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이야, 아니, 사람만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누군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모든 걸 다 던져 버릴 수 있어.” --- p.87
“사람은 말이야, 아니, 사람만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 누군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모든 걸 다 던져 버릴 수 있어.” --- p.93
“잘 들어라, 총각. 니 인생은 니 거다. 니한테 일어나는 일은 다 니 책임이다. 상대가 어른이든 선생이든, 남이 하라 카는 대로 해서 뭔가를 손에 넣을라 카믄, 니다움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기는 일은 다 지 탓이 아니라 남 탓이라 카면서 살겠지. 안 그렇겠나?” --- pp.105-106
“난 니한테 얼토당토않은 일을 하라 캤다. 니는 얼토당토않다꼬 생각하면서도 니 스스로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하라 카는 대로 따라 했다. 그게 와 나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제. 그란데 말이다, 학교 선생이 하는 말에도 엉터리가 많다. 사회에 나가도 엉터리 같은 말만 하는 상사가 쌨다. 니 기준을 갖고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이 되그라. 엉뚱한 놈이 하는 엉터리 명령에 따르니라, 니 인생을 엉터리로 만들지 말란 말이다. 니 결정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누가 뭐라 카든 이것만은 들어줄 수 없다 카는 강인함을 가지라꼬.” --- p.107
지금까지 어른한테 “말을 하면 좀 들어!” 하고 혼이 난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아무 말이나 듣지 마!” 하고 혼이 난 것은 처음이다. 엉터리없는 교육이지만, 이런 걸 가르쳐 주는 어른은 정말 소중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 p.108
“나는 말이다, 딸한테 사랑받고 싶은 기 아이고, 그저 딸이 행복하게 살아 줬으믄 한다. 알겄나?” --- p.110
“행복이 뭔지를 누가 어디서 뭐라 캤는지, 텔레비전에서 뭐라 캤는지, 그따우 걸로 판단하는 바보가 어디 있노. 그따우 건 다 남의 안경이다. 그대로 가면 아까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질어질 울렁울렁 부대끼는 날이 올 끼다. 니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니한테 맞는 행복이 뭔지 좀 더 제대로 생각해 봐라.” --- p.111
“의사라면 모두 오랜 꿈을 실현한 사람,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긴 일러. 남의 안경을 쓴 채로 어른이 되어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는 의사도 잔뜩 있고, 자기 안경을 발견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트럭 운전사도 잔뜩 있을지 몰라.” --- p.126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남이 가진 것이나 남이 부러워 할 만한 걸 쫓아가는 식으로 바뀌어 버렸어. 내가 되고 싶어서 의사가 된 게 아니라, 다들 의사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니까 의사가 된 거야. (…) 그런 나를 가장 싫어했던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어.” --- p.128
“아이는 말이야, 진심으로 믿어 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비로소 재능을 꽃피울 토양이 생기는 거야. (…) 아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이를 신뢰하는 건 아니야. 아이는 거짓말을 하거든. 잘나 보이려고, 자기를 지키려고 거짓말을 해. 그게 보통이야. (…) 그 사실을 알고서도 아이들 믿어 주는지 아닌지가 중요해.” --- pp.131-133
“영어를 할 줄 아는 것보다는 영어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가 더 중요해. (…) 저쪽에 가면 영어를 할 줄 아는 건 특기도 뭣도 아니야. 할 줄 아는 게 당연한 거니까. 그런데 그 나라 말이 서툴러도 남들이 갖지 못한 걸 가진 사람은 살아갈 수 있어. 거꾸로 아무리 영어가 유창해도, 알맹이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 (…) 괜찮아. 주저 말고 바깥세상으로 나가. 그런데 나가 보면 알게 될 거야. 너한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너한테서 듣고 싶어 하는 건, 우리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야. 하지만 너한테 아무런 지식도 없으면 점점 관심이 사그라들게 마련이야. ‘일부러 멀리서 저 하나만을 위해 영어를 배우러 온 동양인’한테 누가 얼마나 관심을 갖겠어. 해외에 유학을 가고 싶으면 영어보다 국사나 고전문학 같은 걸 죽어라 공부하는 게 훨씬 좋아.” --- pp.146-147
결국 어딜 가든 거기 있는 건 오늘의 나일 뿐이다. 훗날 다른 곳에 있는 나는 어쩐지 다른 나일 것 같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거기 있는 건 오늘의 나다. 치사토 누나는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가르쳐 주었다. 확실히 그렇다. 지금 이 시간은 내 인생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 뿐, 부모님과 얘기할 때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그랬던 거다. 손에 닿지 않게 되어서야 비로소 사랑스러워지는 게 있다. 그러나 손에 닿지 않게 되어서야 깨닫는 건 싫다. 정말 싫다. --- pp.148-149
“사명(使命)이라는 건 글자 그대로 자기 생명을 어디에 쓸지 스스로 정하는 거야. 그리고 제 생명에 끝이 있다는 걸 강하게 인식한 자일수록, 제 사명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하지. 사명을 갖지 못할 바에야 죽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야. (…) 사명을 찾는다는 건 한정된 생명을 영원히 이어질 무언가로 바꾸고 싶어 하는 행위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사람은 제 생명이 유한하다는 걸 느끼는 경험을 통해서 사명에 눈뜰 수 있어. 제 인생이 앞으로 5년밖에 안 남았다면, 그 5년 동안 돈을 많이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겠나? 큰 집을 지으려고 하겠나? 그건 생명이 유한하다는 걸 느낀 뒤에, 그 생명을 또 다른 유한한 것과 바꾸는 행위나 다름없으니까, 그런 일을 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게야. 인생이 5년밖에 안 남았을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건 말이지, 유한한 생명을 유구한 무언가로 바꾸고 싶다는 바람이라네. 그게 사명인 게야.” --- p.156
“나는 길어야 앞으로 몇 년이면 이 세상을 등지겠지. 하지만 오늘의 기억은 자네 안에서 계속 살아갈 게야. 그리고 자네 사고방식의 한 부분이 되어 다음 세대에 전해질 테고. 유한한 내 목숨은 지금 이 순간, 자네 덕분에 유구한 것으로 변했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그만큼 커다란 의미를 가진 행위인 게야.” --- p.158
“있잖아, 형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솔직하게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사나? 형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나?”
---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