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치·사회 엘리트는 일본을 요시다 쇼인, 다카스키 신사쿠,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 포함 근대 일본민족주의자들이 주도하던 19세기 말 메이지 시대로 되돌려놓으려 한다. 일본은 중국이 센가쿠 열도와 대한해협으로 동진하는 현 상황을 러시아가 다롄만과 원산만, 부산영도으로 남진하던 19세기 말과 유사하다고 보고, 이에 대응코자 미국의 후원하에 국가안보체제의 근간을 바꾸어나가고 있다. --- p.10
군사력은 국가 안보의 마지막 보루다. 북한이 눈앞의 적이라면 중국과 일본은 잠재적 적이다. 손톱 밑 가시와 비슷한 북한뿐 아니라 중국·일본이 시도할 수도 있는 제한전 정도는 저지 가능한 군사력을 확보해야 한다.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중국군이나 일본군의 국지 공격에 즉각 반격할 수 있는 해·공군력 확보가 특히 중요하다. --- p.62
압록강과 두만강, 휴전선을 경계로 외부와 고립된 북한 체제는 근본적으로 불안정하며, 북한의 붕괴는 세계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주에서 돌출되어 나온 한반도는 중국 중북부로 향하는 모든 교통을 통제할 수 있는 요충지 중의 요충지이다. 중국이 한반도 일부라도 병합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중국은 미국과 일본, 러시아 등 제3국이 한반도, 특히 한반도 북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매우 불안해 할 것이다. --- p.131
현재까지도 연 경제성장률이 6%대에 달하는 중국의 국력 증강속도에 비추어 볼 때,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분단된 한반도가 중국 영향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판단된다. 북한 핵문제는 바로 북한 문제이다. 그리고 한반도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동아시아 안보구조가 재편돼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중국의 급부상과 일본의 재무장 추구로 인해 ‘초가집 지붕에 매달린 제비집 근처에 불이 붙은 연작처당’의 위기상황에 놓인 우리나라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통일을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 p.157
골칫거리이기는 하지만 국가안보에 꼭 필요하기에 중국이 북한을 중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중국을 믿지 않지만 정권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기에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북·중 관계에서 공산혁명동지라는 이념적 유대는 껍데기만 남은 지 오래다. 남아 있는 것은, 믿을 수 없고 밉살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전략적 이해관계 불일치 아래의 일치’뿐이다. --- p.213
일본 전문가들은 현재의 일본이 ‘1930년대 일본’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한다. 당시 일본 정부의 정책과 현 아베 신조 정권의 정책엔 공통점이 매우 많다. 당시 일본은 미국과 소련,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설정하고, 공세적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구하며, 동남아 진출을 강화하고, 매스컴 장악을 기도했다. 또한 무기 수출에 적극적이며, 추신쿠라 등 무사도를 찬양하는 분위기가 고조됐다. 자기애와 자기집착의 시절이었다. 오늘날 일본에서는 그때와 유사하게 일본을 찬미하는 서적이 잇달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다. 자기애, 국수주의에 빠져 이웃나라 한국을 혐오하고 중국을 배격한다. --- p.216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3만여 명에 달하는 자국민 구출을 위해 자위대를 투입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영토 진입 전에 당연히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들어온다면 침략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백한 국제 규정은 없다. 일본이 인도적 상황을 근거로 우리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려 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군과 자위대가 충돌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 p.227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의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북한과 데탕트를 모색해야 한다. 통일되든 안 되든 남·북이 서로를 위협하며 살 필요는 없다. 미국·일본과 중국 간 건곤일척의 대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국가를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 p.265
GSOMIA는 양날의 칼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정보 획득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라는 여우를 피하려다가 일본과 중국이라는 호랑이와 곰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GSOMIA 다음 수순은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 p.270
우리의 상대는 북한이나 미국, 중국, 일본이지 우리 내부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같은 배에 타고 있고, 도착하고자 하는 항구도 같은 우리는 서로를 갈라 칠 것이 아니라, 하나로 뭉쳐 외부세력에 대응하는 데 있어 유연성과 함께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학계 등 사회 모든 분야가 초불확실성이라는 캄캄한 시대의 폭풍우에 맞서 집단지성을 모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다.
--- 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