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탈리아를 끌어안으며 말했습니다.
“나탈리아, 새 아파트에서는 개를 못 키우잖니? 우리가 못 찾더라도 쿠드랴프카는 새 주인을 만나서 잘 살 거야.”
“아니에요. 다른 강아지들은 이웃 사람들이 다 데려갔는데, 쿠드랴프카만 혼자 남았잖아요. 그 애는 못생기고 겁이 많아서 아무도 예뻐하지 않을 거예요. 제일 먼저 쿠드랴프카부터 챙겼어야 했는데, 다 내 잘못이에요. 어쩌면 좋아.”
어느덧 트럭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큰길로 접어들었고, 정들었던 집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탈리아는 하염없이 울면서 가장 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습니다. 거기에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강아지, 쿠드랴프카가 그려져 있었지요.--- p.20
엘레나가 싱글벙글 웃으며 나간 후에도 그 개는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열심히 짖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 좀 짖어라. 넌 지치지도 않나?”
“멍! 멍멍, 멍!”
“그래, 너 같은 녀석한테 딱 맞는 이름이 있지. 자꾸 짖으면 그 이름으로 부를 거야!”
“멍! 멍멍, 멍!”
야코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우리 문에 걸려 있는 빈 이름표에 다음과 같이 적어 넣었습니다.
라-이-카
그것은 ‘짖는 개’ 또는 ‘멍멍이’라는 뜻이었습니다.--- p.35
“라이카를 저 캡슐 안에 넣고 안전벨트를 묶어 주세요. 할 수 있지요?”
야코프는 아무 말 없이 라이카를 받아 들고 꼭 안아 주었습니다. 라이카의 심장 뛰는 소리가 너무도 생생하게 들려왔지요. 야코프는 라이카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라이카, 괜찮아. 지금 이 사람들은 너를 해치려는 게 아니야. 네가 얼마나 특별한 개인지 보여 줄 기회라고.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용기를 내!’
야코프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라이카에게 안전벨트를 매어 주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라이카는 야코프의 손길에 자신의 몸을 내맡긴 듯 꼼짝도 하지 않았지요.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엘레나가 방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역시 라이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네요.”--- pp.43∼44
“어휴, 엘레나, 바람이 엄청나게 부네요. 이런 날씨에 비행기가 뜰 수 있을까요?”
“한 달 전부터 날짜를 잡아 놨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될 거예요. 그런데 날씨가 나빠서 좀 걱정되긴 하네요. 비행기가 많이 흔들릴 텐데 라이카가 잘 견뎌 낼 수 있을지…….”
야코프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걱정 마세요. 우리 라이카는 보통 개가 아니잖습니까. 오늘도 잘 해낼 겁니다. 그렇지, 라이카?”
오늘은 라이카가 비행기를 타고 무중력 훈련을 받는 날입니다. --- p.50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정말로 라이카가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야코프가 두 팔을 허공에 내저으면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안 돼! 오지 마! 멀리 도망가! 가란 말이야!”
그러나 야코프의 목소리를 들은 라이카는 있는 힘을 다해 야코프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야코프의 목소리는 커져 갔고, 그럴수록 라이카가 뛰는 속도도 빨라졌지요. 결국 라이카는 큰 소리로 짖으며, 보고 싶었던 주인의 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 바보야! 평소에는 내 말을 그렇게 잘 듣더니, 왜 제일 중요한 순간에 말을 안 듣는 거야, 왜!”
야코프는 라이카를 끌어안은 채 펑펑 울었고, 라이카는 열심히 꼬리를 흔들며 야코프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핥아 주었습니다. 이미 정해진 라이카의 운명은 무슨 수를 써도 피할 길이 없었나 봅니다.--- pp.95∼97
이제 내일이면 라이카는 로켓을 발사하기로 되어 있는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로 떠나야 합니다. 아침부터 라이카는 무중력 상태에서 강제로 혈액을 순환시키기 위해 혈압 조절기를 혈관에 직접 연결하는 복잡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이 끝난 후, 야코프는 마취가 덜 깬 채 관리실로 돌아온 라이카의 몸을 쓰다듬으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습니다.
“라이카, 지금 내가 가장 궁금한 게 뭔지 아니? 이 길이 마지막이라는 걸 네가 알고 있다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지, 나한테 어떤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지, 그게 정말 알고 싶어.”--- p.103
라이카는 야코프의 품에 뛰어들려고 기를 썼지만 줄에 묶여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지요. 야코프는 수프를 라이카의 입에 갖다 대면서 아무도 듣지 못하게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라이카, 라이카……. 이제 다 됐어. 이걸로 모든 훈련은 끝난 거야. 그러니까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돼. 알겠지. 참지 말란 말이야…….”
어느새 야코프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통스러우면 그냥 눈을 감아. 그래도 나는 널 사랑할 거야. 영원히…….”
--- 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