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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원 작품집

오상원 작품집

[ 개정판 ] 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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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128*188*30mm
ISBN13 9791128830792
ISBN10 1128830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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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 간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놈들은 멋적게 총을 다시 꺼꾸로 둘러메고 본부로 돌아들 갈 테지. 눈을 털고 주위에 손을 부벼가며 방안으로 들어들 갈 것이다. 몇 분 후면 화로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담배들을 말아 피고 기지게를 할 것이다.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 갔다. 흰 눈 위다. 햇볕이 따스히 눈 위에 부서진다.
--- 「유예」 중에서

그는 무거운 걸음을 옮겨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길가에 나붙은 신문 게시판 앞으로 걸어갔다. 혹시 취직자리라도 광고에 나 있나 하는 생각이 잠재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는 머뭇머뭇 신문 전면을 위아래로 살펴 내려갔다. 사기, 살인, 강도, 절도, 횡령, 기아, 자살, 테로, 신문지는 악(惡)의 보도로 꽉 차 있는 것이다. 어제도 그러하였다.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어디에서고 악은 반복되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 「난영」 중에서

조국, 조국 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조국이 무엇인지를 그실은 모르고 있어. 즉 맹목적인 정열뿐이지. 이것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정치가들이거던. (중략) 우리만이 아니거든. 어느 정당 단체를 막론하고 그 강령은 다 멋진 바 있어. (중략) 그러나 그들은 그야말로 정권욕뿐이야. 하루해가 지기 무섭다고 무질서하게 난립(亂立)하는 정당들의 동태를 보란 말이다. 그 속에 우리들은 휩쓸려 들어가서 조종되고 있거든. 다시 말하면 우리들의 조국에 대한 순결한 정열이 더럽혀져 가고 있단 말이야.
--- 「모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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