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우는 아무도 모르게 이 마법을 써서 골렘을 만들었다. 새로 태어난 이 거인은 어려운 의미 같은 건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엇이든 지시 받은 대로 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엘리아우는 밤중에 거인을 보내 병사들을 찾게 해서 그들을 죽일 생각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 병사들은 살 만한 가치가 없는 자들이었으니까. 그런 다음 엘리아우는 이 진흙 괴물의 이마에서 문자 ‘알레프’를 지울 계획이었다. 그러면 ‘진실’이라는 의미의 ‘에메트EMET’가 ‘죽음’을 의미하는 ‘메트MET’가 될 것이고, 골렘은 생명을 잃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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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우와 나무인간은 시체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이 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도망친 죄수일까? 떠돌이 부랑자일까? 시체에 돌처럼 굳은 데가 없는 걸로 봐서 트롤(북구 민담에 등장하는 거인, 햇빛을 받으면 부풀어 터지거나 돌이 된다고 함-역주)이 아니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군데군데 깃털이 섞인 이끼 같은 잔털로 온몸이 뒤덮인 털북숭이인 만큼 수생괴물도 아니었다. 하지만 녀석의 발에는 물갈퀴가 있었다. 그렇다면 주로 물속이나 늪지를 옮겨 다닌다는 의미였다. 포모리안 부족도 이렇게 몸집이 크고 털이 많지만 발에 물갈퀴가 있는 경우는 흔치 않아, 라며 엘리아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답을 내리지 못해 난감해진 그가 수염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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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카스 카카는 저 털보난쟁이들이 자신과 같은 혈통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그는 여러 해 동안 자신이 나무 한 그루를 지키고 있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속이 파인 그 나무 안에 자신의 종족 전체가 있었는데, 그 당시 그는 그런 사실을 몰랐었다. 그는 오랜 세월 잠들어 있는 한 종족의 유일한 생존자였는데, 그 종족의 전사들은 잠들어 있는 그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몸을 키워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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