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경(權寧庚)은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에서 「Grimmm동화의 숲과 마녀 모티브」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 「물레방 수호신으로서 프라우 홀레의 기원」과 역서 『외로운 노인』(아달베르트 슈티프터)이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저자 :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Adalbert Stifter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슈티프터는 고향 보헤미아의 자연 속에서 소년시절을 보낸다. 1817년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그는 이듬해에 크렘스뮌스터에 있는 베네딕트 수도원 김나지움에 입학한다. 수도원의 엄격한 교육과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은 일생 동안 그의 문학세계와 정신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김나지움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1826년 빈 대학에 입학한다. 이 시절 알게 된 첫사랑의 여인 파니 그라이플은 고향 보헤미아의 숲과 크렘스뮌스터 김나지움 시절 다음으로 슈티프터의 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여인은 예술적으로 승화되어 「보헤미아의 숲」의 슬픈 주인공 클라리사 등 그의 작품 곳곳에서 새롭게 탄생한다.
1840년 발표된 첫 작품「콘도르Der Kondor」는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10년 간「보헤미아의 숲」「숲속의 오솔길」「외로운 노인」등 발표하면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한다. 이때 발표된 24편은 단편집 『슈투디엔Studien』으로 출판된다. 1848년 독일 시민 혁명이 일어나던 해, 슈티프터는 오랜 빈 생활을 청산하고 린츠로 이사한다. 린츠로 옮긴 그는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과 직업학교 창립 등 오스트리아 교육에 헌신하면서 "조용한 법칙"으로 유명한 단편집 『얼룩돌』과 니체가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격찬한 장편 교양소설『늦여름』을 발표한다. "숲의 작가" 슈티프터는 역사장편 소설『비티코』를 마지막으로 린츠에서 생을 마감한다.
클라리사는 온몸에 가벼운 전율을 느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동안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듯 클라리사는 엄숙하게 그녀의 손을 로날드의 손에 올려 놓았다. 조심스럽게 숨을 죽이고 있는 요한나의 가슴은 두근거렸으며, 초대받은 숲 속의 증인들도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가문비나무 숲만 이들을 축하하듯 향긋한 송진 냄새랄 바람에 흩날렸고, 귀뚜라미는 속절없이 계속 울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