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회계와 관리회계는 그저 방향이 다를 뿐이지 어느 쪽이 우위라고는 할 수 없어. 오히려 상호보완적인 회계의 분야지, 재무회계가 외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관리회계는 내부 의사결정자를 대상으로 하지. 재무회계가 정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면, 관리회계는 주관적으로 시의적절하고 목적에 접합해야하네. 또한 재무회계가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과거지향적 정보시스템이라면, 관리회계는 통제기준이 따로 없는 미래지향적 학문 분야야. 그리고 재무회계가 장부에 기록하는 것을 중시한다면, 관리회계는 현금흐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가 중요한 이슈일세. 이런 차이점들이 있지만 재무회계와 관리회계 둘 다 회계정보시스템에 의존하고 있고, 자신을 보호한다는 개념에 기초하고 있지. 재무회계가 피라미드의 꼭대기라면, 관리회계는 그 밑을 채우는 받침돌일세. 그러니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되는 것 아니겠나.”
“나도 같은 생각일세, 하지만 우리 회사도 그렇고, 대부분의 경우 눈에 보이는 재무회계 정보만을 우선하면서 관리회계상의 문제점들은 자꾸 뒷전으로 미뤘던 것 같아. 그런데 기업환경이 변화하고, 경쟁우위가 중요시되고, 또 인터넷 네트워크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경영관리의 문제들이 더욱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어. 그래서 요즘 들어 관리 회계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네.…”--- '1장 유교수, 새로운 회계등정에 나서다' 中에서
“… 공헌이익은 어디서 생길까요?”
“매출액에서 생깁니다.”
조용히 강의만 듣던 디자인팀장이 입을 열었다. 반가운 마음에 교수가 질문을 한다.
“그 매출액은 어디서 생깁니까?”
“음….”
“고객이 제품을 사고 지급한 판매대금이지요.”
디자인팀장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홍과장이 답을 낸다.
“네, 맞아요. 잘 알고 있군요. 공헌이익은 매출대금을 지급하는 고객으로부터 나오는 겁니다. 그럼 고정비는 어떤가요? 고정비는 회사 내부에서 발생하는 비용입니다. 자, 고정비와 공헌이익을 분석한다고 하면 어떤 분석이 더 쉬울까요? 외부에서 창출되는 것? 아니면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이 더 알기 쉽지 않을까요?”
홍과장이 냉큼 대답을 한다.
“허허, 그래야 정상이겠지요. 하지난 이 회계란 놈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걸 좋아해요. 사실 공헌이익분석을 하는 게 훨씬 쉬워요. 어떤 상품을 얼마에 얼마만큼 판매했느냐, 또 어떤 재료를 어디서 얼마에 구입했느냐 따위의 정보는 청구서나 장부를 보면 금방 나오거든요. 우리가 알다시피 공헌이익은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값이죠. …”--- '2장 유교수, 쫀쫀한 원가시스템을 그리다' 中에서
“하하…, 학교 다닐 때 아침마다 절 깨우면서 아빠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버스 떠난 뒤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런 만고불변의 진리인 걸. 회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치란다. 원가관리문제에 있어서는 넘치는 100원을 절감하는 것보다 100원의 여분을 더 보태지 않는 것이 훨씬 쉬운 길이란다. 벤저민 프랭클린도 이렇게 말했지. ‘1온스의 예방활동이 1파운드의 치료와 같은 가치가 있다’고. 비용관리란 비용을 삭감하는 것이 아닌 예방의 문제야. 따라서 평상시에 원가가 수익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지 않는지 늘 주시해야 해. 마찬가지로 수익이 악회되거나 경기가 나빠질 때도 원가가 수익과 비슷한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지 항상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단다.”
“비용예방이란 건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나 마찬가지로군요.”
“맞아, 우리가 아까 레스토랑에서 ‘변동비를 줄여서 원가의 군살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제로 한참 얘기하긴 했지만, 사실 비용이란 건 그 본질을 따지면 결코 줄어들지 않는 속성이 있어. 하나를 때려잡으면 다른 놈들이 고개를 내미는 두더지 잡기 게임과 비슷하다는 의미야. 영국의 행정학자 파킨슨이 공공행정조직을 관찰한 후에 발견한 두 번째 법칙은 ‘지출은 수입만큼 늘어난다’야. 비용은 내버려두면 반드시 증가하기 때문에, 비용의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만 하지.”---'3장 유교수, 대박 인터넷쇼핑몰을 서포트하다'
잠시 설명에 간격을 둔 유교수는 수첩에 정체불명의 곡선을 하나 그었다. ‘이게 대체 뭔가’ 싶어 의아해하는 차정장에게 교수가 질문했다.
“차점장, 이게 뭘로 보여요?”
“음…, 단순한 곡선으로 보이는데요?”
“이놈은 고래야. 수면 위로 머리 윗부분과 등을 내민 고래. 꼬리는 물속에 잠겨 있지.”
“네? 이게 고래라고요?”
“응, 하버드대의 로버트 카플란 교수가 만든 고래곡선(whale curve)라고 불리는 그래프인데, 수익성이 높은 순서대로 제품이나 고객층을 나열하고, 각각의 수익성을 누적시켜 ?해나가면 꼭 고래등처럼 보이지. 이 고래곡선을 보면 어떤 제품(고객)이 기업을 먹여 살리고, 어떤 제품(고객)이 되려 기업의 살을 깍아먹고 있는지 알 수 있다네.”
“20 대 60 대 20 법칙이 적용되는 건가요?”
“거의 비슷해. 상위 20퍼센트가 300퍼센트의 이익을 내고, 중간 30~40퍼센트가 이익도 손해도 내지 않으며, 하위 40~50퍼센트가 50~200퍼센트의 이익을 잠식한다고 보는 거지.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상위 20퍼센트의 제품(고객)만으로 장사했더라면 현재 이익의 세배는 달성할 수 있었겠지만 나머지 80퍼센트가 이익을 잠식해버린다는 거야. 물론 상위 20퍼센트만 놔두고 나머지 80퍼센트는 없애버린다면, 곧 그 20퍼센트의 20퍼센트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고, 또 다시 20퍼센트의 20퍼센트의 20퍼센트…하는 식으로 폐지시키다가 종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 그러니 이 그래프의 진정한 의미는 수익성에 따른 구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돼. 상위그룹은 특별하게 취급하고, 중간그룹은 차별적으로 취급하고, 하위그룹과는 이별하란 얘기야.”
“잘 알겠습니다, 교수님, 여기서 오래 일하다 보니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정해진 메뉴에 대해서는 언제나 비슷한 노력을 기울여왔어요. 하지만 관리자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네요.”---'4장 유교수, 향긋한 회계서비스에 나서다' 中에서
“…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에서 기업이 성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경영노하우나 우리의 핵심역량인 서비스정신에 의해 판가름 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직원들을 평가한다는 마음에 그저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좇으며 불안해 한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아니, 한 대표, 왜 이러나? 자네처럼 고민하는 경영자가 있어야 이런 균형성과표(BSC)가 효험이 있는 거라네. 자네가 고민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으니 내가 오늘 자네에게 선물을 하나 하지.”
“네? 선물이라니요?”
“하하 너무 기대는 말게 어쩌면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자네가 멋지게 BSC를 운용할 수 있는 팁이 내 선물이니까 말일네.”
“교수님도, 참….”
“일단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 대단한 비전과 전략이 있으면 뭐하겠나,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게 받아들이면 그뿐인걸. 특히 요즘처럼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라면 한 가지 공통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인 줄 아나? 절대 아닐세. 쉬운 일이 아니니까 BSC이론이 나온 지 꽤 되었어도 여전히 성공하는 기업사례를 우리가 공부하는 것이 아니겠나. 그 정도로 BSC라는 녀석을 휘두르기엔 아직 우리 힘이 약하다네. 다만 몇 가지 지름길이 있기는 하지. 전략(비전)목표와 연계된 평가지표가 있어야 하네.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모두가 공유하고 받아들여야 하고, 또 그 안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직원들이 마음놓고 직장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그 지표들은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해. 만약 자네가 항공사를 운영한다면 정시이착률율이나 수하물분실률 혹은 사고율 같은 눈에 보이는 지표들이 있어야 한다네. 우리도 달리기 할 때 ‘여기까지’ 하는 지침을 세우지 않나. 마지막으로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이 모든 거들이 보상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걸세.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았다면, 그에게 상응하는 상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마음속의 유인을 끌어낼 수 있기도 하고 말야. 자네가 지금 고민하는 것처럼.”
---'5장 유교수, 막강 경영관리를 말하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