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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
틱낫한 소설

행자

: 전설이 된 어느 남장 보살의 이야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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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314g | 131*187*20mm
ISBN13 9788973812905
ISBN10 897381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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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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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한기찬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오랫동안 번역에 종사했다. 옮긴 책으로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이론』, 『두이노의 비가』, 『반지의 제왕』, 『월든』, 『카뮈, 지상의 인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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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땀이 달려가서 아기를 들어 안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새로운 사랑이 움트는 느낌이 들었다. 아기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활력소처럼 힘차게 솟아났다. ‘아무도 이 아기를 보살피지도, 인정하지도 않고 있어. 아기 아버지는 이 아기가 자기의 아들인 것도 모르고 있고, 아기 엄마는 방금 이 아기를 버렸지. 이 아기의 조부모는 아기가 세상에 있는 줄도 몰라. 그러니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아기를 보살피겠어?’ (…) 행자의 마음은 점점 더 굳어졌다. ‘모두들 수군거리고 의심하고 욕을 하라지! 이 갓난아기는 돌봐주고 길러줄 사람이 필요해. 내가 아니면 누가 그 일을 하겠어?’ --- pp.11-12

낀은 부모님의 염려가, 갑작스레 끝난 딸의 결혼 생활 때문뿐만이 아니라 머지않아 퍼질 추문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낀 자신은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 그녀는 티엔시나 그의 부모에 대해 화가 나지는 않았으나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마음속 깊이 실망했다. 사람들은 늘 질투심이나 슬픔, 분노, 자존심에 따라 행동하는 듯이 보였다. 그 결과 서로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판단 때문에 적지 않은 고통이 따랐다. --- pp.26-27

어느 날 아침 낀은 자리에서 일찍 일어났다. 승려 생활에 대한 뿌리 깊은 욕망을 더 이상 눌러둘 수 없었던 그녀는 부모님에게 배움의 길을 떠나기에 앞서 허락을 구하는 편지를 썼다. 그녀는 5년간 탐구를 한 후 돌아오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런 다음 소지품 보따리를 되는 대로 어깨에 둘러메고 영리해 보이는 청년 학인(學人)처럼 꾸몄다. 그녀는 정처 없이 길을 떠났다. --- p.33

마우는 행자를 사랑했다. 그러나 낀땀이 자신을 뒤쫓지 않고 자신의 주의를 끌려고 애쓰지 않으며 자신을 원한다는 어떤 내색도 보이지 않자 마우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 (…) 행자 낀땀의 품행은 너무나 순수하고 고결해서 그녀 집안의 명망이라든가 그녀의 미모, 그녀의 부를 가지고도 그를 그녀의 뜻대로 굽힐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한편으로는 여전히 그의 포옹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낀땀에 대해 원한을 품게 되었다. --- p.49

마우는 행자를 사랑했다. 그러나 낀땀이 자신을 뒤쫓지 않고 자신의 주의를 끌려고 애쓰지 않으며 자신을 원한다는 어떤 내색도 보이지 않자 마우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 (…) 행자 낀땀의 품행은 너무나 순수하고 고결해서 그녀 집안의 명망이라든가 그녀의 미모, 그녀의 부를 가지고도 그를 그녀의 뜻대로 굽힐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한편으로는 여전히 그의 포옹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낀땀에 대해 원한을 품게 되었다. --- pp.62-63

대지 깊숙한 곳에서 솟는 샘물처럼 마음속에서 자비심의 힘을 끌어내는 이 정관의 수행 덕분에 낀땀의 가슴과 영혼은 가볍고 자유로워졌다. 다른 세 사람, 즉 티엔시와 마우와 꼬마 티엔따이의 아버지, 이들 각자는 고통을 겪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 각자는 여전히 무지와 욕망이라는 사나운 바다에서 파도에 휩쓸리고 때로는 가라앉기도 하며 삶의 배를 조종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낀땀은 이 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자비심으로 가득한 행자의 마음은 증오심과 분노와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낀땀은 언젠가 자신이 이 세 사람을 깨우치고 그들이 번뇌에서 헤어나도록 돕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더 많은 수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pp.93-94

바로 이 순간에는 대중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마음속에 증오심이나 반감을 품은 사람이 없었다. 바로 이 순간에는 대중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냉소나 앙심을 품은 사람이 없었다. 그곳에는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참사랑의 기운이 스며들었다. 낀땀의 마음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진정한 자유의 피안으로 건너간 낀땀은 분명히 이생에도 존재했다.
--- p.112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여자는 계를 받을 수 없었던 시절의 베트남, 젊은 여인 낀은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여자의 신분을 버리고 남편과 가족을 떠나 수도승이 되어 수행을 시작한다. 승원에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한 여인이 자신이 잉태한 아기의 아버지로 낀을 지목한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낀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두 갈래의 갈림길에 서서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낀은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비밀로 간직한 채 세상의 질타와 모진 처벌을 감내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밝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 후 수도승으로서의 삶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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