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1983년 KBS에 입사하여 스포츠부, 경제부, 과학부, 국제부 등을 거쳐 현재 문화과학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여기자협회 부회장과 관훈클럽 감사를 지냈습니다. 엄마는 초등학교 시절 개에게 물린 기억으로 세상의 모든 개를 두려워하며 살았답니다. 그런 엄마가 첫째 방울이 누나를 키우고, 둘째인 나 새봄이까지 입양하여 9년째 동고동락하는 것은 엄마의 인생에 예상치 못한 일대 사건입니다. 강아지들을 아들, 딸로 삼아 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새롭게 깨닫고 또 다른 삶이 열렸다는 울 엄마. 자신이 ‘전생에 유기견이었다’고 믿는 엄마는 유기견 특례법안 마련, 강아지 부양가족 공제, 강아지 유모차 개발 등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되기를 늘 꿈꾸고 있답니다.
“불쌍한 유기견을 본 날은 마음이 아파 잠이 안 오고 너무 괴로워요. 그러니 저는 전생에 버림받은 개였던 게 분명해요.” 엄마는 믿어달라는 표정을 지으며, 유기견 전생설을 늘어놓는다. 전생에 대한 엄마의 확신은 나 때문에 생겼는지도 모른다. 유기견 신분으로 아파트 화단 소나무에 묶여 있던 나를 집으로 데려올 때 엄마는 나를 거두지 않으면 벌 받을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엄마와의 인연은 숙명적이랄까, 정말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 pp.46-47
엄마와 함께 우리 가족의 사랑이 나의 얼굴까지 바꾸어놓았다는 게 동네 주민들의 중론이다. 누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엄마를 닮아간다고 한다. 둘이 인상이 똑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사랑하는 부부는 닮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괴력을 만들어내고 생김새까지 변화시키는 사랑의 힘이란 게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 p.68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방석을 갖고 오더니 나와 누나에게도 삼배를 하시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개 보살님들! 세상 만물에 부처의 마음이 들어 있다고 하네요. 우리 개 보살님들도 제게는 부처님이십니다”라며 깍듯이 존대하셨다. 이런 엄마를 보더니 아빠는 한술 더 떠서 나와 누나에게 염주를 걸어주시기까지 했다. “너희도 불심을 키우거라.” 우리는 이날 무거운 ‘불심 목걸이’를 빼려고 이리저리 목을 흔들어대며 생고생했다. --- p.85
병원 수첩에 나는 믹스Mix견으로 표시된다. 누나도. 요즘 글로벌이네, 다문화네, 말들 많으면서 왜 사람들은 우리를 개무시 할까요? 흑흑!! 나는 믹스견을 무조건 사랑해주는 엄마와 가족을 위해 효도견으로 거듭날 것을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