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t a one way ticket to the blues,
부르고 싶으면 얼마든지 불러. 실제로 편도표를 손에 쥔 사람은 절대로 이런 식으로 노래하지 않는 법이다. 편도표밖에 갖고 있지 않은 인종들의 신발 뒷굽은 자갈만 밟아도 금이 갈 만큼 닳아빠져 있다. 더 이상 걸을 수가 없다. 그들이 노래하고 싶은 것은 왕복표 블루스다. 편도표란 어제와 오늘이, 오늘과 내일이 서로 이어지지 않는 맥락 없는 생활을 뜻한다. 그렇게 상처투성이 편도표를 손에 쥐고서도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은 언젠가는 왕복표를 거머쥘 수 있는 사람에 한한다. 그렇기에 돌아오는 표를 잃어버리거나 도둑맞지 않도록, 죽어라 주식을 사고 생명보험에 들고 노동조합과 상사들에게 앞뒤가 안 맞는 거짓말을 해대는 것이다. 목욕탕의 하수구나 변기 구멍에서 피어오르는, 절망에 차 도움을 구하는 편도파들의 아비규환을 듣지 않기 위해 텔레비젼의 볼륨을 높이고 열심히 편도표 블루스를 흥얼거리는 것이다.
--- p.156
여자가 밥상을 들고 왔다. 반찬은 생선 조림에 조개 국물이었다. 그야말로 해변의 식사다워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여자가 밥을 먹기 시작하는 그의 머리 위에 우산을 받쳐들었다.
"우산은, 뭐하려고요.....?"
이 지방의 독특한 풍습일까?
"아아, 안 그러면 모래가 들어가요, 밥 속에....."
"왜요?"
놀라서 천장을 쳐다보았지만, 딱히 구멍이 뚫려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래가 말이죠......."
여자가 천장으로 얼굴을 들면서 말했다.
"뿌리거든요. 사방에서...... 하루만 청소를 안해도, 한 치나 쌓여요."
--- p. 30
불현듯 새벽빛 슬픔이 북받친다....... 서로 상처를 핥아 주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영원히 낫지 않을 상처를 영원히 핥고만 있는다면, 끝내는 혓바닥이 마모되어 버리지 않을까?
"납득이 안 갔어...... 어차피 인생이란 거 일일이 납득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저 생활과 이 생활이 있는데, 저쪽이 조금 낫게 보이기도 하고...... 이대로 살아간다면, 그래서 어쩔 거냐는 생각이 가장 견딜 수 없어...... 어떤 생활이든 해답이야 없을 게 뻔하지만...... 뭐 조금이라도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것이 많은 쪽이 왠지 좋을 듯한 기분이 들거든......"
"씻어요."
--- pp. 198~199
그러나 물론 꾀병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마치 너무 바짝 감아 튕겨나갈 듯한 태엽을 손 안에 꽉 쥐고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고 이런 일을 참고만 있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이 되어가는 대로 그냥 나를 내맡겨서는 안된다. 나란 존재가 그들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인가를 철저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오늘이야말로, 무슨 수를 써서든 그녀가 한 잠도 자지 못하도록 하자.
' 잠들지 마...자면 안돼...!'
남자는 몸을 비틀면서 허풍스럽게 신음 소리를 질렀다.
--- p.81
<잠꼬대 같은 소리 그만 하십시오.>
<아, 흥분하지 말고, 잘 들어봐. 고소공포증, 첨단공포증, 마약중독, 히스테리, 살인광, 매독, 백치...... 각각 1퍼센트로 치고, 합하면 20퍼센트...... 이런 식으로 비정상적인 경우를 80가지 열거할 수 있으면...... 물론,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인간은 100퍼센트 비정상이라는 것이 통계상 증명되는 셈이지.>
--- p. 206
"하지만, 밖에 나가봐야, 딱히 할 일도 없고......"
"걸어다니면 되잖아!"
"걸어다녀요......?"
"그래, 걷는 거야...... 그냥 걸어다니기만 해도 충분하잖아..... 내가 여기 오기 전까지는 당신도 마음대로 나다녔을 것 아니야?"
"하지만 볼 일도 없는데 나다녀봐야, 피로하기만 할 뿐이니까요......"
"무슨 그런 웃기는 소리를 하는 거야! 자기 마음을 열어보라고, 모를 리가 없으니까!...... 개도 우리 속에만 갇혀 있으면 미쳐버려!"
"걸어봤어요."
여자는 불쑥, 껍질을 닫은 조개처럼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지, 끔찍하도록 걸었어요...... 이곳에 올 때까지...... 애를 안고, 오래오래....... 이제, 걷는 데는 지쳤어요......"
--- p. 87
<잠꼬대 같은 소리 그만 하십시오.>
<아, 흥분하지 말고, 잘 들어봐. 고소공포증, 첨단공포증, 마약중독, 히스테리, 살인광, 매독, 백치...... 각각 1퍼센트로 치고, 합하면 20퍼센트...... 이런 식으로 비정상적인 경우를 80가지 열거할 수 있으면...... 물론,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인간은 100퍼센트 비정상이라는 것이 통계상 증명되는 셈이지.>
--- p. 206
"하지만, 밖에 나가봐야, 딱히 할 일도 없고......"
"걸어다니면 되잖아!"
"걸어다녀요......?"
"그래, 걷는 거야...... 그냥 걸어다니기만 해도 충분하잖아..... 내가 여기 오기 전까지는 당신도 마음대로 나다녔을 것 아니야?"
"하지만 볼 일도 없는데 나다녀봐야, 피로하기만 할 뿐이니까요......"
"무슨 그런 웃기는 소리를 하는 거야! 자기 마음을 열어보라고, 모를 리가 없으니까!...... 개도 우리 속에만 갇혀 있으면 미쳐버려!"
"걸어봤어요."
여자는 불쑥, 껍질을 닫은 조개처럼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지, 끔찍하도록 걸었어요...... 이곳에 올 때까지...... 애를 안고, 오래오래....... 이제, 걷는 데는 지쳤어요......"
--- p. 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