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은 여러 요소들을 간결하게 구성한 창조물이다. 단지 집을 구성하는 재료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이루는 무형의 리듬과 영혼 그리고 꿈을 이야기하는 곳이다. 집은 현실의 작은 땅에 자리 잡을 뿐이지만, 이 장소는 하나의 온전한 세계처럼 만들어진다. 좋은 집은 각 부분마다 사람들의 중요한 활동을 담아내고 전체적으로는 삶을 향한 하나의 태도를 표현한다.” -찰스 무어, 3p
포스터와 그의 부인 엘레나는 독특하게 뻗은 이곳 해안을 좋아하는데, 자연이 아름다울뿐더러 니스 공항으로 교통이 편리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으로 매수된 이곳 시장들 때문에 코트다쥐르의 환경에 질적 저하가 일어나자, 프랑스 정부가 이곳의 도시 계획을 파리시의 통제하에 두고 난개발을 막을 엄격한 제도를 실시했다는 점이다. 포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것도 헐거나 새로 짓지 못하게 했어요.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개조뿐이었는데, 참 고무줄 같은 말이었죠. 물론 규정은 꽤 복잡했지만요. 그래서 우리가 찾아낸 건물이라고는 5층짜리 타워뿐이었어요. 꽤 낡아 보이던 1950년대 건물이었죠. 우리의 결과물은 창조적 상상의 극한을 시험하며 만들어낸 것입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이 집을 보고 말하겠죠. ‘완전히 미쳤군요!’” - 노먼 포스터: 돛단집, 12p
대담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한 부부 건축가 팀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험하려고 두 채의 자택을 지었다. 이 두 채의 집은 공장에서 미리 부재를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지어졌으며, 저비용으로도 가능한 창조적인 건축 방식을 선언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가르시아 아브릴은 이렇게 주장한다. “건축법에 매달리면 뻔한 건축이 나올 거예요. 반드시 한계를 시험해봐야 합니다.” 헤메로스코피움은 그렇게 만든 집으로 마드리드 바깥의 옛 테니스장 부지에 육중한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prestressed concrete) 보를 옮겨와 지었다. 반면에 부부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강의할 때 거처로 사용한 키클로페안은 스티로폼을 활용해 지었다.
-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 + 데보라 메사: 헤메로스코피움/키클로페안, 84p
멀리서 보면 이 집은 마치 방주 하나가 농장으로 둘러싸인 산 중턱의 풀밭에 상륙한 것처럼 보인다. 외벽의 미닫이 패널을 완전히 닫으면 지면에서 부유하며 회전하는 미니멀리즘 조각 같기도 한 불가사의한 건물이다. 언뜻 보면 창을 감춘 벽과 경사 지붕, 뒤로 물린 기초만 보여 하나의 콘크리트 거석을 연상케도 한다. 집 주변으로 양떼가 즐겨 출몰하며, 말떼가 지면에 설치된 상향 조명기구를 밟아 뭉갠 적도 있다. 물론 이들이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서처럼 쌍쌍이 집으로 들어오려고 한 적은 없지만 말이다. -로베르트 코니에치니: 방주 134p
주변 동네는 오랜 쇠락기를 벗어나 회복되고 있었지만, 이 집만은 중세부터 현재까지 역사가 켜켜이 묻어나는 양피지와 다름없었다. 이 집은 13세기에 도시 성벽위에 터를 잡은 뒤 마당 두 곳을 중심으로 구성된 1,500㎡의 입체 미로로 확장됐다. 고딕식 계단, 아래쪽 중정에 있는 르네상스식 예배실, 그리고 노출된 도시 성벽의 일부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며, 스페인 내전 이후에는 중정들 주위로 소규모의 열일곱 세대가 들어서 공동주택이 되었다. -라몬 보쉬+엘리사베타 카프데페로: 카사 콜라주, 234p
이 집을 설계하고 시공한 과정은 한 개인의 발견의 여정이었다. 도메니히와 그의 학생들은 이 집의 복잡한 기하학적 형상을 30년에 걸쳐 완성했다. 그의 개념 스케치는 어릴 적 살던 곳 근처의 산악지대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도메니히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35년이 지난 뒤 묄탈로 돌아가 어느 산장 속에서 은거했어요. 암석들을 스케치하며 그곳에 있는 원형적인 건축 요소들에 심취했는데, 어떤 아이디어를 찾고 있었죠.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유롭게 스케치하면서 절제 있는 기하학적 개념을 발전시키고 복잡성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고 시도하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파편적이고 예각이 많은 이 집은 마치 우주 폭발 장면처럼 보이며, 자연의 형상을 떠올리기도 한다.
-퀸터 도메니히: 슈타인하우스, 2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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