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불황에서 벗어났다는데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어떻게 불황을 극복하였을까? 일본인들은 불황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한국도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까? 청년실업은 악화될까, 개선될까?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퇴했던 일본 기업이 부활하여 지금은 오히려 한국 기업이 뒤처지고 있다는 우울한 경보는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아베노믹스는 효과를 보았는가? 소득주도성장은 한국 경제에 적절한 처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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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이 이렇듯 신속히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이미 2007년부터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문부과학성이 2007년에 착수한 ‘원소전략 프로젝트’다. 20여 개 대학과 기업이 참가한 이 프로젝트에서 대체재료에 대한 연구에 상당한 진척이 있었고, 2010년 이후 희토류 대체재료 개발에 그 연구성과가 응용되었다. 문부과학성이 기초 기술을, 경제산업성이 응용연구를 분담하는 협업체제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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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들여다보면 일본의 경험을 통해 한국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서로 확연히 다른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닮았고 어떤 부분이 다른 지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차이를 잘 이해한다면 일본의 경험을 통해 유용한 시사점을 다양하게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부동산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는 것도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서울과 도쿄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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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청년 인구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는 머지않아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일본의 경험이나 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청년 인구가 감소한다고 무조건 청년실업률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일본에서 20대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7년경의 일이다. 그러나 1990년 버블의 붕괴 후 악화되기 시작한 청년실업은 인구가 줄어들어도 개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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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를 보면서 늘 안타까운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이 단절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금껏 지나온 정권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각종 청년고용대책을 쉴 새 없이 발표하고 홍보했다. 그러나 일단 정권이 바뀌고 나면 지난 정부의 모든 정책은 실패가 되고, 모든 것을 제로에서 새로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 정권의 정책의 효과를 검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책 수단을 개선할 때도 장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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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컨설팅 기업인 PwC가 발표한 ‘연구개발비에 따른 기업 순위’를 보면 상위 1,000개 기업 중 34사만이 한국 기업인 데 반해 일본기업은 161사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 34사의 데이터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계산하면 3.4%인데 비해, 같은 계산에서 일본 161사의 수치는 4.3%로 더 높게 나온다. 그런데 PwC 순위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계산하면 한국 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2.4%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상위 3사를 제외하면 2.1%로 조금 더 떨어진다. 그러나 일본은 일본 기업 중 가장 순위가 높은 토요타자동차를 제외하거나 상위 3사를 제외해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4.3% 수준에서 별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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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자회사 SCE의 사장으로 PS4의 개발을 지휘했던 히라이는 2012년 본사의 사장이 되자 본사의 규모를 줄이고,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바이오와 브라비아, 즉 컴퓨터와 텔레비전 사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사내의 의견을 경청했지만, 사내의 정치 논리보다는 외부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내부를 들여다보길 원했다. 오랫동안 바이오 사업부에 있던 직원은 바이오를, 브리비아 사업부에 있던 직원은 브라비아를 지키고 싶어할 게 자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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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다는 히타치가 제공하는 디지털 솔루션 사업의 주축을 이루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명칭이다. 예를 들면 공장에서 쓰이는 부품, 부품의 조달, 생산량, 일정, 전기 사용량 등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루마다에서 축적·분석해서 그 공장에 적절한 생산 방식이나 업무 방식, 서플라이 체인의 운영 방식 등을 제안한다. 개별 업무별 최적화·효율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조현장의 모든 시설과 업무를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고객의 공장에서 축적된 빅데이터를 루마다가 가지고 있는 관련 업계의 데이터와 비교·분석함으로써 고객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과제나, 새로운 사업의 발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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