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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82g | 153*224*30mm
ISBN13 9788990229458
ISBN10 8990229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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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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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남편과 함께 나란히 길을 가는데 유치원 또래 소녀가 우리 둘을 유심히 쳐다보며 마주 오고 있었다. 우리 병원에 다니는 아이였다. 옆에서 소녀의 어머니가 인사를 시켰다.
“인사드려야지. 의사 선생님이시잖아?”
그 아이는 하라는 인사는 안 하고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대뜸 우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커플이다! 커플!”
“둘이 사랑한데요. 얼레리꼴레리.”
어머니가 말려도 그 아이는 한참을 뒤돌아보며 놀려 댔는데 우리 부부는 전혀 당황스럽지도 않고 언짢지도 않았다. 오히려 살짝 기분이 좋았다. 그 어린이가 귀엽기도 하고, 부부가 걷는 모습을 연인으로 해석해 주어서 그런 것 같았다. 이렇게 아리따운 소녀 팬을 거느린다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공인」중에서

“아니, 그 시절에 어떻게 연하남과 결혼할 생각을 했어요?”
그러자 그만 엉뚱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시대를 앞서갔던 거죠, 뭐.” ---「아내의 나이」중에서

막내가 미스터 다르시의 나이가 되어 가는데도 나는 아직 문학소녀 같은 마음으로 그에 대한 로맨틱한 환상 속에 빠져 있다. (……) 제인의 자취를 찾아서 영국 햄프셔의 쵸튼 하우스를 방문하는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다. 더비셔로 이동해서는 다르시의 저택 배경이 된 채스워스 하우스를 방문하리라. 오만한 귀공자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고풍스러운 방에 들어서서 초상화들도 차근차근 감상해야겠다. 호수가 딸린 넓은 정원에서는 엘리자베스와 다르시가 마주쳤을 장면을 상상하며 오래 거닐고 싶다. ---「제인의 남자」중에서

‘동’ 카페에서 찻잔을 앞에 두고 사색에 잠긴 선생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소설 속 동이의 이름도 이 차점 ‘동’에서 탄생했을지 모른다. 선생은 차점의 낭만을 사모하여 일요일마다 십리 길을 걸어왔나 보다. (……) 밤에는 우리가 머무는 펜션의 산자락 위로 상현달이 떠올랐다. 시골에서 맞는 달빛은 더욱 은은하게 느껴졌다. 봉평의 달빛이라 그런지 몰랐다. 허 생원도 5월에는 흰 메밀밭 대신 연초록색 봄 숲을 적시는 달빛에 숨이 막혔을 것이다. ---「봉평의 봄」중에서

고흐가 생전에 자신이 그림으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있음을,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따뜻한 사람이구나’ 하고 알아주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고흐가 떠나 버린 자리에서 나도 그 모든 것을 깨닫고 그에게 열광하며 애달파하고 있다.
---「아를, 고흐가 떠나 버린 자리에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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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각자 개성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수필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진실성의 문학이다. 진실성을 담보로 한 박정옥의 삶과 그의 사유를 통해 생활인으로서의 모습과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하며 성장하는 모습에 공감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한다. 삶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은 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절로 일게 한다.
사고는 비언어적이며, 언어는 비사고적이다. 여기에서 언어는 좀 더 명확히 하면 ‘문자화된 언어’라 하겠다. 사고에서 비롯되는 비언어적인 문학적 상상력은 언어로 형상화된다. 아이러니하지만 비언어적인 문학적 상상력을 언어로 형상화하는 것이 문학이 추구하는 예술의 지점이고 바로 그 경계에서 작가와 독자가 만나게 된다. 박정옥이 형상화한 것은 그가 염원하는 꿈이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이다. 거울을 비추듯 마음으로 바라본 세상과 세심한 눈길이 닿은 곳이며, 아낌없이 사랑하는 자기 자신이다. 그의 일상은 세심하며,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밀하고, 그의 느낌은 아이와 같은 순수함이다. 그의 삶이 꿈과 현실, 그리고 문학으로 점철되어 있듯이 그의 글도 다르지 않다. 그의 삶은 문학이다.
- 지은희 (문학평론가 / 박정옥 작가론 「꿈, 현실, 문학으로 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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