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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건 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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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돌-2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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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346g | 140*210*15mm
ISBN13 9788971999707
ISBN10 8971999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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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감과 더불어 의자에서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고대 이집트의 왕좌를 보면 왕관을 쓴 투탕카멘이 떠오른다. 낡은 흔들의자가 있으면 그곳에 앉아 파이프 담배를 피울지도 모를 할아버지나 무릎 위에 고양이를 앉히고 깜빡깜빡 조는 할머니가 보인다. 새로 만든 아기 의자를 보면 내일 그곳에 올라가 앉으려는 아기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내가 의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 p.16~17

‘개성’은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 쉽다. 따라서 난 별나지 않은 모습으로 친구들이 즐겨 듣는 유행가를 함께 듣는 척하고 유행하는 영화를 본다. 인터넷에서 영화 리뷰를 읽고 적당히 장단을 맞추어 줄 때도 있다. 그런 자신이 점점 한심하게 여겨지기는 해도 여태껏 취미가 같은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내심으로는 다른 애들과 고만고만해야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자기 자신을 죽이면서까지 비슷해지고 싶지는 않다. 대량 생산품도 아닌데 모두가 하나의 색깔로 물든다는 건 그야말로 최악이다. 어쩌면 다들 ‘난 사실 너희와 달라’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다만 고립될 용기가 없으니까 적당히 그런 척할 따름이다. --- p.44

“물론 모형을 만드는 일도 힘들겠지만, 맨 처음 디자인 단계가 더 중요해. 이건 디자인 대회니까 말이야. 디자인에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어. 나무를 깎아 조립하는 일은 시간에 정해진 대로 해 나가면 되겠지만, 디자인은 그렇지 않아. 몇 시간 꾸준히 작업한다고 해서 성과가 반드시 나오리라는 법이 없거든. 손이 아니라 머리를 써야 하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갑자기 리리가 일어섰다.
“꼭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 같네?”
“뭐가?”
“지금 한 말은 디자이너가 위에 있고, 모델러가 아래에 있다는 식이잖아?”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야. 디자인은 아이디어를 내는 작업이라서 하루에 몇 시간 일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오는 수작업하고는 다르다는 얘기였지.” --- p.113

“잘 들어라. 넌 등받이를 105도로 만들고 싶다고 했어. 괜찮은 각도야. 가볍게 걸터앉기에 적당하지. 그런데 말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야. 물론 90도라면 혼자 곧추설 수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인간관계가 잘 풀리지 않아. 그렇다고 소파나 소파베드처럼 푹 파묻히듯 앉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말이야.”
“무슨 말씀이죠?”
나는 그제야 할아버지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철저하게 의지하면, 상대가 떠받쳐 줄 수 없는 법이야. 살짝 기대는 정도가 딱 좋아.”
“…….”
“그리고 말이야, 상대도 힘들 때는 너한테 살짝 기대 올 거야.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사람 인人’이라는 한자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인간이란 누구나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면서 살아가는 거란다. 혼자 서 있는 사람은 보기 흉해. 알겠니? 넌 지금 그 아이에게 살짝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의존하고 있어. 그런데도 꼭 혼자 서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 그렇지 않니?” --- p.115~116

“이 일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단다. 어릴 적부터 펜이나 장난감을 분해해서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들여다보지 않으면 성에 차지 않았어. 이렇게 하면 좀 더 모양이 그럴듯해지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멋대로 바꾸어 보고 말이야. 그런 짓에만 열중하던 개구쟁이 디자인 오타쿠였단다. 그러니 이 길로 들어설 수밖에. 뭐라고 하면 좋을까? 말하자면 들어서야 할 길로 들어선 셈이지, 뭐.”
데라다 씨의 말은 귀로 들어와 서서히 몸속으로 퍼져 나갔다. --- p.139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 동안 요시노 씨가 말한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여태 의자 디자인 말고도 내게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내게도 무언가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
이런저런 다른 일을 생각해 내려고 머리를 쥐어짜 본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의자 디자인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의자를 만들고 싶다. 어쨌든 지금은 의자를 만들고 있다. 우선 만들어 보자. 단지 좋아한다는 것만이 아니라 얼마나 해낼 수 있는지…… 내가 의자 디자인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아직은 모르니까 말이다. --- p.152

요새 들어 내가 상당히 변한 것 같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벌벌 떨면서도 누군가에게 기대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기대를 받는다는 것, 서로 의지하는 105도의 관계……. 수고와 즐거움을 함께하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다.
나와 리리만이 아니다. 이 의자를 만들려면 많은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한다. 기술을 가르쳐 준 세디아의 기술자들을 비롯해 목재를 판매한 사람과 가공한 사람, 통나무를 운반한 사람, 나무를 베어 쓰러뜨린 사람과 나무를 심은 사람, 그리고 볼트와 나사, 도료, 쿠션의 내장재와 거기 씌우는 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작업이 차례차례 이루어져 우리 손까지 넘어왔다. 만약 이 의자를 제품으로 출시하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건축 같은 장대한 프로젝트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 단순한 의자 하나에도 사회적인 관계가 응축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관계 속에 내가 있는 것이다.
--- p.196~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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