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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받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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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496g | 138*203*30mm
ISBN13 9788954439916
ISBN10 8954439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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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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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손이 천주쟁이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자 검은 구름이 몰려와 여름의 푸른 하늘을 회색으로 물들였다. 섭주 현령 김광신은 숨 돌릴 틈도 없이 집행 준비에 들어갔다. 사형(死刑)인지 사형(私刑)인지 분간 가지 않는 집행이었다. 김광신은 노기 띤 표정으로 수염을 떨며 망나니 석발을 데려오라 지시했고 명을 받은 군노와 사령들은 지체 없이 도살장으로 달려갔다.
--- p.9

“이거 받고 나가, 이 화상아!”
“돈은 이방한테 받아. 내가 오늘 사또한테 큰일을 해줬걸랑.”
“네놈이 저지른 짓을 누가 모를까?”
“그게 무슨 소리야?”
석발은 뭔가를 아는 듯한 주모의 표정을 뜯어보며 물었지만,
주모는 석발의 어깨를 떠밀 뿐이었다.
“나가! 나가라니까!”
“무슨 소리냐구?”
--- p.17

한여름인 지금, 이 마을은 반년 사이에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 은혜로움이 넘치고 축복이 범람하는 하나님의 성소가 되었다. 땅은 기름지고 인심은 후해졌다.
--- p.33

“여기 나오는 거 네 엄마는 아니? 네 엄마 말야!”
“어디 무당 딸이 감히 교회를 나와?”
“이 성경 어디서 났어? 훔친 거지?”
“이런다고 목사님이 너한테 눈길이라도 줄 것 같아?”
“부정 탄다, 부정 타! 썩 꺼져!”
“어휴, 냄새. 이렇게 하고 교회에 들어가겠다고?”
“좀 씻어라! 목사님이 이런 꼬라지 좋아할 거 같니?”
“얘네 산신령은 좋아하겠지.”
--- p.34

저 멀리서 뭔가가 떠내려오고 있었다. 가까이 올수록 금색 빛이 수면을 밝혔다.
그것은 광휘의 강림, 기적의 실현이었다.
묘화는 최면술에 걸린 것처럼 자신에게로 오는 물건을 향해 헤엄쳐나갔다. 물건도 상대를 알아본 듯 그녀를 향해 흘러왔다. 빛이 둘을 감쌌다. 묘화가 정체를 알아본 순간 물건에서 솟구치는 광휘가 한층 강해졌다.
--- p.60

“세상천지에 그런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목사님! 기도가 끝나자마자 내가 벌떡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되었거든요! 아멩!”
--- p.78

그런데 묘화라는 아이를 알고 나서부터 그는 또다시 그 몸살을 느꼈다. 가까이든 멀리든 묘화가 있으면 예전처럼 몸이 쑤셨고 당장에라도 이상한 환각들이 보일 듯 눈앞이 어지러웠다. 등 뒤에 무언가가 있는 느낌을 받았고 옛날의 찜찜한 기운이 몰아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에 시달렸다.
--- p.128

“순남이가 죽었다고요?”
정균과 김 집사 부부의 얼굴에 놀람이 그대로 드러났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했소.”
“세상에…… 앞날 창창한 그 어린 것이 뱀한테 물려 세상을
뜨다니…….”
안강댁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문을 외웠다. 이병호는 부부는 안중에 없다는 듯 정균만을 바라보았다.
“독이 너무 빨리 퍼졌소.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순남이가 다시 경련을 일으켰소. 어떻게 손을 써볼 틈도 없었어요.”
--- p.170

어두운 밤하늘 아래, 쓰러져가는 묘화의 집은 귀신이 나올 법했다. 그림자 셋이 집 앞에 우뚝 섰다. 이들은 돌아래마을에 등장했을 때 입고 있던 검은 옷 대신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고 있었다. 십자가를 벗어 던진 목에는 염주 비슷한 목걸이가 걸려 있었고, 땅에 내려놓은 보따리 안에는 묘화에게 살을 날릴 때 쓰였던 무구들이 있었다.
--- p.268

어딜 가나 시체였다. 앉거나 서서 죽은 시체가 있었고 지붕 위로 올라가 있거나 우물에 박히거나 축사 안에 던져진 시체도 있었다. 하나같이 죽음의 모습은 똑같았다. 그들은 머리를 잃었고 당연히 목격과 증언의 능력도 함께 잃었다.

--- p.35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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