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 오후 3시 무렵까지 잠들어 있었지만 내가 잠들어 있던 정오 즈음, 아내는 부엌에서 노라를 껴안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노라는 지난밤에 남겨둔 초밥집 주먹밥의 지붕 계란부침을 받아먹었다. 잠깐 목욕장으로 들어가 누워 있다가 얼마 뒤 2시쯤 아내가 새 방석을 수선하고 있는 곳으로 다가와 마루에 앉아서 한쪽 발을 다다미 위로 내밀며 다다미로 몸을 뻗는 등 좀처럼 하지 않는 행동과 함께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냐아? 하고 울었다. “가볼까” 하고 말하며 아내가 일어서려 하자 먼저 일어나 벌써 출입구 봉당으로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다. 아내는 문을 열어 주기 전 봉당에서 노라를 안아 올려 안은 채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는데 건조대 쪽으로 가볼까 하여 그 방향으로 한발 두발 내딛자 노라는 뒤편을 바라보며 반대 방향으로 가고 싶은 눈치라 끌어안은 채 그쪽 방향 세면장 나무문 근처 노라가 늘 기어오르곤 하는 담장 위에 올려두려 하자 노라는 불안해하며 아내의 손을 빠져나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서 담장 아래를 기어 속새 수풀 사이를 빠져나가더니 건너편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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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상에 앉았다. 술 한잔을 하던 사이 뭔가에 이끌리듯 목욕장에 가보고 싶어져 가보게 되면 다시 울게 된다. 노라가 돌아오지 않게 된 지 벌써 열흘 정도가 지났다. 그전까지 매일 밤 들어가던 목욕탕도 아직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욕조 덮개 위로 노라가 잠들던 방석과 덮는 이불용 보자기가 그대로 놓여 있다. 그 위에 이마를 가져다 붙인 채 사라진 노라를 부르며 노라야, 노라야, 노라야 하고 중얼거리기를 멈출 수 없다. 이제 됐다 싶어도 또 그렇게 불러보고 싶어져 이마를 방석에 붙이고 다시 노라야, 노라야 불러본다. 멈춰야 한다고 생각해도 사라진 노라가 가여워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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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서재로 엽서를 가지러 가서 속달용 우표를 꺼낸 뒤 붉은 금을 긋기 위해 붉은색 연필을 서랍에서 꺼내려 하는데 유리창 밖에서 소리가 났다. 노라가 밖에서 돌아왔을 때와 같은 기척이 나서 꺼내려던 것들을 던져 버리고 황급히 열어보자 예의 노라와 닮은 고양이가 사람 얼굴을 바라보며 노라와 똑같은 목소리로 냐아? 냐아? 하고 운다. 참을 수 없어 오랫동안 내리 울었다. 정말로 노라였다면 얼마나 기뻤을까. 한순간에 만사가 회복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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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내도 원래부터 고양이를 좋아하진 않았고 고양이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다. 처음부터 집에서 키울 생각으로 그 새끼고양이를 상대한 것도 아니었지만 얼마 안 있어 가을이 깊어지고 날이 살짝 쌀쌀해지던 이삼일 즈음 그 고양이가 감기에 걸려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자 불쌍해하던 아내가 하루 종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껴안아 줬다. 자양이 될 만한 여러 가지를 뒤섞어 주거나 감귤 상자 안에 유탄포를 넣어 잠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삼일 후 다시 기운을 차렸지만 더 이상 이 새끼고양이를 내쫓을 수 없어서 집에서 키워 보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고양이 이름을 붙어야 한다. 들고양이 새끼니까 ‘노라’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노라가 커서 어엿한 한 마리가 되어 사람이 없던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었는데 그때로부터 1년 반 정도가 지난 올해 3월 27일 오후 아내에게 안긴 채 뜰로 나가더니 속새 수풀 사이를 빠져나가서는 어디론가 떠나 버린 채로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재작년 초가을 경 꿈만 같이 조그맣던 노라가 떠오르고 그 이후 1년 반 사이 이런저런 추억들이 떠올라서 나는 어디론가 떠나 버린, 또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하게 된 노라가 불쌍해 완전히 평정을 잃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만, 매일매일 낮이고 밤이고 울기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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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가장 귀여운 점은 귀이다. 이쪽을 향해 쫑긋 세우고 있어도, 건너편을 향해 삼각형 뒷모습을 보여 줘도 그럴싸한 위엄이 있고 조그만 귀를 때때로 한 쪽씩 움직일 때가 가장 고양이답다. 노라는 멍하니 있을 때 항상 귀를 꺾어 접곤 했다. 한쪽을 똑 꺾어 접으면 그걸로 족한지 다른 한쪽 귀를 붙잡고서 사람이 모처럼 접어줘도 쫑긋 펼쳐 버린다. 가끔 양쪽 귀 모두 접을 때도 있다. 쿠루쓰의 귀는 조그만 건지, 뻣뻣한 건지, 탄력이 너무 강한 건지 한쪽 귀조차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노라는 자주 눈곱이 껴서 아내가 떼줬지만 쿠루쓰 같이 눈물이 흐른 적은 없다. 쿠루쓰는 우리 집에 헤매 들어온 당시부터 아직까지도 눈이 낫지 않았다. 탈지면에 붕산수를 적셔 닦아 줄 뿐만 아니라 약국에서 소아용 안약을 사와 넣어 준다. 1회분을 다 써도 낫지 않아 2회분을 넣어 준다. 며칠인가 다소 낫는 것 같다가도 밖에서 돌아오면 역시나 눈물이 고여 있다.
쿠루쓰는 이미 우리 집을 자신의 집으로 받아들인 듯 노라가 그랬던 것처럼 뜰 근처를 뛰어다니다가 다른 고양이가 오면 담장 위에 올라가서 싸움을 건다. 그렇게 코 앞부분을 다쳐서 돌아온다.
그때마다 아내가 치료해 주며 “어느 고양이한테 당한 거야, 다음에 오면 아주 혼쭐을 내줄 거야, 너는 늘 지기만 하니까 패기가 없지.” 하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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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쓰는 완전히 겁을 먹고 귀를 바짝 내려 붙여 움츠러들었다. 아래로 내려와선 사람 발밑으로 머리를 땅바닥에 붙이더니 머리부터 아무렇게나 벌러덩 드러누워 공순의 뜻을 표한다. 혼날 땐 늘 그렇게 군다. 응석을 부리고 싶을 때도 그런 흉내를 낸다.
이삼일 전 아침, 꿈에서 맞은편에 커다란 사자가 나왔는데 그 몸 덩치가 다다미 한 장 정도였다. 그 커다란 사자는 나를 보더니 머리를 지면으로 붙이며 쿠루쓰의 요령처럼 아무렇게나 벌러덩 가로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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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과연 아무것도 모르는 걸까. 어쩐지 그렇지 않은 것 같은 점도 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알지 못하는 처지인 척 시치미를 떼고 있는 건 아닐까. 알아들은 뒤로도 이어서 그 기억의 정도를 계속 지속할 수 있다는 예를 현실에서 본 적이 있다. 바로 얼마 전에 도와주러 오던 다른 집 아주머니와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이가 전갱이 건어물을 구워 둘이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있었다. 키 작은 밥상 아래엔 쿠루쓰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웅크려 앉아 있다. 눈을 늦게 뜬 내가 그곳으로 나가서 복도 덧문을 여는데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사정을 잘 모르고 덧문 갑창(甲窓) 뒷마무리를 항상 실수하던 게 떠올라 “식사 중이지만 잠시 일어나 이쪽으로 와서 여기 항아리 상태 좀 봐주게” 하고 말했다. 상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온 둘에게 “여길 이렇게 하면 간단히 열 수 있네” 하고 알려주며 바로 일단락되었지만 그사이에 키 작은 밥상 다리 근처에 있던 고양이가 기어 나와 아무도 없는 밥상 위 전갱이에 손을 내밀던 걸 둘이 발견해 “이놈!” 하고 혼을 냈다. 쿠루쓰는 완전히 겁을 먹고 움츠러들어 바로 손을 당기긴 했지만 배가 고픈 것 같다며 동정하던 아주머니가 따로 고양이에게 고양이 밥을 차려줬다. 고양이 밥도 전갱이이다. 고양이 전갱이는 간을 약하게 하여 조린다. 쿠루쓰는 혼자서 따로 받아먹어 맛있었다는 것처럼 입 주변을 날름 핥은 뒤 이번에는 내가 있는 방으로 찾아와 난로 앞에 웅크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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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초 경찰뿐만 아니라 인접 가구라자카 서, 요쓰야 서, 아카사카 서에도 수색원을 냈다. 가구라자카 서에서는 순찰 중이던 순사가 보러 가보라고 연락을 줘서 바로 가보았는데 노라가 아니긴 했지만 그걸 전해 준 경찰도, 또 우리가 보러 갈 때까지 그 고양이를 붙잡아 준 상대편 댁 사람들의 친절에도 감사하다.
감사하다든가 친절하다든가 해도 별 볼 일 없는 잡종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그렇게나 세상 사람들을 시끄럽게 하고, 하물며 공공 기관인 경찰서까지 번거롭게 하는 건 무엄하다며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물론 정말이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죄송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노라는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 p.198
나는 일어나 침상에서 나올 때 반드시 쿠루에게 말을 건다. 잠든 쿠루의 이마에 내 얼굴을 갖다 붙이고 손으로 쿠루의 몸을 끌어안으며 말을 건다. 쿠루에게선 쿠루 냄새가 난다.
“쿠루야, 너냐?”
목구멍 안쪽에서 “응, 응” 하는 소리가 난다. 잠결에 대답하려는 듯하다.
“쿠루야, 너냐? 그렇게 자는 게냐?”
“응, 응” 하고 말하며 조그만 손을 뻗어 손끝에 손톱이 난 손가락 사이를 활짝 펼쳐 보인다.
“쿠루야, 너는 영리하잖아. 그렇게 영리하게 잠들어 있는 거냐? 쿠루야, 너냐?”
이번에는 턱을 자신의 양손 사이로 끌어안듯 둘둘 둥글게 말아 마치 소라고둥 껍데기 같은 꼴로 쌕쌕 콧김을 낸다. 내가 놀리는 중에도 절대 눈을 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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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들고 난 뒤 어느 아침, 아직 더 자고 싶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포기하고 일어났다. 그에 앞서 꾸벅꾸벅 졸다가 쿠루 꿈을 꾸었다. 그러므로 역시 잠들었을 것이다. 오카야마의 생가 시호야 가게 봉당에서 쿠루를 안은 채 뒤편 창고로 들어갔다. “쿠루야, 불쌍하구나” 하고 말한 건 쿠루가 죽은 당시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창고 안 봉당에 내려 주려고 하다가 다시 안아 올리며, 봉당이니까 손톱을 세울 수 없다. 그 쿠루의 손을 끌어 잡으려 하던 참에 눈이 뜨였다. 다시 곧장 일어났지만 쿠루를 끌어안던 팔과 쿠루의 이마에 가져다 댄 얼굴에 아직 쿠루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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