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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그래도 따스한

쓸쓸한, 그래도 따스한

: 오늘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건네는 스무 개의 어제, 그리고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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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140*205*20mm
ISBN13 9791196215385
ISBN10 119621538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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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려고 해도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때가 있다. 흘려보냈다고 생각한 단어들을 문득 문득 주머니에서 꺼내게 되는 순간이 있다. 꾹꾹 연필로 눌러 쓰고 지우개로 말끔히 지웠지만
남아 있는 얼룩처럼 아쉬운 것들이 있다. 열정은 무언가를 이루려는 욕망 같은 게 아니라, 잃어버리지 않고 간직하며 지탱하는 힘 같은 것이 아닐까. 연필심을 깎으며 오늘 하루를 견뎌내는 것 말이야.
--- p.12

이 친구는 제게 옥타브 음정 같아요. 위치는 다르지만 같은 소리를 내는 존재요. 이젠 살면서 불협화음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조금 생긴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친구랑은 늘 듣기 좋은 화음이었으면 좋겠어요.
--- p.29

책이 나를 설득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책을 설득하는 시간이 온다고, 저는 믿어요. 나무는 꽃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 같아요. 벚꽃이 지고나면 나지막한 소아과 의원집의 뒷마당에 라일락꽃이 피겠죠. 중학교 담장으로 아카시아 꽃과 뒷산 가는 길 배나무 밭에 배꽃까지 피면 이제 여름인줄 알게 되겠죠. 한철 내내 나무의 마음을 번역하다보면 제가 나무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 p.64

가끔 복잡한 카메라를 고치다 보면 제 삶도 수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저도 초점이 흐려지고 어딘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카메라가 된 것은 아닐까요?
--- p.78

한 쪽이 닳으면 나머지 다른 부분을 깎아내서 다시 살 의미를 만들고, 다시 닳으면 다시 깎아내서 살아가고, 그렇게 하다보면 더 깎아낼 수 없을 때가 오겠지. 자유롭다는 건 내 삶을 언제든 깎아내고 반듯하게 다시 시작하는 거 아닐까.
--- p.103

사람들은 모두 공을 날려 보내는데 관심이 있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 네트에 걸리거나 실수를 한다. 배드민턴의 묘미는 오히려 날아오는 셔틀콕을 받아내는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세히 오래 보면 금방 사라질 것 같던 깃털이 보이는 순간이 온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다시 받아넘길 수 있고, 경기는 계속 이어진다.
--- p.127

넓은 포도밭에 서서 지평선 쪽을 바라보다 보면 이 사람들의 몸에 흘러내리는 포도주처럼 제 몸에 흘러내리는 무언가가 있지 싶더라고요. 속박한다고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자유롭다고 돌보지 않는 것도 아니죠. 매번 같은 일을 하지만 매번 다른 가지를 손질하고 매번 다른 열매를 숙성시키는 일이 와인을 만드는 일이니까요.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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