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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정원

소박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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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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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98g | 145*215*24mm
ISBN13 9788958206040
ISBN10 8958206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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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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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디자인 공부를 하겠다고 한국을 떠나온 건 어쩌면 빛 좋은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16년 동안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매일 써대는 방송 원고가 내 삶이고, 힘이고, 돈이고, 명예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마흔의 나이가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어디쯤에 참 많이 지치고 망가져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이들의 작은 실수를 참아주지 못하고, 작고 사소한 것들을 용서할 수 없어 괴로워하고, 불쑥불쑥 찾아오는 조급증은 늘 심장을 불안하게 뜀뛰게 했다. 아파트가 싫어 일산에 집을 짓고 들어간 뒤 작은 마당을 선물로 받았다. 그 손바닥만 한 정원에 나무를 심고, 꽃을 심고, 계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여섯 해를 보낸 어느 12월의 새벽,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마당에 서서 가을에 맺힌 고염을 먹으려고 찾아온 새들 속에서 문득 알았다. 이 작은 정원에서 지극한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이게 영국으로까지 나를 떠나오게 한 진짜 이유고 변명이다.”

“머리 나쁘고 부지런한 일꾼이 가장 골칫덩이라고 하더니 내가 꼭 그 꼴이었다. 남들보다 깨끗해 보이는 화단을 만드는 게 정원을 잘 가꾸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뭐든 서둘러 남들보다 더 일찍 시작하고 정리하는 것이 잘하는 일이라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음 조급한 정원사의 손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충분히 스스로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하고 미리 자르거나 미리 내놓은 식물들은 엄청난 시련을 치르거나 죽어간다. 정원 일은 요즘 세상과는 반대로 가는 일이다. 빠르고 간단하게가 아니라 느리게 천천히 가는 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아무리 마지막 추위가 다 지나갔다고 일기예보가 장담해도 한 번 짚어가는 답답한 느림, 누렇게 빛바래가는 잎사귀가 보기 싫어도 식물 스스로가 이제는 됐다고 말해줄 때까지 기다려주는 무던함, 잘라놓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생각한 후 가위를 드는 신중함, 그게 정원의 일이다. 그 훈련이 정원사의 공부이기도 하다.”

“나뭇잎은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무가 잎을 잘라내는 것이다. 나뭇잎이 나무에 연결된 부분을 점점 부풀어오르게 한 뒤 결국은 떨어져내리게 한다. 자기 몸의 일부였을 텐데 그 잎을 잘라내는 나무가 많이 아팠을 것도 같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오면 잎이 필요 없어진다. 아니 잎을 계속 달고 있으면 나무 전체가 죽게 된다. 잎을 달고 있으면 뿌리로부터 수분을 빨아들여 밖으로 다시 수분을 빼내는 작용을 하게 되고, 결국 빨아들인 물이 얼어서 식물 전체가 동사하게 된다. 떨어지는 낙엽이나 잘라내야 하는 나무나 다 아팠겠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유난히 바람결에 부대껴 떨어지는 낙엽의 소리가 그렇게 슬프게 들리는지도 모르겠다.”

“정원사의 일 역시 식물을 키우고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식물의 타고난 품성과 본성을 이해하고 그들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리라. 생각해보면 참 단순하다. 생김이 다르고, 키도 다르고, 피워내는 꽃과 잎도 제각각인데 같은 기준에 놓고 똑같이 자라 달라고 주문하면 모두가 행복할 리 없다. 어떤 식물은 햇볕 쨍쨍 내리쬐는 양지를 좋아하지만 어떤 식물은 그늘진 응달을 좋아하고 어떤 식물은 물기 없는 흙을 좋아하지만 어떤 식물은 뿌리를 거의 물속에 담그고 있어야 편안해한다. 그 타고난 본성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줘야 모두가 행복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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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 『소박한 정원』을 읽는 것은 마치 잘 가꾸어놓은 정원을 둘러보는 기분입니다. 구석구석 공감이 가고 미소도 짓고 탄성도 울리는 그런 정원. 이처럼 정원에 대한 휴머니티가 진정으로 담긴 책은 없었습니다. 일기를 보는 듯 현장 기록이 이토록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큰 즐거움입니다. 읽다 보면 제 이야기를 대신해주는 듯해서 혼자 웃고 혼자 한숨도 쉬고 그랬습니다. 정원 일을 아무리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적절히 글로 표현해내지 못하면 그것도 좀 아쉬운 일이지요. 예리한 작가의 눈과 손맛은 역시 다르구나 싶습니다. 저는 고생이 단지 고생으로 끝나지 않고 멋으로 승화될 때, 경험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주변과 나누어질 때 그 가치를 얻는다고 여깁니다. 우리의 삶에 올바른 해석이나 모범답안은 없겠지요. 펜대를 쥐고 있던 그가 삽과 가위를 들고서 정원 여기저기를 누비는 모습, 여우를 만나 지었을 표정, 꽃망울 하나에도 깊은 사랑을 담는 눈……. 그런 오경아 씨의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우리 삶의 한 길이요 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또다시 훈훈해집니다.”
- 최호숙 (외도 보타니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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