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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회 차, 축구의 신 2

인생 2회 차, 축구의 신 2

백린 | 청어람 | 2019년 08월 2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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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268g | 128*188*16mm
ISBN13 9791104920424
ISBN10 11049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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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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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치러진 UJ 소프트와의 정기전은 4 대 1로 끝났다. 윤민혁이 속한 IRC 소프트가 승리 팀이었다.
승리에 들뜬 김 부장은 동아리 회원들을 억지로 끌고 호프집을 점령했다. 힘들게 뛰느라 지쳐버린 민혁으로서는 기겁할 일이었지만, 자기 기분에 취해 버린 김 부장은 다른 회원들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폭탄주를 들이밀었다.
그렇게 두 시간을 고문처럼 견디던 민혁은 공원에 마련된 쓰레기통에 폭탄주를 토해내곤 중얼거렸다.
“아, 진짜 죽겠다.”
민혁은 공원 벤치에 드러누워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지금이 따듯한 5월이기에 망정이지, 만약 겨울이었다면 이렇게 쉬지도 못 했으리라.
“으으… 진짜 빨리 들어가서 자야 아침에 출근하는데…….”
민혁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꿈틀댔다. 기껏 힘을 짜냈는데도 그 이상의 움직임을 보일 수 없었다.
일어나길 포기한 그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공원 옆 천주교 성당엔 십자가를 든 예수의 석상이 세워져 있었다. 나이롱이라고는 해도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예수님의 석상을 보고는 잠깐 경건한 마음을 품었었지만, 그에게 들어온 알코올은 그 경건함을 울분으로 바꾸어 토해내게 만들었다.
“예수님… 저 진짜 왜 이렇게 사는 걸까요?”
당연한 일이지만 대답은 없었다.
“아… 예수님까지 절 무시하시면 어떡하나요.”
취기가 올라온 민혁은 헛소리를 지껄였다. 만약 옆에 누구라도 있었다면 하지 못할 말이었지만, 잔뜩 취해 버린 데다가 듣는 사람도 없는 지금은 아무 거리낌 없이 헛소리를 꺼낼 수 있었다.
“예수님… 제가 말이죠. 진짜 이렇게 사는 게 정말 후회되거든요. 아침 8시 반에 출근해서 새벽 1시 퇴근이 기본인데, 그걸 일주일에 5일도 아니고 7일을 이렇게 사는 게 말이 됩니까? 그것도 1년에 2,500만 원 받으면서요. 저 지난 설날에도 집에 못 가고 회사에 잡혀 있었어요. CBT 한 달밖에 안 남았으니까 그냥 일하라면서 회사에서 붙잡아서요.”
민혁은 오른손으로 눈을 가렸다.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 진짜. 제가 축구에 재능이 있는 거 아셨으면 그쪽으로 가게 해 주셨어야죠! 왜 엄한 공부를 하게 해서 이런 길로 오게 하셨냐고요! 그럴 거면 아예 공부 머리를 엄청 주셔서 판검사나 의사 되게 해주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도대체 이게 뭡니까, 예?”
그는 헛소리를 한껏 늘어놓았다. 누군가가 봤다면 부끄러워서라도 못할 이야기였지만 꺼내놓고 나니 왠지 속은 편했다. 사실은 누군가 들어줬으면 하는 탄식이었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한동안 중얼거리던 그는 30분이 지나서야 벤치에서 일어났다. 속이 좀 편해지고 나니 사라졌던 힘이 조금은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으, 머리 아파.”
민혁은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발을 떼었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자 ‘4:34’라는 숫자가 눈을 채웠다. 이대로 집에 가 봐야 3시간밖에 못 잔다는 이야기였다.
“죽겠네, 정말.”
민혁은 비틀대며 집으로 향하다 사고를 쳤다. 멀쩡하게 걷고 있던 노인과 부딪쳐 그를 쓰러뜨린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민혁은 당황하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꽤나 취한 탓에 손은 엉뚱한 방향으로 내밀어졌고, 노인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민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젊은 사람이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셨나 그래.”
“아니, 그게 저…….”
“술 냄새가 아주 진동을 하는구먼. 골목 끝에서도 맡을 수 있겠어.”
노인은 몸을 일으킨 후 무릎과 허벅지를 툭툭 털었다. 민혁은 미안한 마음에 노인의 무릎을 털어주려다 휘청하고 쓰러져 버렸고, 노인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민혁을 보다 그를 일으켜주며 말했다.
“뭐 그리 후회되는 게 있어서 이렇게 마셨나?”
“후회되는 일이 있어서 술을 마신 건 아닌데, 술을 마시고 생각해 보니 후회가 커지는 일은 있네요.”
“누구나 인생에 후회는 남는 법이지. 하지만 기회가 다시 와도 그걸 잡는 사람은 드물더군.”
“간절한 사람이면 잡지 않을까요?”
“간절한 사람?”
민혁은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남아 있는 술기운에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적어도, 재능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아서 후회가 남는 사람이라면 기회를 놓치진 않겠죠.”
“그런가?”
노인은 희미하게 웃으며 민혁에게 말했다.
“그래. 자네가 정말 그럴 수 있는지 한번 지켜 보겠네.”
“…네?”
어지러움에 바닥을 보던 민혁은 고개를 들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되묻고 싶어서였다.
“…어라?”
민혁은 흠칫 놀랐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노인이 어느새 사라진 게 아닌가.
“뭐, 뭐였지?”
그는 당황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말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오싹해진 그는 닭살이 돋은 팔뚝을 쓸어내리다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취해서 헛것이라도 본 모양이었다.
놀라움을 지워낸 그는 비틀대는 걸음으로 골목을 지나 자취방이 있는 원룸 건물에 몸을 기댔다.
헛것을 볼 정도로 취해서인지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았으나, 이미 그런 상황에 익숙했던 그의 몸은 알아서 번호를 입력하고 그를 건물로 들여보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그는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쓰러졌다. 잘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시간이지만, 그만큼이라도 자지 않으면 정말 죽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비척대며 일어나 걷다 벽에 부딪쳤다.
“으억.”
민혁은 머리를 붙잡았다. 졸음에 취한 채 걸었던 탓에 벽을 발견하지 못하고 일어난 사고였다.
“뭐야. 여기 왜 벽이 있어.”
뒤늦게 벽을 발견한 그는 당황하다 눈을 살짝 치떴다. 어째 벽지가 평소에 보던 것과 색이 달랐다.
혹시 남의 집에 들어온 건가 싶었던 그는 고개를 돌렸고, 이어진 상황에 조금 더 당황하며 입을 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 있는 거울엔 웬 어린아이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었다.
‘…어제 너무 마셨나?’
민혁은 머리를 붙잡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숙취라면 찾아올 두통도 없었고, 당연히 있어야 할 피로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이런 상황에 혼란을 느끼고 있을 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언제까지 자는 거야! 밥 안 먹어?”
민혁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어… 엄마?”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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