이킹까지 해서 고생스럽게 도착한 목적지는 「보리스 고두노프」를 공연한 ‘유진 볼포니’처럼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강 밑에 자리잡은 대형 천막이었습니다. 연극이라는 예술 장르가 원래 예로부터 시대의 흐름과 별 상관없이 원시적인 수공업에 의지하는 작업이지만 최첨단 정보화 사회인 21세기에 19세기에나 등장할 법한 천막 안에서 공연을 하다니요. 저는 모처럼 가슴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어떤 짜릿함 비슷한 흥분을 맛보았습니다. 그때부터 거짓말처럼 심장이 쿵덕거리기 시작했어요. 중요한 발표를 앞두거나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전에 습관처럼 찾아오는 팽팽한 긴장감이었지요. ---p.93

비가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또는 하늘이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제게 내려앉던 날.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책을 읽으며 서성이다가 그런 저녁 무렵 신발을 꿰어 차고 발길 닿는 대로 몇 시간 거리를 헤매다 돌아올 때면 한순간 온몸에 확 불을 끼얹은 듯 강렬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에 사로잡혔지요. 그런데 그때 그 느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잠도 오지 않고 밥도 먹기 싫은 날들이 몸살을 앓듯 한차례 무너진 몸을 훑고 난 다음에야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던 시간들. 그 황홀한 순간들은 자주 오지 않기에 제 몸 위를 스쳐 지나간 바람 같은 손님을 다시 기다리는 거지요.---pp.150-151

나는 최근에 큰맘 먹고 안산에서 서울로 거처를 옮겼어. 이사한 집은 지대가 높은 산 밑이라 아침에 눈을 뜨면 이름 모를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지척에 숲이 있어 창문을 열면 곧바로 나뭇가지 위에 둥지를 튼 까치집을 발견할 수 있단다. 밤이 되면 서울 시내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와 한참동안 넋을 잃고 정신을 팔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지붕 위로 투닥거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낮잠에 빠지기도 해. 집은 작아도 자연과 가까이서 벗할 수 있으니 내겐 꼭 맞는 곳이지 뭐. 가끔 바람이 불면 멀리서 조그맣게 하늘거리는 나뭇잎들의 은밀한 속삭임에 온몸을 내맡길 때의 기쁨을 너는 알까? ---p.198

예상한 대로 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지고 서울역과 노량진 부근의 학원가를 배회하는 길고 지루한 나날들이 지나갔지. 그러다가 우연히, 정말 우연히 보게 된 연극이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이퍼가 쓴 「에쿠우스」야. 지금은 벌써 중견 연출가가 되신 김아라 선생이 연출하고 소년 알런 역으로는 최민식, 정신과 의사인 마틴 다이사트 역으로는 신구 선생이 출연하셨지. 그것이 연극에 매료된 첫 번째 계기였단다. 그날 공연이 끝난 뒤 한참이나 불 꺼진 객석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몸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채로 멍하게 앉아 있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으니까. 파도처럼 밀려오던 전율 같은 그 행복한 충격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연극을 향한 어떤 경외감 내지는 열망을 일깨워준 무대였고 그 뒤로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길이 잦아진 듯싶어. ---p.202

이제, 객석에 불이 꺼지면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삶을 살듯 타인의 것인 노인과 그의 아내, 읍장과 치과의사, 인디오와 수색대와 누시뇨의 삶을 연기한다. 타인의 삶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이며 그들은 진실해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배우들은 오히려 연기를 하고 있으며 어쩌면 그들의 진정한 삶은 무대 위에서만 오롯하게 드러나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극장이라는 텅 빈 공간을 자신의 격렬한 숨결로 채워나간다. 막이 오르고 연극이 시작되면 바로 그곳에서 이 세상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pp.219-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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