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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스 11~12 + 한정판 박스

아도니스 11~12 + 한정판 박스

[ 전2권 + 한정판 케이스(10~12권, 총 3권 들어가는 박스) ] 제로노블(Zero Novel)이동
남혜인 | 동아 | 2019년 08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9 리뷰 7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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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088쪽 | 1552g | 147*210*80mm
ISBN13 9791163022381
ISBN10 1163022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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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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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하드.”
이아나가 그를 조용히 불렀다. 그녀는 아르하드의 변화를 체감하며, 숨기고 있던 과거를 이만 청산하기로 했다.
“당신이 제게 내 줬던 숙제의 답을 찾은 것 같아요.”
아르하드가 멈칫했다.
“말해 봐.”
“당신의 기이한 힘, ‘시간 삭제’ 권능이죠?”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학술원에서 팔이 망가졌을 때 기절했다가 깨어나 보니 감쪽같이 회복되어 있었던 이유도, 현재 제 몸 상태가 일 년 전과 똑같은 이유도 알 수 있었다.
……회귀의 원인도 이젠 알 수 있었다.
“맞아.”
그녀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하드 로 라르소 바하무트는 세계의 시간을 지웠던 것이다…….
“시간 삭제, 정확해.”
아르하드는 차분히 정답이라 말해 주었다.
숙제가 끝났지만, 이아나는 어쩐지 먹먹하고 막막해져 한숨을 집어삼켰다.
아르하드가 언제부터 그 위대한 권능을 쓸 수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회귀 전의 아르하드가 시간을 지운 것은 분명했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시간을 삭제했을까? 지금의 아르하드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니 물어볼 수도 없다. 심장이 아려 왔다.
그나저나 그에게 꼬이고 꼬였던 회귀 전의 과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야기하면 그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랬었냐며 웃으며 넘길까? 그랬어도 상관없다며 현재에 집중할까?
과거를 고백하고 싶은데, 너무나 길고 복잡해서, 그의 반응이 신경 쓰여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아나가 괜히 꽃을 어루만지며 말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이아나 너 혹시…….”
아르하드의 기기묘묘한 눈빛이 이아나에게 내리 떨어졌다.
“회귀 전을 기억하고 있나?”
그 말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엄습했다.
--- 「11권 본문」 중에서

이아나와 아르하드는 이그나이츠로 귀환했다. 하지만 바로 왕성으로 돌아가진 않고 그들이 좋아하는 장소를 산책하고 있었다.
그 장소는, 이아나가 긴 잠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봤던 들판이었다. 노란 아도니스가 흐드러지도록 피어 있었던…….
그새 아르하드가 붉은 아도니스도 심어 놓아 들판은 이제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쏴아아아아아…….
불어오는 바람이 풀과 꽃들을 포근히 뉘였다.
선선한 바람을 쐬며 하늘을 슬쩍 본 이아나가, 들판의 높은 곳에 위치한 나무 한 그루로 달려가 기대앉았다.
“앉아서 잠깐 쉬어요.”
“그러자.”
이아나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해 주고 싶고, 이아나와 함께라면 뭘 하든 행복하기만 한 아르하드는 기꺼이 그 옆에 앉았다.
그들은 가만히,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떨어지고 있었다. 곧 어둡고 평온한 밤이 찾아올 예정이었다.
낮과 밤의 경계선.
태양이 마지막으로 흩뿌리는 빛은 어둠과 섞여 들며 푸르렀던 하늘을 노을로 물들이고, 들판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붉고 노란 아도니스는 원래 하늘의 일부였던 것처럼 하늘과 닮은 색을 뽐내며 경계선을 무너뜨렸다.
이곳이 하늘인지, 땅인지, 꽃인지 알 수 없었다.
이아나와 아르하드의 눈동자에도 꽃이 담겨 있었다.
이아나는 행복했다.
이 시간이, 이 순간이, 벅차도록 좋았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요.”
이아나가 아르하드의 어깨에 천천히 머리를 기댔다.
“당신이 시간을 지우지 않았다면 없었던 일들이겠죠.”
그가 시간을 지움으로써 이아나의 삶은 완전히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제게 기회를 줘서 감사합니다. 저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요.”
만약 아르하드가 이아나를 포기했다면, 이아나는 이런 행복감을 결단코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네가 내게 맹세하지 않았다면 그럴 수 없었겠지.”
아르하드가 이아나의 이마에 키스했다.
“내가 시간을 지웠다고 해도 네가 내게 와 주지 않았다면 다 소용없는 일이었겠지.”
그가 제 안의 모든 사랑을 담아 이아나를 품에 끌어안았다.
“고맙다. 나를 사랑해 줘서.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있게 해 줘서. 나를 행복하게 해 줘서.”
그건 내가 할 말인데…….
“저야말로…….”
이아나는 중얼거리며 아르하드를 마주 끌어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열심히 살아오길 잘했다.
회상하기도 하고, 추억하기도 하고, 잊기도 하고.
힘들어서 주저앉기도 하고, 화가 나서 발버둥 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리길 잘했다.
행복은 언제나 한 송이 꽃처럼 길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행복해요.”
그리고 마침내, 이아나는 그 꽃에 닿았다.
--- 「12권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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