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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들

꿈꾸는 사람들

문갑연 | 청어 | 2019년 07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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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82g | 152*225*15mm
ISBN13 9791158606725
ISBN10 115860672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농밀한 어둠의 무게에 깔린 채 누워서 한 동안 미동도 않던 왕환희가 별안간 상체를 일으켰다. 그때까지 바위로 된 천정에다 멍하니 어둠을 꿰뚫고 시선을 박고 있는데, 요 며칠 전서부터 스스로에게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던 사실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던 것이다. 그것은 행동을 촉구하는 어떤 사항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정황들로 인해 매 순간마다 다른 형태로 꿈틀거리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결국은 아무런 행동도 실행하지 못하던 참이었다.

환희는 낮에 심한 중노동을 했다는 핑계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것인데, 잠이 오지 않자 전등불을 밝히고 곧 바로 서재로 향했다. 서재라고는 하지만 부엌과 같은 공간으로 책이 꽂힌 책장이 있고, 책상 위에는 노트북이 얹혔으며, 의자에 앉으면 창문이 바로 옆에 있었다. 환희는 묶어서 거실로 부르지 않고 시대의 감각에 맞게 굳이 서재라 명명했다. 집이래야 그 옛날 남편과 임시로 거처하던 집채만큼 큰 바위를 지붕 삼아 그 아래에다가 주변에 늘려있던 크고 작은 돌들을 벽으로 막아 세웠지만,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지나오면서 해마다 늘어나는 나이테처럼 겹겹이 포개진 칡덩굴 덕분에 세상에서 이보다 더 훌륭한 벽 자재는 없을 것이다. 거기다가 바로 집 아래로 전선이 지나가다보니 전기가 들어와 사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그런데 문을 열면 저만치에 아직도 그 옛날에 공무원들이 들이닥쳐 철거하다가 남은 반 토막의 돌담이 칡과 담쟁이덩굴로 두텁게 포장된 채 서있는 모습은 굳이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이미 혼신으로 각인된 상태다. 그러고 보면 반 토막의 돌담이 그날 희생된 남편의 분신이나 다름없다고나 할까. 그날부터 그것을 바라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고, 이곳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 되어주었다. 환희는 창문을 열었다. 바깥도 어둠은 마찬가지였다. 어둠속에서도 충분히 감지되는 변함없는 형체들,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만큼이나 친숙할 대로 친숙하여 식상할 만도 한데 변화를 바라던 염원과는 달리 긴 세월과 무간하게 여일함에 적이 안심이 되었다.
창문을 열면 저만치 담 가까이에 경호원처럼 제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묵묵히 서있을, 이제는 아름드리가 된 소나무 밑에는 남편이 누워있을 것이고, 그 조금 옆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미완성의 담장 옆 낙엽수 역시 경쟁하듯 그대로 우뚝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의식되지 않았던 신설된 6차선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요란한 소리가 갑자기 귀청을 때렸다. 환희는 반사적으로 창문을 닫고 노트북을 켰다. 원고수정본이 밝아지는 화면과 함께 떴다.

‘유신독재 강점기 제 1포고령인, 그린벨트 해제하라!’ 라고 쓴 제목만도 벌써 수십 번도 더 수정했다. 처음에는 ‘비민주적 한국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이유’였었다. 그런데 조금씩 더 적극적인 표현으로 수정되어 왔다. 환희는 또 다시 제목에서 시선이 멈췄다. 가장 최근에 수정된 것도 며칠 전이었다. ‘잔여물’을 제 1포고령으로 수정했다. 그리고 해제냐 철폐냐를 두고도 늘 갈등해 오던 부분이었지만, 아무래도 해제가 마음에 걸려 진도가 나갈 수가 없다.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았다. 과감하게 철폐로 고쳤다. 환희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어딘 지는 모르지만 역시 투고를 해야 한다는 의욕이 용솟음쳤다. 거의 반세기 동안이나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한꺼번에 머리끝까지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다시 그동안 수없이 그린벨트제도의 부당함을 여러 신문고로 통해 탄원이 아니면 이의제기를 했지만, 속 시원한 답변은커녕 정부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곧 막막함이 엄습했다. 이럴 때마다 일상처럼 찾아오던 상실감은 오늘도 역시, 환희는 결국 체념하듯 두 팔을 머리 뒤로 올려 깍지를 끼고 상체를 의자등받이에 기댄 채 허리를 쭉 폈다. 뒷골이 뻐근하고 어깨의 근육통까지 의식됐다. 냉수를 마신 후 운동을 하려고 방으로 갔다.

환희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방바닥에 놓인 리모컨부터 집었다. 운동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할 참이었다. 텔레비전화면이 밝아오자 화면 상단에 뉴스속보라는 자막이 떴다. 환희는 속보라는 자막을 보면서도 전혀 감정의 폭이 좁아지지 않았다. 벌써 속보가 뜨기 시작한 지도 두 달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변인물 중 민간인으로써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 듯하면서, 저지른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민들의 분노는 결국 주말마다 시청광장으로 나와 대통령 즉각 하야!를 외치게 했다.

그녀는 전 국민에게 스스로 약속을 했었다. 할아버지 대통령께서는 국가건설을 위한다는 급한 마음에 묶는데 급급했습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하지만 저는 대통령이 되면 규제개혁부터 시행할 것입니다. 각자가 가진 능력으로 국가발전을 위해 활발하게 노력할 기회를 주기 위해섭니다. 이것은 국민개개인이 가진 여건과 재능으로 자기 발전은 물론이고 아울러 국가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에게 할아버지 대통령의 독재를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애절하게 부르짖던 손녀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또한 비례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그녀는 할아버지로 인해 남아있던 독재의 잔여물 청산과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여러 선진국의 민주주의를 두루 섭렵하려는 취지에서 무려 십 수 년의 세월을 결혼도 반납한 채 선진국의 여러 대학교에서 보냈다. 그러다가 본국으로 돌아와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최고 명문대에서 강의를 하다가, 결국 후학들에게만 이 거국적인 과제를 맡기고만 있을 여유가 없었다며, 대한민국을 선진대국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미력하나마 도움이 된다면 이 한 몸 바쳐도 아깝지 않다고 판단되어 정계에 입문하게 이르렀습니다! 라고, 그녀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 목적을 자신만만하게 피력했다. 그때 그녀는 전 국민들의 우레 같은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지지율 전국 제 1위를 거뜬히 기록하면서 화려하게 여의도로 입성했다. 그녀는 그린벨트 완화를 공약으로 내놓던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과감하게 그린벨트 해제를 첫 번째 공약으로 내놓았다.

환희에겐 이제 속보라는 단어도 진부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어지던 뉴스속보라 기대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궁금증은 유발했다. 그렇다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국정이 안정될 기미라도 찾았나? 라며 완전히 잘라버리지 못 한 궁금증을 슬그머니 앞세우자, 환희의 시야에는 분노한 국민들이 어이없이 추락한 민주주의를 수호하라!는 피켓과 촛불을 든 채 시청광장을 입추의 여지없이 꽉 메우고 있었다.

그때서야 환희는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말마다 이어지던 집회이지만 갈수록 참석자의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아나운서가 말했다. 그런데도 분노로 가득 찬 국민 개개인은 감정을 그대로 표출시키는 대신 평화집회로 승화시켜 민심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오늘도 여전하다며 아나운서가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첫 집회 때 20만 명으로 시작된 참가자들이 2차 3차 4차 집회의 횟수가 쌓일수록 그 숫자도 쑥쑥 올라갔다. 오늘은 추산 250만 명의 인파가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압경찰과 병력의 긴장과는 달리 폭력 집회가 아닌 평화적 집회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극히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면 폭력은 불 보듯 번한데도 반대로 문화행사로 승화시켰다는 찬사까지 받으면서,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집회문화가 이미 세계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극찬했다. 여자 아나운서는 이어서 오늘 밤 8시에는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촛불은 물론이고 각 가정과 모든 건물에서 이 집회를 보는 국민들도 동참하는 뜻에서 1분 동안 불을 다 꺼 달라는 당부를 하고 있었다.

이때 화면은 퍼포먼스를 펼치는 무대로 옮겨갔다. 마침 무대 위에서는 기타를 든 유명 가수가 노래를 부른다. 지식은 물론이고 그녀의 진심을 믿었기에 나라를 맡겼는데, 뒤통수를 맞은 듯 황망함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새해는 희망을 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가사에다가 애절한 곡을 붙였다고 했다. 잠시 후, 화면은 광장을 메운 군중들에게로 초점을 맞췄다. 그 많은 촛불이 파도를 타듯 밀려가더니 이번에는 반대로 촛불이 파도를 타고 밀려오고 있었다. 환희가 어느덧 아름다운 파도타기 불꽃 삼매경에 폭 빠져있을 때였다. 휴대전화기가 울었다.

“엄마!”
“그래! 우리 교수님!”

환희는 딸이 언제나처럼 자랑스러워 오늘도 우리 교수님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런데 전화기 속에서 갑자기 군중들의 소리가 한꺼번에 터졌다. 마침 별이가 무슨 말을 하는데 군중들의 소리에 묻혀버렸다. 환희의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그것은 별이의 설명을 듣지 않았음에도 꼭 화면 속 그 어딘가에 딸이 끼여 있을 것만 같은 예감에 시달렸다. 아직 시야에는 조금도 다름없이 촛불을 든 군중들이 운집해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폭력이 난무할 것만 같은 불안감이, 그래서 별이가 그 첫 희생자라도 될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별아! 너, 지금 어디니!”

환희의 목소리가 얼마나 다급하고 거칠었던지 별이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엄만! 제 나이가 얼만데요!”
“나이 많은 게 자랑이야! 시집이라도 갔으면 내 이러지는 않는다!”
환희는 잔뜩 고조된 목소리의 톤을 낮추지 않은 채 별이를 계속 다그쳤다.
“그건 제가 할 소린걸요! 엄마야 말로 사람 사는 데, 저 있는 곳으로 제발 좀 나오세요!”
“빨리 말해! 지금 그 현장에 있다면 속히 집으로 가!”
“엄마, 저 걱정 마세요! 여기는 안전해요. 텔레비전에서 보는 거와 직접 현장에 나와 보니 이게 훨씬 안전하네요.”
“지금은 평화적일지 몰라도 사람들이 그 정도로 많이 모였는데, 한 치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 사고는 뭐 신고하고 나나?”
“걱정 마세요! 지금은 오히려 엄마가 이해되는 순간이니까요.”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엄만, 집회, 하면 엄마가 저보다 선배 아닌가요? 전국 개발제한구역 국민협회에서 하는 집회에 나가실 것 같은 태세라, 저가 얼마나 걱정되었던지 모르시죠? 사실 그래서 전국협회 홈페이지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알려드리지 않았는데, 결국 엄마가 용케 찾아내셨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그 때 엄마가 이해 돼요. 전 공부밖에 몰랐거든요. 아무튼 엄마가 저보다 의식이 앞섰어요. 엄마, 존경해요!”
“넌 나하고는 달라!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 교수면, 최고의 지성인이 아니니! 그런데 그런 곳에!”
“엄만? 지성인이면 가슴이 꽁꽁 얼어붙어 버린 줄 아시나 봐요? 하지만 저도 똑같이 뜨거운 가슴이라 뛴다고요! 어쩌면 더 뜨거울지 몰라요.”
“그래도 그렇지, 그 방법은 아니지!”
“하지만 그때의 엄마를 저가 이해할 수 없었듯이 지금 엄마 역시 절 이해할 수 없을 뿐이랍니다. 그때 엄만, 오로지 한국의 그린벨트 국민들에게만 해당되던 비민주적 제도에 대한 분노였지만, 오늘 우리는 이 나라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분노란 점이 다르지요.”
“그럼, 넌 대단하고 엄만, 보잘 것 없는데 목숨을 걸었다 이 말이니!”
“저 말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엄마도 아시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한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박탈당했는데 가만있을 순 없죠. 하지만 달리 접근할 방법이 없으니까,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엄만, 저에게 매우 소중한 분이시니까, 자칫 그런데 참여하셨다가 사고라도 당하는 날엔! 그래서….”
“아무리 범이 무서워도 산에 가야 하는 사람은 가게 되어 있어!”
“젊은이들이 해야지요! 엄마 한 사람 빠진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그린벨트제도가 생긴 지 벌써 반세기가 다 돼 가! 그때 젊은이가 지금은 늙었어. 이런 늙은이들이 네 생각과 다 같다면 그럼, 책임질 사람 누구야?”
“엄마, 엄마, 어서 전화 끊어야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릴게요.”

별이가 다급하게 전화기를 끊자 당황한 환희는 망연자실한 채 수많은 상상으로 뇌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곧 다시 텔레비전 화면에 박혀있던 초점 잃은 시야가 서서히 밝아왔다. 거기에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려고 추위도 마다하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든 국민들이 넓은 광장 마다 빈틈없이 메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 제발 연세를 좀 생각하셔야지요! 라는 별이의 애끓는 목소리가 환희의 귀청을 때렸다. 그러고 보니 지난봄이었지? 그날 환희는 처음으로 전국개발제한구역 모임에 참석했었다. 전국개발제한구역 국민협회 홈페이지를 어렵게 찾은 지 꼭 한 달만이었다. 홈페이지에 개발제한구역 전국대표들 모임의 날짜와 장소가 공지되어 있어서 별이도 볼 겸 서울로 향했다. 서울 용사의 집을 물어물어 도착하여 접수부터 하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앞면과 옆벽에 걸려있던 대형현수막에 먼저 시선이 갔다.

대한민국 정부는 악법 그린벨트제도를 즉각 철폐하라!
개인의 재산권은 국민의 기본권임을 명심하라!

환희는 현수막에 쓰인 글귀를 읽는 순간 가슴이 격렬하게 뛰었다. 나, 혼자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감동이 엄습했다. 환희는 순간적으로 엄습한 감동과 감격으로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할 여가도 없이 벙글벙글 입가에 가득 미소를 피웠다. 그동안 혼자만이라는 생각 속에 감금된 채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려보겠다는 야무진 심정으로 외롭게 오랜 동안 투고해 왔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던 것이다. 그린벨트로 인해 남편까지 잃은 환희로서는 이 제도야말로 우환덩어리에, 반세기가 코앞에 이르도록 고집해오는 정부가 철천지원수였다. 환희에게 남편은 우주요, 생명이었다. 남편도 보육원 출신이라 딱히 의지할 데도 없는 환희로서는 남편만이 유일한 가족이었다. 남편은 원을 나와 건재상에서 일하면서 주인 집 아들의 학습지도에다가 야간 대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이었다. 환희도 은행에 취직을 하면서 원을 나와 야간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추운 토요일 날, 남편이 예고도 없이 퇴근준비를 하던 환희를 만나러 은행으로 찾아왔다. 남편은 양과점에 자리를 잡자마자 호주머니에서 잘라낸 신문지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 설명을 시작했다.

“기회라는 게 말이다…. 어느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닌가 봐?”
“왜요…?”
환희가 의아해 하자 남편은 신문지 위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 좀 봐! 내가 농촌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 왔던지 너는 알잖아? 이런 나 같은 사람도 꿈을 가지고 준비했더니 드디어 기회가 왔어.”

환희는 무슨 내용인가 하고 남편의 손가락이 지적하고 있던 기사를 보았다.
거기에는 굵은 글씨체로 드디어 대한민국 정부가 1차 산업의 필요성을 절감하다! 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용은 대충 이랬다.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있는 첫째 조건은 뭐니 뭐니 해도 1차 산업인 농업의 육성이다. 사람은 음식을 섭취해야 산다. 그러려면 농민들이 주식위주만이 아닌 다양한 성분의 농산물도 골고루 재배하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의 삼분의 이가 산이라 농토가 적어, 지금껏 재래식 농법에 의존한 주식위주의 농사만으로도 국민 전체가 먹을 수 있는 충분한 량의 곡식도 생산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것은 정부가 1차 산업발전의 연구비를 투자하지 않은 기술적 후진에도 영향이 있지만, 일단 농사에 필요한 농토가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정부는 이제라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유휴지로 내버려둔 산을 개간하는데 양곡까지 보조하기로 했다니,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일일 것이다.

“꿈은 꼭 이뤄진다더니, 축하해요! 오빠!”

언제나 이성적이요 침착함을 잃지 않던 남편이 얼마나 좋으면 저렇게 들떠나 싶으니 환희로서도 그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땅을 형편이 안 되면 정부에서 융자금은 물론이고 개간하면 양곡까지 보조해 준다니까. 이런 기회가 또 있으려고? 꼭 나를 위한 정책 같잖아?”

남편과 환희는 오랜 시간 미래를 설계했다. 결국 남편은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니, 정책이 바뀌기 전에 간단하게 목사님 앞에서 결혼서약만 하고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우리 땅에 우리 집도 짓고 꿈을 펼치기 위한 시설도 형편 따라 천천히 해 나가면 될 거라고 했다. 둘은 주말만 되면 장소를 물색하느라 시내 변두리를 돌아다녔다. 거의 두 달을 다녔다. 그날도 역시 토요일이었다. 시내와 그리 멀지 않은, 지금의 환희가 살고 있는 천왕봉 끝자락에다 둥지를 틀기로 했다. 천왕봉은 흥부면에서 해발이 가장 높은 산이었다. 개간 전에는 잡다한 나무와 각종 잡초들로 뒤덮여 있었다. 남편은 이곳을 보자마자 바로 여기야! 라고 했던 곳이다.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청와대가 먼저 민주주의를 수호하라!”

텔레비전 화면을 꽉 채운 촛불을 든 군중들의 손에는 이런 글귀의 피켓도 들려있었다. 화면은 어느 한 곳만 집중적으로 비췄다. 여자 아나운서는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바로 이곳은 헌법재판소가 허용한 거리 100m 이상은 청와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장소라며 설명했다. 거기에는 무장경찰들이 물샐틈없이 군중들 주변을 막아섰다.

잠시 후, 카메라가 몸싸움이 벌어진 현장으로 옮겨갔다. 한 젊은 청년이 무슨 잘못을 했던지 경찰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순식간에 그를 들어 가장자리로 옮기고 있었다. 환희는 애간장이 탔다. 경찰들의 진압에 저 많은 군중들이 함께 맞서리라! 하지만 이런 환희의 예상은 곧 빗나갔다. 그토록 많은 군중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그 광경에 발칵하여 자신의 위치를 이탈하지 않았던 것이다. 불쌍한! 연민의 정이 울컥했다. 도대체가! 환희는 순간적으로 외치다가 흥분한 나머지 텔레비전 화면을 리모컨으로 지워버렸다. 한숨을 푸우! 불어냈다. 하지만 경찰에게 강제로 연행되던 청년의 모습이 환희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번 집회는 평화를 추구했었다. 만약 그 광경을 보고 환희처럼 자칫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했을 것이었다. 다행이다! 환희는 겨우 가슴의 분노가 스르르 사위어감을 의식했다. 갑자기 그 청년이 궁금했다. 어느덧 환희의 손에 있던 리모컨이 TV화면을 다시 살려 놓았다. 청와대 본관이 화면에 나타났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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