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시운동 참가자의 한 사람으로 우선 소재의 다양화에 힘
을 기울이면서 동시의 이미지 심기에 창의력을 모아 왔다.
자연 소재를 더 넓혀서 천체·별나라·우주 전체로 시의 세계
를 넓혀 갔다. 평자들이 이들 작품을 ‘우주 참여의 시’로 이름 지
어주었다. 이 선집에서는 「달나라에서 방학 숙제」·「달 끌어오
기」등이 그것이다.
생활 소재를 더 넓혀서 교육에서 배우는 역사를 모두 시의 소
재로 삼았다. 평자들이 이들 시작품을 ‘역사 참여의 시’로 이름지
그러므로 놀라운 소재, 놀라운 표현에서 동시의 성공작이 생산
된다. 경이로운 소재에서 생산되는 것이어야 성공작이 된다는 말
이다.
나는 판타지를 그 심도에 따라 제1차 판타지, 제2차 판타지,
제3차 판타지의 셋으로 구분해서 활용했다. 단순한 상상이 제
1차 판타지이다. 본 선집에서 「개미가 타면」·「손가락 끝에 눈
어 주었다 이 선집의 「첨성대」·「고구려의 아이」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하여 동시의 세계가 다양해지고 시의 스케일이 커지게 되
면서 독자들의 반응도 좋아졌다.
우리의 생활에 고통을 안겨준 것이 민족 분단이다. 이로 말미
암아 전쟁이 일어났고, 수백만 동포가 목숨을 잃었다. 하루도 쉬
임 없이 전 민족에게 이어지는 분단의 고통이 나에게 통일 주제
의 시를 쓰게 했다.
통일의 시는 나의 첫 동시집(1961) 에 실은 「여덟시 반」에서
시작된다. 남·북 어린이들이 교문을 들어서는 아침 여덟시 반
이면 발을 맞추게 된다는 내용이다. 통일이 된 날을 가상해서 쓴
「통일이 된 날의 교실」등 통일 소재의 시가 많기 때문에 이번 선
집 4부에다 모았다.
평자들이 나의 통일 소재의 시를 ‘통일 참여의 시’로 불러주었
다. 우주 참여, 역사 참여, 통일 참여의 시는 내 문학의 개성이 되
었다. 그리고 역사 참여, 통일 참여의 시를 읽고 나를 민족 시인
으로 불러주는 이들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나는 이 호칭을 수용
하였다.
특히 수백만 동포의 목숨을 앗아간 민족분단은 강대국이 자기
나라 이권을 위해 저지른 세계사적인 사건이므로 이를 [20세기의
죄악]이라 이름짓고, 나의 동시와 국민에게 주는 ‘국민시’에서 시어로 써 왔다.
나에게 안겨진 남은 숙제 하나가 판타지 개발이다.
판타지 기법은 신화, 민화, 고대소설이 지녔던 것이다. 이것을
동화·동시가 같이 창작 기법으로 삼게 된 것이다. 판타지는 한
국 동시의 시작인 「해에게서 소년에게」에서부터 기법으로 쓰였으
나, 이를 더 넓히고 발전시켜야 했던 것이다.
아동문학이 판타지를 크게 수용하는 이유는 판타지 기법이 재
미나는 것, 이상한 것, 별난 것, 놀라운 것을 좋아하는 동심의 경
이선호성(驚異選好性)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심은 보통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특수인간 이야기를 좋아한
다. 키가 커서 구름 위에 닿는 거인이나, 손가락 키의 소인국 사
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어린이들 뿐 아니라 동심을 지닌 성
인들도 그렇다.
몸이 절반 뿐인 반쪽 사람, 눈이 하나 뿐인 일목국인(一目國
人), 얼굴이 앞뒤에 있는 양면국인 이야기가 동심의 관심이 되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그러므로 놀라운 소재, 놀라운 표현에서 동시의 성공작이 생산
된다. 경이로운 소재에서 생산되는 것이어야 성공작이 된다는 말
이다.
나는 판타지를 그 심도에 따라 제1차 판타지, 제2차 판타지,
제3차 판타지의 셋으로 구분해서 활용했다. 단순한 상상이 제
1차 판타지이다. 본 선집에서 「개미가 타면」·「손가락 끝에 눈이 있다면」등이다. 제2차 판타지는 모든 사물을 인격화해서 언
어와 사고력·감정을 갖게 하는 의인법이며, 물활론(物活論,
hylozoism) 그것이다. 이 동시집에는 「숲에는 민주주의」·「자
동차가 더 빨라」등 시작품이 있다. 제3차 판타지는 여기에 마술
(magic)을 곁들인 기법이다. 이 시집에는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할 말」·「클 수 있는 것도 내 자유」등이 있다. 제3차 판타지는 바
로 쉬르리얼리즘(surrealism, 초현실주의) 그것이다.
동시의 세계는 판타지 기법을 수용함으로써 불가능이 없는 대
자유의 세계를 이루게 되었다. 나는 판타지 세계 개척을 나의 마
지막 작업으로 생각하고 작품 창작에 임하고 있다. 나의 여생을
동시 세계의 대자유를 위해서 바치겠다는 생각이다.
만물이 언어와 사유에서 인간과 대등한 세상, 몸 바꾸기(둔갑
술)가 자유로운 세상, 몸 줄이기와 몸 키우기가 맘대로 되는 세
상, 힘을 합치면 무엇이나 가능한 세상(달을 끌어올 수 있는), 무
엇이나 열리는 나무(학용품이 열리는 나무까지), 아무 거나 싹틔
우는 흙(돌멩이까지 싹이 튼다), 아무 거나 비가 돼 내리는 세상
(사탕 비가 내리기도), 나무와 물건이 걸어다니는 세상, 구름을
쟁기로 갈아엎어 농사도 짓는 세상이 동시의 세계다.
이렇게 하여 동시의 세계는 불가능이 없는 대자유의 세계가 되
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