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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샴푸

귀신 샴푸

검은달-003이동
리뷰 총점9.6 리뷰 20건 | 판매지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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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236g | 153*220*20mm
ISBN13 9788962471908
ISBN10 8962471906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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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웃은 거지? 내가 놀라는 모습이 웃겼나?’ 어리둥절하게 서 있던 주아는 곧 개털에 시선이 꽂혔다. 부스스한 털로 유명한 푸들이었다. 주아는 ‘혹시 내 머리카락이 저 개털과 비슷해 보여서 개 주인이 비웃은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주아에겐 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머리카락 때문이라고 여기는 버릇이 있다. 아무리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 p.9

아니나 다를까, 손을 든 아이 중에 미나가 있었다. 미나와 같은 팀이라니, 생각만 해도 껄끄러웠다. 게다가 하필 오늘은 미나와 같은 옷을 입고 오지 않았나. 나란히 섰다가는 비교 당하기 딱 좋았다. 잠시 뒤, 주아는 관심도 없는 개그 팀에 이름이 적히는 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댄스 팀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손을 흔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들 원하는 팀에 들어가 만족한 눈치였다. 머리 모양이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미나처럼 예쁜 생머리였다. 빗자루 머리로 무대 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떠올린 주아는 곧 고개를 떨구었다. 상상만으로도 자신의 모습이 창피했다.
--- p.17

뜻 모를 얘기를 중얼거리던 여자는 곧 주아의 머리에 샤워기를 갖다 댔다. 갑작스런 여자의 태도에 놀란 주아였지만 딱히 손해 볼게 없어서 여자가 하는 대로 그냥 있었다. 여자는 손으로 주아의 머리를 박박 문지르며 감겼다. 허브 향과 비슷한 쌉싸름한 향이 코를 찔렀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그냥 물로만 머리를 감는 느낌이랄까? 그런데도 여자는 뭔가를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씻어 내더니 수건으로 문질러 물기를 빼 주었다.
“드라이로 말릴 필요 없어. 자연 건조가 좋아! 이제 됐으니 그만 돌아가.”
“돌아가라니요. 파마는요?”
“필요 없어. 이 샴푸만으로 충분해.”
주아는 젖은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따졌다.
“이게 다 된 거라고요?”
--- p.82

주아는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샴푸를 머리카락에 고루고루 묻혔다. 그런 다음 머리카락에 샴푸가 흠뻑 스며들도록 한참을 문질렀다. 하지만 거품이 나지 않았다. 미끈거리는 느낌만 없었다면 물로 머리를 감는 게 아닐까 착각했을 것 같다. 게다가 갑자기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숱이 많아진 느낌이 들었다. 주아는 천천히 머리통을 더듬더듬 만져 보았다. 가발이 더 얹어진 것처럼 머리카락이 수북했다.
‘어라! 내 머리숱이 이렇게 많았나?’
주아는 서둘러 물로 손부터 헹구다가 순간 눈을 찔끔 감았다. 샴푸가 눈에 들어간 건지 너무 따가웠다. 얼른 눈을 물로 헹구고 슬그머니 떠 보았다.
헉! 어떤 여자가 주아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얀 얼굴에 시뻘건 눈을 한 채.
--- p.78~79

순간, 뒤에서 슥 누군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거울로 본 뒤쪽엔 아무도 없었다.
“내 샴푸야!”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주아는 얼른 뒤돌아보았다. 앉아서 수다 떠는 아이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장난치는 아이들 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잘못 들었나? 분명 여자 목소리였는데…….’
주아가 다시 머리카락을 묶으려는데, 또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샴푸 내놔!”
젊은 여자 목소리 같았다.
--- p.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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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샴푸》는 외모 콤플렉스에 빠진 주아가 친구의 찰랑찰랑한 생머리를 부러워하다 못해 훔쳐서라도 갖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갖고 싶은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는 존재로 처녀 귀신만 한 것이 없다. 이런 아이의 마음이 처녀 귀신을 불러냈고, 이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아이의 눈에는 자꾸 처녀 귀신의 모습이 보인다. 단점이나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래도 유독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이 크게 보일 때가 있다. 이럴 때 마음에 어두움이 드리운다.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에 빠져든다는 건 자신 안에 있는 부정적 감정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른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무엇을 억압하느라 애쓰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럴 때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어른이 곁에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아이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통해 그 두려움을 발산하고 해소한다. 공포나 귀신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을 불러내는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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