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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는 바다를 품고 산다

갈대는 바다를 품고 산다

문학의전당 시인선-30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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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88g | 148*210*9mm
ISBN13 9791158964276
ISBN10 115896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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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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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꼿이 서서 뛰는 짱뚱어
갯벌 차며 던지는 지느러미 바다
물 끝 헤치고 나가는 깃발을 보라

기적 속으로 살아나가는 자유
뻘민의 노래가 들린다

아, 만세

바람벽 세워 산정에 타 붉게
흔들며 사는 바다
세월의 살을 살적에 꽂아놓는다

어린것 몰고 재촉하는 이

별이 돋는 하늘에
손가락 하얗게 꼭꼭 매고 있는 이
---「갈대바다」 중에서


한판 신명나게 춤사위 펼치고 있다
임금도 나도 넋을 잃고 만다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나는 당나귀 정(鄭)가의 종손
예수 나귀 타고 입성할 때
나를 탄 거라 믿는 광신자다

무아에서 부는 칼바람이 작열한다

귀 잘린 갈대 교도들
허튼소리어거지소리비렁뱅이소리거짓부렁이소리
다 잘려 나간다

칼바람이 부는 날 순천만에 간다

미치러 간다
갈대에 베어지고 싶어 간다
---「갈대가 가끔 칼 쓰는 날」 전문


이쯤에서 누가 시비 하겠는가
한 무더기 똥처럼 시원했던 적
마음도 통쾌히 눌 수 있었다면
어쩌다 똥섬이라
변죽 울리지만
밤바다 별들이
싱겁지 않은 것은
해묵은 사랑 잡아당기며 울어대는
네 눈물이 있기 때문이다
---「솔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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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순 시인은 순천만 지킴이다. 그의 시에는 순천만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눈물병’이라니! 순천만 인근의 주민들 및 여러 가지 이유들로 순천만을 오간 많은 이들의 사연과 눈물들을 그는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그 눈물들은 증류되고 정화되어 그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맑디맑은’ 물이 되었다. “순천만 맑은 두멍물”은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더 소중하고 “울다 만 병”은 훨씬 섧고 애달프게 느껴진다. 희로애락의 모든 질곡을 묵묵히 감싸 안는 순천만이 늘 그 자리에 존재하기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삶의 피로를 떨쳐버린 채 한결 가벼워진 심신을 되찾을 수 있다. 사는 동안 내내 순천만과 동행하던 시인은 급기야 죽음에 이르러서도 순천만의 품에서 순천만과 함께 가겠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는 삶과 죽음을 초월하여 절대적 치유 공간의 위상을 부여받은 순천만 일대의 존재감을 확인케 된다.
- 지주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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