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은 숨을 짧게 내뱉고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지 않는다에 천 달러를 걸겠어.”
이 말에 모두의 눈길이 다시 말린에게로 향했다. 1876년도에도 천 달러는 부잣집 자제일지라도 결코 만만치 않은 거금이었다.
말린이 한 번 더 말했다.
“네가 올여름 마시 교수와 함께 서부에 가지 않는다에 천 달러 걸겠어.”
내가 대꾸했다.
“좋아. 내기를 받아주지.”
그 순간 깨달았다. 비록 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여름 내내 소름끼치게 뜨거운 사막에서 미치광이로 소문난 늙은이와 오래된 뼈를 파내며 함께 지내게 되었다는 것을.
--- p.15, 「천 달러짜리 내기」 중에서
“다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당연히 궁금할 거야. 하지만 말해주기엔 아직 너무 일러. 시카고를 지나면 말해주겠네. 그때까지는 낯선 이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우리 일정에 대해서 입도 벙긋하지 말게. 그자의 스파이가 사방에 깔려 있으니까.”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자가 누굽니까?”
마시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코프지!”
낯선 이름을 들은 학생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마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제군들, 그자는 아무리 경계해도 모자라다네. 에드워드 드링커 코프 교수는 과학자 행세를 하고 다니지만, 실은 흔한 좀도둑이자 염탐꾼에 불과하지. 나는 그자가 훔칠 수 있는 것은 정당한 노력으로 얻는 꼴을 본 적이 없어. 그자는 비열한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야. 조심들 하게.
--- p.44, 「끝없는 의심」 중에서
윌리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섰다. 코프! 코프가 나타났다! 바로 여기, 샤이엔에! 코프는 윌리엄을 다시 앉게 하고 웨이터에게 손짓으로 커피를 주문한 다음 윌리엄에게 말했다.
“긴장하지 말게. 난 마시의 말처럼 괴물이 아니니까. 그 괴물은 마시의 병적인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지. 삐뚤어진 천성을 타고난 인간이거든. 자네도 알겠지만, 그 인간은 뚱보인 것만큼이나 편집증적이고 속을 알 수 없는 데다가 모든 사람을 나쁘게만 보려 들지. 커피 더 하겠나?”
--- p.88~89, 「예상치 못한 만남」 중에서
한 시간 뒤에 리틀 윈드가 힘겹게 말을 몰고 돌아왔다. 그리고 북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야영 흔적 하나. 사람 둘, 말 두세 마리. 모닥불 자국 하나. 텐트 자리 없고, 소총 탄피 많다.”
그가 손을 펴자 구리 탄피들이 폭포처럼 쏟아지면서 햇살에 반짝였다. 스턴버그가 탄식했다.
“오, 맙소사!”
코프가 험악하게 중얼거렸다.
“마시의 졸개들이군.”
모턴이 리틀 윈드에게 물었다.
“그들을 봤습니까?”
리틀 윈드는 고개를 저었다.
“떠난 지 몇 시간 됐다.”
“어느 방향으로 갔나요?”
리틀 윈드는 동쪽을 가리켰다. 그들의 목적지와 같은 방향이었다. 코프가 중얼거렸다.
“또 그놈들과 마주치겠군.”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덧붙였다.
“재미있겠는걸.”
--- p.136~137, 「불청객들」 중에서
“이젠 틀렸어. 우린 죽은 목숨이야.”
아이작이 절망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것 같군.”
쿠키가 맞장구치고는 땅에 침을 뱉었다.
스턴버그는 생각이 달랐다. 저들이 어떤 부족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 수족이라면 아이작의 말이 맞았다. 코프 일행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수족은 여전히 멀리 남쪽에 있을 터였다.
쿠키가 코웃음을 쳤다.
“어느 부족이건 무슨 상관이야? 놈들이 여기 있고, 우리도 여기 있는데. 저 족제비 같은 리틀 윈드가 우리를 여기로 유인해서…….”
코프가 쿠키의 말을 잘랐다.
“그만들 하지. 우리 일이나 하자고. 캠프를 차리고 자연스럽게 행동해.”
--- p.141~142, 「황무지」 중에서
마침내 흙먼지를 뒤집어쓴 코프가 윌리엄 곁으로 올라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잠시도 쉬지 않았다. 소맷부리로 얼굴을 닦고 윌리엄이 파놓은 자리를 뚫어져라 보며 물었다.
“카메라 어디 있나? 카메라 좀 가져와. 현장 사진을 찍어야겠어.”
윌리엄이 놀라서 되물었다.
“이 돌들을 찍으시겠다고요?”
“돌? 이게 돌이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아.”
“그럼 뭔데요?”
--- p.208, 「어마어마한 발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