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의 뒤틀린 미소가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것 같았다. 족보에 팔려온 여자를 품평하는 듯 이러 저리 훑어보는 이건의 눈에 인영은 마치 발가벗겨진 채 이건의 처분을 기다리는 물건이 된 기분이었다.
「내가 당신 옷을 벗겨 주기를 기다리는 거요?」
이건의 말에 인영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인영은 이를 무시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이건의 시선과 마주치자 인영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숨이 가빠졌다. 마치 먹이를 앞에 놓고 툭툭 건드리며 때를 기다리는 맹수를 보는 것 같았다. 압도적인 그 분위기에 긴장으로 입술이 경련하자, 인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수고를 하실 필요가 있으시겠습니까?」
상당히 도전적인 말이었다. 이건은 한쪽 눈썹을 치떴다. 그녀는 마치 새색시의 내숭을 포기한 듯 보였다. 지아비에게 신부의 옷을 벗기는 특권 따윈 주고 싶지 않다는 것 같았다. 이건은 씁쓸했다. 이런 감정을 느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인영을 곁에 두고 싶다 생각했을 때 이런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바랐던 건 새색시의 수줍은 미소뿐이었다. 이건은 아내의 옷을 한 올 한 올 벗기는 그런 은밀함, 그런 친밀함을 원했다. 하지만 인영은 이건의 바람을 들어줄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 저 여자에게서 자신이 자꾸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은 실망을 하고 있었다. 그 실망이 거듭될수록 인영에 대한 미움도 한 톨씩 자라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꾸 고개를 드는 이 미련의 정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