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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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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72g | 135*200*17mm
ISBN13 9791189982379
ISBN10 118998237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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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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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절대 중국어를 공부하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 소재 대학에서의 1년간 파견 근무가 확정된 순간, 남몰래 속으로 한 결심이다. 여행이 아닌 ‘살러’ 가는 곳에서 스스로 문맹이 되겠다는 생각은 지금 돌이켜봐도 매우 어리석은 발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문맹 되기’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혼자만의 비밀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 p.6

‘마음을 읽는다’는 것을 말로 풀어내자면 꽤나 현기증 나는 작업이 된다. 이를 그나마 간단히 풀어보자면, 마음을 읽는 것이란 ‘나와 상대방이 모두 공동으로 한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동시에 ‘다른 이의 관점에서 그 사물을 보는’ 과정이다. 그리고 인간은 가리키기를 하면서 이 복잡한 무한 루프를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주 어처구니없게 들리겠지만 가리키기란 일종의 초능력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초능력은 더욱 발전하여 급기야는 ‘언어’를 만들어내게 된다.
--- p.21~22

상하이에서 지하철을 탈 때 이런 몽상을 할 때가 있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상하이의 지하철역에서 내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 상하이가 생경한 여행자라 할지라도 거대도시에서 지하철로 통근을 했던 사람이라면 상하이 지하철의 익숙한 풍경에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지하철 안에서 서로를 의식하지 않는 듯 의식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앉을 자리라는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그렇다.
--- p.57

삶의 총합은 아닐지라도 삶의 일정한 부분 집합은 내가 살았던 방의 기억이다. 만약 삶의 기억이 건물로 지어져있다면, 그 건물의 각 층은 자신이 살았던 방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방에서는 각각의 다른 ‘나’가 그 시절의 사건들을 재현 중일 것이고. 삶을 추억하는 일이란 그 건물 안의 층과 층 사이를 오르내리고, 방과 방 사이를 뛰어다니는 일이다.
--- p.69~70

끔찍하기는 하지만 악몽에도 좋은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공평함이다. 세금과 달리 악몽은 공평하다. 악몽은 나이나 지위,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가기 때문이다. 막상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악몽이 그렇게 공평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세상의 악한들과 학살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괴롭히는 인간들에게 악몽의 누진제가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국세청은 속일 수 있지만 악몽은 따돌릴 수 없다.
--- p.77

인간의 먹는 행위에는 이렇게 ‘말’이 개입된다. 아니 개입되어 있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 음식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 요리 과정 그리고 식탁 앞에 차려져서 특정한 이름으로 불리는 요리가 인간의 입에 들어가기까지(아아, 그 고된 노동의 과정!) 언어는 그 모든 과정에 이미 그리고 완전히 ‘섞여’ 있다. 말은 음식이 되고, 또 음식은 말이 된다.
--- p.93

처음에는 저기 뒤뚱뒤뚱 걷듯이 뛰는 중년 남자보다 내가 느리게 뛰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경쟁심으로 앞서나가지만 결국 얼마가지 않아 그 중년 남자와 같은 신세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의 욕망이 저 멀리 달려나간다고 해서 나의 발이 그 욕망을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몇 번 거치고 나면 비로소 나는 겸손해진다. 그때부터 나는 내 발과 호흡이 이끄는 대로 달린다. 발이 속도를 허락하면 빨리 달리고 허락하지 않으면 천천히 걷듯이 달린다. 그럴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느리지만 오래 달릴 수 있다.’
--- p.164

어떤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살아온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억과 생각들을 같이 끌고 온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우주를 끌고 와서 길 위에 그것들을 포개놓는다. 그렇게 그 길은 각자에게 모두 다른 길이 된다.
--- p.174

장대에 걸려 본의 아니게 ‘전시된’ 옷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이 쓴 일기를 훔쳐본 것과 같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영혼과 육체는 빠져나갔으나 그 사람의 시간과 공간이 통과한 흔적이라는 점에서 옷과 글은 유사하다. 그런 점에서 거리에 널려 있는 빨래는 일종의 지극히 사적인 일기이고, 거리는 사적 기록이 전시된 도서관이 된다. 사적인 일기들이 서가에 가득 꽂혀 있는 이상한 도서관.
--- p.184

박물관 밖에서부터 길고 긴 줄을 선 후, 그리고 어김없이 나타나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후, 관람을 위해 또다시 서다 가다를 반복하면서 결국 내가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이 수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누가 더 진지한 표정으로 오래오래 서 있나’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대회에 참가하다 보면 무릎에 힘이 풀리는 감동과 경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육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가감 없이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박물관 관람은 등산에 비견될 수 있다. 세계 각지의 박물관에 등산복을 입은 한국인들이 출현하는 이유는 다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 p.216

이제부터 비밀을 하나 이야기하겠다. 부디 어디 가서 얘기하고 다니지 말기를. 박물관, 특히 국가가 만든 박물관의 기능 중 하나는 관람객들을 지쳐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박물관의 거대함을 알리는 데에는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거대함은 단순히 박물관의 규모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박물관을 지은 상상의 공동체(국가)의 거대함과 위대함을 보여준다. 이 원리는 중국의 상하이박물관이든,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이든,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이든 다 똑같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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