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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숨다 1

안개 속에 숨다 1

[ 개정판 ]
이서윤 | 가하 | 2012년 09월 1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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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90쪽 | 402g | 128*188*30mm
ISBN13 9788966472451
ISBN10 896647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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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공간이동이라도 한 것일까. 분명 악몽은 끝나지 않았고, 이제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그녀의 숨통을 조였다. 진서는 차라리 눈을 감았다.

자신을 꼼짝도 못하게 팔로 얽어맨 남자를 곁눈질로 흘끔대며 진서는 슬그머니 꿈틀대기 시작했다.

“도망치려면 늦었다. 나는…….”

“헙!”

어둡게 가라앉은 남자의 음성. 진서가 화들짝 놀라 바짝 굳었다. 기겁하여 놀란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나는 그저…….”

그녀가 시선을 들었다. 심연과 같이 검고 서늘한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진서는 더 이상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얼어버린 탓이었다. 그 순간,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내 것이라 정한 것은 놓아주지 않는다.”

아!
차갑고 메마른 목소리와 다른 눈빛. 간밤 정신을 잃기 전에도 언뜻 본 것 같은 서늘한 눈동자가 그녀를 사로잡았다. 아니 어쩌면 눈앞의 것을 모조리 태워버릴 듯 타오르는 그 눈빛에 심장이 놀랬나 보다. 바닥으로 떨어졌던 진서의 심장이 폭주를 했다. 미친 듯 방망이질을 시작했다. 하, 하아. 다급히 숨을 몰아 쉬어보지만 터무니없었다. 턱턱 숨이 막혔다.

왜……, 왜 나를 그렇게 봐요? 이상하잖아……. 어……!

남자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진서의 마음 어느 한 곳이 툭 풀렸다.

아파. 왜……. 여기가 아프지?

진서는 심장을 움켜쥐고 싶었다. 눈으로 왈칵 뜨거운 것이 솟구쳤다. 익숙하고도 익숙한 서늘한 눈빛이 심장 쪽으로 고통 되어 파고들었다.

울지 마세요.
내 아름다운 당신. 울지 마요.
당신 곁에 있어요.
나로 인해, 제발…….
당신은 마음 아파하지 마세요.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시간이 멈춘 듯 서로를 향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눈빛.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진서는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손을 올려 그의 눈가를 쓸었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린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리웠습니다.

그리 말하고 싶었다. 마치 손끝에 그의 눈물이 묻기라도 한 듯 진서의 손끝이 촉촉해졌다. 문득 정신이 돌아와 화들짝 손을 뗀 그녀의 손목을 남자의 커다란 손이 허공에서 낚아챘다. 흐릿한 시야로 상대의 굳은 얼굴이 들어왔다.

“두려워 우는 것인가?”

남자가 물었지만, 진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입술을 달싹거릴 뿐이었다.

이 아저씨, 낯설지 않아. 아니!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퍼뜩 든 생각이 그녀를 당황하게 했다.

그리웠던 것 같아!

자신도, 상대도 분명 떨고 있다. 흔들리는 두 눈빛이 허공에서 얽혔다.

두렵지 않아. 만지고 싶어. 이 사람……, 내 손으로 직접 느끼고 싶어.

진서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여전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남자의 눈빛과 마주쳤다. 충격과도 같은 전율이 온몸을 관통했다. 부릅뜬 두 눈이 뚫어질 듯 그를 바라봤다. 두려움은 얼어붙고, 시간의 흐름은 멎었다. 단 한 번 눈길에 깊이 빠졌다.

“만져봐도……, 돼요?”

진서의 눈에 왈칵 눈물이 흘렀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었고, 손끝이 그의 얼굴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손등이 그의 볼을 스치자, 부드러움에 가슴이 떨리고 몸이 떨렸다. 무언가 깊은 것이 치밀어 목이 메고 말았다.

“또……, 만져도 돼요?”

시간이 정녕 멈춘 것일까. 흐트러짐 없는 눈빛은 서로에게만 향했다. 달싹이는 입술이 무언가 할 말을 담뿍 담았지만, 정작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후드득. 눈물이 그녀의 입술을 적셨다. 그러다 그 눈가를 기어이 남자의 손끝이 부드럽게 쓸었다.

커다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끌어당겨 이마 위에 가벼이 입 맞췄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남자의 입술이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기어이 진서의 입술이 열렸다.

“안아주세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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