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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위에 핀 꽃

칼날 위에 핀 꽃

시와정신시인선-2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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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18g | 130*205*10mm
ISBN13 9791189282110
ISBN10 118928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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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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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위에 핀 꽃


명분과 실리가 주어지면
허기진 칼과 칼들은
일제히 칼집에서 쏟아져 나와
부서지고 태워지고 짓밟히는
선혈 낭자한 전쟁을 일으켜왔다
그 참혹한 슬픔 속에서도
피로 물든 칼날을 움켜쥔 꽃들은
수없이 베이고 찢겨도 물러나지 않고
그 위에 꼿꼿하게 봉우리를 올리며
저항의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무수한 세월 강물처럼 흘러도
아직도 어디선가는 갈등과 분쟁으로
피비린내 나는 상흔傷痕을 남기는데
요즈음은 번개처럼 빠르고 정확한
첨단 살상무기들을 무더기로 만들어
화려한 자본 속에 세력을 넓혀간다

탐욕과 무지, 오해의 바다를 넘지 못하고
고달프게 저무는 어디쯤을 가야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푸른 숲이 나올까
그 자유로운 숲이 열린다면
칼날을 움켜쥔 꽃들
불안한 가슴 내려놓아도 좋을 텐데
경계선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 p.90~91


윤회 1


거미 등에 붙어 피를 빨던 애벌레가
탈피를 위해 거미를 남김없이 먹어치워도
거미는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킨다

어제는 앙상한 개 한 마리가 부러진 뒷다리로
힘겹게 앞 골목으로 사라지는 걸 보았는데
오늘은 새벽부터 까치들이 요란해 창을 여니
영역 다툼하다 물러난
다른 한 쌍의 털이 한 줌 뽑힌 걸 본다

만만한 것 하나 없는 이곳,
개가 고양이로 고양이가 개로
거미가 애벌레로 애벌레가 거미로
엎치락뒤치락 뒤섞여
끝없는 회로回路를 질척이며 가는
긴긴 삶의 행렬을 밝히는 아침 해는
소리 없이 한낮을 지나
길섶 너머 붉은 노을로 진다
---p.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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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에는 황성주 시인의 시를 쓰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그것은 시인이 우리 주변의 사물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 무생물에게도 생물을 대하듯 그윽한 감성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앞 집 담 너머”에 ‘비’를 맞고 있는 ‘회전목마’에 시선을 가져다 꽂는다. 보통 사람 같으면 비가 온다면 춥다고 집 안으로 서둘러 들어갈 텐데, 황성주 시인은 빗속에서도 조심조심 손을 뻗어 젖은 ‘목마’의 “가슴을 더듬어” 보는 것이다. 거기에는 핏줄도 하나 없고 차디찬 체온이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또한 시인은 그 속에서도 꿈틀대는 생명의 역동성을 느껴보는 것이다. 시인의 감성으로 보통 사람이라면 느낄 수 없는 생명의 온기를 깨닫는 것이다.
- 김완하 (시인,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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