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아난타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0,000
판매가
9,000 (10% 할인)
구매 시 참고사항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04g | 130*210*9mm
ISBN13 9791196117467
ISBN10 119611746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술을 마신다는 것은 몸속에 묻힌 지도를 발굴하는 행위임을 알기에 그 밤에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하늘은 수억만 마리 검은 구름을 방목하였고 길 위에는 빗물이 넘쳐흘렀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방파제 끝에 걸린 날카로운 겨울을 만지다 영혼이 베였습니다 술은 빗물에도 해독되지 않았습니다 성분이 같은 종족이라도 언어가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지도는 얼었다 녹았다 부서졌습니다 기억 경계를 떠돌던 편린이 먼 나라까지 날려가 식물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천 년 전부터 울던 바람이 그림자는 영원히 직립하지 못할 거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지도 밖에 사는 식물이 동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독학해 왔기에

나는 전복되었습니다 추락하는 순간 거대한 선인장이 몸속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이성은 가면이므로 선인장에게 두 번 절을 올리고 성명을 지웠습니다 선인장 가시가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 「길 위에서」 중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던 아난타,
등을 관념의 덩어리라 고백했지만

그것은 안으로 멍이 깊어 묵시록 코드처럼 쉽게 독해되지 않
을 뿐 이 밤도 숱한 문양의 등이 저마다의 내력을 저장하며 흘러간다

병든 야크가 제 몸집보다 더 큰 짐을 등짝에 지고 천 길 낭떠
러지 위를 걷고 있다 저녁이 살의 수액을 파먹으며 검게 내리고

쓸쓸한 등짝은 유적처럼 쉽게 갈라진다 틈새에선 눈물처럼 흐린 기억이 흘러나오는데

등을 토닥이는 거나 후려치는 건 등에 대한 숭배,

새를 끌어안고 잠든 아이가 어미 등에서 흘러나온다 새는 힘겹게 숨을 고르다 등의 맥박에 얹혀 아이와 함께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어미의 등도 공중으로 부양되고

이 밤도 라싸의 어느 골목에선 세상에서 제외된 등을 위해 한 무리 붓다들이 예배하고 있는데

나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의 등을 위해 기도하곤 했다 등을 통해 해탈을 건지려 했지만 검은 새, 발톱이 자주 할퀴었고 먹구름이 지날 적마다 운구 행렬 속 라마승처럼 등이 점점 휘어졌다

아직도 나의 등은 구원되지 않았는데 몇 마리 등들이 나의 등에 포개져 울고 있다
--- 「후면도」 중에서


- 칸나에게

우리가 경험했던 공간에서 너와 나를 표절한 남녀들이 가끔 방영된다. 더러는 그들도 편집될 것이다. 기억 앓는 심장을 껴안고 풍문이 던지는 문법을 피해 너에게 향하다가 나는 이십 대에 갇혀 있다. 가난한 손톱이 그렇듯 창백한 관계는 쉽게 깨어진다. 그러나 허기진 손바닥 무늬는 선명하다. 어제의 내 문장은 날개 꺾인 새의 빛깔이고 오늘 내 그림자는 꾸겨져 있다. 내가 너를 증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 하고 입을 벌려 내 안에 수몰된 너의 처녀를 꺼내줘야 한다. 때때로 새가 작곡한 음률을 삼키고 심장에 붉은 행성이 떠오르도록 바람 속에서 전류를 일으킨다.

바람과 일치하기 위해 경전을 찢고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 보내곤 했다. 외경과 세상의 경계를 계산하며 불온과 애증을 횡단하여 내 영혼이 바람 틈에서 펄럭이는 것을 바라보면 행복하다. 네 숨결이 내 몸의 오지를 다 돌고 빠져나왔을 무렵 나는 꽤 낡아 있었다. 그즈음 바람이 스스로 뼈를 드러냈고 내 몸 깊은 내륙에서 강진이 일었다. 바람이 제 호흡을 네 동공에 집어넣는 지대는 세상 밖 계절이 쓰러지는 때일 것이다.

너를 호명하면 나뭇잎들은 편곡을 하고 음률은 나를 해체시킨다. 새가 바라본 허공에선 병든 고래나 길 잃은 목마가 생성되거나 지워진다. 이 순간 어떤 물상이 영혼을 버리고 공중에서 추락한다. 그리고 어느 별 후면에선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죽이고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망각하는 것이 목격된다. 그렇지만 시간의 입장에서는 이런 사실도 흔적에 불과하다. 흔적은 표현되는 것이지만 착오이거나 순간이다. 나는 미완성된 채 죽어간다. 그 사실이 두렵지만 공포도 흔적이다. 다만 통제되지 않을 뿐이다.

내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귀향할 수 없기에 악보를 잃어간다. 안된 일이지만 추억은 불편한 장르이다. 상징은 청춘의 제물이며 그것은 불화 속에서 더욱 활기를 지닌다. 젊음이란 것도 사실은 음각된 상징이다. 지금, 불편과 상징이 경계 위에서 뒤엉킨 채 서성이며 어느 곳으로도 향하지 못한다. 사랑해서 미안했다는 내 입술은 진부한 색깔이다. 네가 내 심장에 침을 뱉었을 때 그때 이미 청춘은 죽었다. 짐승이 질주하는 구간과 바람이 맴도는 구간 사이에서 내 심장은 힘겹게 깜박인다. 죽어가는 짐승에게 네가 호흡을 보내더라도 이제 더는 편지가 배달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 진실로 나는 죽었기에
--- 「마지막 편지」 중에서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절판 상태입니다.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