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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거인

지적 거인

: 이재영 장편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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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56g | 137*197*26mm
ISBN13 9791190263009
ISBN10 119026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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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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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면서도 인간 세상으로부터 유배된 어떤 존재이길 간절히 바라는 스스로 자폐된 사람, 이것이 진정한 과학자라고 생각했다. 벌써 몇 달째 방정식의 틈바구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이제 인간이란 아주 그리운 존재이면서도 이 세상에서 가장 낯선 존재이다. 형태, 종헌이 이놈들은 엄밀히 말해서 인간이 아니다. 나와 같이 인간이 없는 물질의 세계에 기생하는 미지의 생물체이다.
나를 포함해 종헌과 형태 사이에 적어도 긴장이란 없다. 인간이란 요소가 철저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미분과 적분, 특수 함수와 텐서가 어우러진 아비규환의 세계를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린 배고픔도 기쁨도 슬픔도 방정식으로 표현해낸다. 그리고 그것이 방정식에 근사해졌을 때 진위를 떠나 우린 안도하고 기뻐한다.
이렇게 인간을 초월하여 살아야 한다고 굳게 믿는 나에게 형태의 흔들림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것은 바로 복잡 미묘한 인간 세계에 적어도 한 발짝 걸친 채 지나야 할 사건이었다. 그런데 지금 형태가 사라진 것이다. 사전에 어떤 얘기도 어떤 징후도 없이 며칠째 보이지 않았다.
--- 「제1부 신의 정령」 중에서

“과학자들이 왜 성경 주변을 헤매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에 성경의 신화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신화란 과학이 답해줄 수 없었던 시기에 인간들이 품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훈적 이야기에 불과한 것을.”
“신이 실재해도 그럴까?”
--- 「제2부 방주를 닮은 실험실」 중에서

“이런 작업이 무슨 유용성을 갖는지 모르겠군요.”
“실망스런 말이로군. 자넨 물리학도가 아닌가? 실용성을 따지는 것은 순수의 입장에선 외도일세. 단지 우리를 자극하는 것은 호기심이란 말이지. 자넨 궁금하지도 않은가? 원래 구백 살씩 살던 존재인데 무슨 이유로 이제 백이십 살까지 밖에 살 수 없게 되었다, 라고 주장할 때 그 진위를 밝히는 것, 아니 밝혀 보려는 시도가 왜 의미 없는 일이지?”
“민호 씨도 곧 알게 될 거예요. 이곳의 과학적 수준은 아주 뛰어나요. 인간의 유전자를 재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단 말이에요. 제가 바로 안티 네피림 1호예요. 네피림 프로젝트의.”
--- 「제5부 드러나는 비밀」 중에서


키와 체구가 나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얼굴은 마치 조각한 듯 준수했다. 손발이 벽에 고정된 사슬에 묶인 거인이 우리를 보자 더욱 울부짖었다. 야생의 동물처럼 포효하는 거인의 모습은 이제까지 보았던 어떤 짐승보다 사나웠다.
--- 「제6부 고대의 용사」 중에서

“그 막연한 기대가 항상 발전이나 진보란 이름으로 인간들을 기만해 왔죠. 뉴턴이 한 일이 뭐죠? 만유인력이요? 그래서요? 그런 연구들이 축적되어 인간이 달나라를 갔다고 하죠. 핼리 혜성이 지구에 부딪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안심시켰다고 해보죠. 그래서 뭐가 대단한 거죠? 그것을 모른다고 인간다운 삶에 엄청난 문제가 있나요? 차라리….”
--- 「제7부 홍수 이후」 중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내 주된 목적은 그렇소. 유전자적 욕망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나는 이미 이성으로 내 유전자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존재란 걸 이제 모르지 않을 테지요. 현신에 대한 욕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바로 자유를 찾고자 하는 내 이성의 의지란 말이요. 유전자의 욕망을 제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내 이성을 잘못된 판단이라 생각하는 거요? 그조차 당신이 내게 내어준 유전자 정보에 들어 있는 이성의 힘 덕택이라고 하면 어떻소?”
--- 「제7부 홍수 이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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