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의 성공은 우리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
베이스캠프의 삶에서 아무리 성공해본들, 산을 오르거나, 산에서 쫓겨나거나, 미래가 둘 중 하나라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직장에서의 성공은, 정상의 길목에 있는 베이스캠프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마지막 고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머무는 시간을 좀 더 연장해주는 방편일 뿐이다.
--- p. 9
뭐. 서로들 잘 가시라는 말도, 잘 있으라는 말도 없었다. 당시에는 낯설고 생소한 일이 자주 일어났다.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IMF라는 괴물에 너도 나도 힘없이 당하기만 하던 시기였다. 그 시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끝없이 계속 될 것 같기도 했다.
--- p. 28
하지만 더 큰 놀라움은 따로 있었다. “저 반지하 빌라를 900만 원이 넘게 주고 사다니 쯧쯧쯧. 젊은 친구가 안됐구먼~”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반지하 빌라의 가격대는 3,000만 원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저 정도 빌라는 살 돈도 있었고, 입찰한 사람도 한 명뿐이었는데 조 과장은 불안감 때문에 사지 않은 걸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 p. 40
첫 번째, ‘재직증명서를 뗄 수가 없어서 대출이 안 된다’는 것. 만약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독자라면 아직 투자의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갖고 있는 돈만으로 경매에 도전하겠다고? 월급쟁이가 아무리 돈을 모아봐야 투자라는 세계에서는 어차피 푼돈이다. 그리고 푼돈으로는 얻을 수 있는 수익도 그리 크지 않다. 만약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큰 액수의 종자돈을 미리 갖고 있다면, 솔직히 말해 경매 말고도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 p. 46
바둑은 대충 배웠는데, 끝마무리는 못 배운 사람과 바둑을 둔 적이 있는가? 만약 상대방이 그런 사람이라면, 당신은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게 수를 두는 것 같지만,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집이고 땅이고 다 내어주고, 바둑의 끝날 때쯤 되면 마무리 실수로 내주지 않을 집을 줄줄 내주게 된다. 실제로 어른이 아이 상대로 바둑을 둘 때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 p. 79
잘해야 경매의 일부, 아파트나 빌라 기껏해야 상가 정도만 경험해본 사람들이 마치 자신이 경매의 전문가인 양, 자신이 경험한 경매가 경매의 전부인 양 얘기라는 걸 보면 안쓰러운 감정까지 느낄 때가 있다. 그 사람들이야 강의 하나 멋들어지게 해치우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그 강의를 절대 교본처럼 듣고 있을 수강생들은 대체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 적어도 강사라면 초심자를 고수의 입문까지는 갈 수 있게 길을 알려주어야 한다.
--- p. 82
그러한 접근법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지만 그리 현실적이지는 않다. 일반인, 특히 경매 입문자가 국토종합계획을 공부해서 그에 따라 토지 투자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인데도 그것을 공부하지 않으면 토지 투자를 하지 못할 것처럼 호도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 일반 투자자들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맞는 방식이 따로 있다. 여건도 여력도 없는데 애써 전문 투자가들의 방법을 따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만약 그게 가능한 일반 투자자라면, 차라리 그 좋은 머리를 다른 곳에 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 p. 109
반면 하수들의 입찰가 산정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감정가 1억 원의 물건이 한번 유찰되어 최저가가 8천만 원이 되었을 때, 최저가인 8천만 원에서 얼마를 올려서 쓰면 낙찰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시세를 먼저 고민하는 번거로운 일 따위 하수들은 결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저가에서 500만 원만 더 써넣으면 낙찰이 되었을 때 1천5백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에 빠져 며칠을 보내다가 정작 입찰일에는 풀 죽은 모습으로 입찰장을 빠져나온다. 하수인 자신은 8천5백만 원으로 입찰을 했는데, 1억5백만 원에 쓴 고수가 낙찰을 받았기 때문이다.
--- p. 168
기억하자. 직장인에게 경매투자를 통한 재테크를 권하는 이유는 직장인인 채로 경매투자를 하는 것에 여러모로 메리트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경매투자를 지속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직장인 자리 역시 사수해야 한다. 뒤에서 말하겠지만 더 나아가 사내에서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경매를 위한 시간을 내기도 수월해진다.
--- p. 190
이런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의 가짓수는 많은데,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은 예나 지금이나 그 수가 적다. 어쩌면 행복에 돈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돈이 없다면, 선택할 수 있는 행복의 수는 그만큼 줄어든다. 그리고 행복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만큼 불행의 가능성이 늘어난다.
--- p. 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