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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노래

산티아고 길노래

카페의 서재-02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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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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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22쪽 | 133*210*20mm
ISBN13 9791190063036
ISBN10 119006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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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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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내가 살아오면서 한 일들도 그랬다. 뭔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좋은 일인 듯해서,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니까 기대와 두려움으로 발을 들여놓은 선택의 순간부터 삶의 물결을 타고 흐르다 거센 구비를 돌아 잠시 잔잔한 곳에 머무를 때, 그때서야 아! 하고 내가 왜 이걸 선택했는지 알게 되는 순간을 만난다. 그러고 나면 다시 세찬 물살에 휩쓸려도 조금 쉽고 편하게 흐를 수 있게 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일이 꼭 그랬다.
--- p.7

12개국에서 모여든, 머리 모양도 피부색도 차림새도 다양한 친구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을 초롱거리고 있다. 기타를 건네받고 무슨 노래를 부를까 생각하다 처음은 노래 대신 아무 말 없이 [진주]를 연주하고 싶었다.(중략)
연주 중간에 갑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허밍으로 멜로디를 따라 불렀다. 손에 쥔 기타와 ‘우웅~’ 하고 공명이 생겨나 내 가슴에, 그리고 내 앞의 사람들에게도 닿는 느낌이 들었다. 기타 지판과 손가락을 보면서도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들어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p.39

그때는 답할 수 없었다. 다만, 고통을 외면하는 치유가 아니라 제대로 들여다보고 만나서 보듬는 치유가 되기를, 내 고통만 보는 게 아니라 너의 아픔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감이 되기를, 여기까지 먼 길을 걸어오며 내 안의 아픔들을 하나씩 떠올리고 풀어낸 것처럼 당신들도 그렇게 자유로워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상징들을 굳게 움켜쥔 조각상의 손을 쳐다보았다. 멀리 날아가지도 않을 벽돌을 움켜쥐었던 내 손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그 마음을 알아. 그러니 이제 무거운 상징과 돌은 그만 내려놓기로 하자. 그때의 뜨거운 마음도 같이. 텅 빈 손으로 가볍게 너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다면 좋겠다. 산티아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 p.150~151


푸짐하게 먹고 마신 뒤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밤중에 벌떡 깨어났다. 뭔가 빠진 듯했다.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무언가를 태우고 싶었다. 아침이 되자 배낭을 메고 다시 등대로 향했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 어제 책을 태웠던 그 자리로 갔다. 바다를 보고 자리에 앉아 수첩을 꺼내 내가 태어난 해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한해 한해를 적었다. 그리고 한장 한장 뜯었더니 양이 꽤 됐다. 손에 들고 들여다보았다. (중략)
나를 아프게 했던 여러 기억도 같이 떠올렸다. 그때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걸 이젠 잘 알고 있다. 메모장들을 하나하나 모두 태우고 나니 한 줌, 하얀 재가 남았다. (중략)
이제 어떤 것을 만나든 “안녕!” 하며 잘 맞이하고, 헤어질 때도 “안녕!” 하며 잘 헤어지고 싶다. 그렇게 좀 가볍게 살아가고 싶다. 버거운 일들은 이제 ‘안녕’이다. 물론, 다시 그런 일이 온다 해도 또 가볍게 ‘안녕’하고 맞이하리라.
--- p.18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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