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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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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402g | 128*188*30mm
ISBN13 9788941336266
ISBN10 8941336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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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가능하다고 했나요?”

암담함과 자괴감으로 시들었던 다니엘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예!”

군기가 바싹 들어간 답으로는 모자라 더 확실한 맹세를 들려주었다.

“뭐든지요.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설랑의 마음속에 사특한 기운이 솟아났다.

‘빼앗겠어.’

화흥을 소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로는 기도라는 것을 하지 않았지만 어렸을 적엔 매일 밤 울며 기도했다. 엄마, 아빠가 저를 찾아오기를. 저를 할아버지에게서 구해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신은 제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부모님이 돌아온 것도, 할아버지에게서 벗어난 것도 그들 모두가 타고난 명을 다한 후였다. 그 뒤로 내내 기도를 잊고 있다 세원과 결혼이라는 것을 준비하며 저도 모르게 기도했었다. 태어날 아이에게는 저와 같은 아픔을 물려주지 않기를. 애초부터 세원을 맹목적으로 믿지는 않았기에 행복한 아내는 바라지도 않지만 허락된다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신은 그런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 파혼을 통해 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시켰으니 신의 많고 많은 양 중에 한 마리를 훔치는 것이 무슨 죄가 되겠는가?

‘그 죄를 묻는다면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내놓은 신이 아니지.’

매번 손을 잡고 매달리는 저를 보란 듯이 절망과 치욕의 늪으로 떨어뜨려 버린 신을 한껏 조롱한 설랑은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갈취해 더럽히고 또 더럽히기로 결정했다.

“애인을 원해요.”

가차없이 떨어진 설랑의 요구 조건에 다니엘은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두 눈만 끔벅거렸다. 저는 이미 제 죄로 인해 에덴에서 쫓겨난 죄인. 그렇지만 죄인이 됐다고 해서 다시 같은 죄를 저지르는 것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다니엘은 설랑에게 처음으로 떨리지 않는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저는 이미 사랑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보호막으로는 이미 그를 갖기로 마음먹은 설랑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사랑은 그분하고 해요. 어차피 난 껍질만 필요하니까.”

무슨 껍질을 말하는지 알 수 없지만 다니엘은 그에 대한 답도 확고했다.

“그럴 수가 없습……”

설랑이 저에게서 벗어나려 아등바등하는 다니엘의 목에 두른 올무를 꽉 죄었다.

“어머니가 그대로 돌아가시길 바라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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