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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피다

불을 지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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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0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18g | 140*210*30mm
ISBN13 9788984316201
ISBN10 898431620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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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본래 정해진 수만큼만 싸울 수 있다. 그건 게임의 철칙과도 같다. 어떤 사람이 평생 백 번을 싸운다면, 다른 사람은 스무 번을 싸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각자에게 체질과 근성에 따라 정해진 숫자가 있으며, 그 수만큼 싸우고 나면 그것으로 끝인 것이다. 그랬다. 톰 킹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많이 싸울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으며, 그가 감당할 수 있었던 가혹한 싸움의 몫보다 훨씬 많은 수를 싸웠다. 심장과 허파를 터질 듯하게 만들던 그런 싸움들 때문에 정맥은 탄력을 잃었고, 근육은 뻣뻣해졌다. 대담성과 지구력은 소진되었고, 견디면서 애를 쓰느라 뇌와 뼈가 다 지쳐버렸다. 그랬다. 그는 다른 누구보다 잘 싸웠다. 그의 오랜 상대들 중에 아직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예전에 타이틀을 보유했던 선수들 중에 마지막으로 남은 이였다. 그는 그들의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것을 두루 지켜보았으며, 그들이 그렇게 되도록 일조하기도 했다. --- pp.17-18

샌델은 패하느냐 겨우 버티느냐의 기로에 서 있었다. 어지간한 펀치 한 방이면 그는 쓰러져서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그 순간 톰 킹은 쓴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마지막 한 방을 먹이기 위해 스테이크 한 장이 필요했다는 아쉬움이었다. 그는 마지막 한 방을 날리기 위해 분발했지만, 펀치가 충분히 묵직하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샌델은 휘청거리면서도 쓰러지지 않았고, 뒤로 물러나 로프에 기댄 채 버텼다. 킹은 비틀비틀 다가가 생명이 다하는 순간과도 같은 고통을 느끼며 또 한 번 펀치를 날렸다. 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싸우겠다는 의지뿐이었으며, 그마저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턱을 노리고 휘두른 주먹이 어깨까지밖에 가지 못했다. 더 높이 휘두르려고 해도 지쳐버린 근육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 pp.33-34

“8만 번을 버려도 한 달에 100만 번이야. 1년이면 1,200만 번이고. 직조실에선 그보다 두 배를 움직였어. 1년 동안 2,500만 번 움직인 거야. 그런 식으로 100만 년은 움직인 것 같아.”
“그러다 한 주 동안 꼼짝도 안 했어. 몇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동작도 안 했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몇 시간이고 그냥 그대로 있으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말이야. 그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어. 나한텐 여유라는 게 없었어. 늘 움직이기만 했지. 그래가지곤 행복해질 수 없어. 이제 다시는 그렇게 안 할 거야.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쉬고, 또 쉬고, 그리고 더 쉴 거야.” --- pp.62-63

그때 상사가 날카롭게 명령을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초는 급히 눈을 감았다. 칼날이 내려오는 걸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크뤼쇼가 한 말이 떠올랐다. 크뤼쇼의 말은 틀렸다. 칼은 간질간질한 촉감이 아니었다. --- pp.87-88

하지만 리베라는 살아남았고, 몽롱하던 정신도 돌아왔다. 다 똑같았다. 증오스러운 그링고들은 모두 비겁했다. 최악의 순간에 리베라의 뇌리에는 다시 환영들이 번뜩 스쳐 갔다. 저 멀리 사막 끝에 기다란 철길이 가물거렸다. 헌병대와 미국 경찰들, 형무소와 유치장, 급수탑 아래의 목마른 부랑자들. 리오블랑코 파업 이후의 기나긴 여행에서 겪었던 온갖 고생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갑자기 찬란한 붉은 혁명이 고국 땅을 휩쓰는 광경이 보였다. 그는 총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그 자신이 총이었다. 그는 곧 혁명이었다. 그는 온 멕시코 인민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 pp.121-122

맷은 간신히 의자가 있는 데까지 와 주저앉았다. 그는 무릎을 감싸고 웅크린 채 살을 찢는 듯한 고통과 싸웠다. 이윽고 발작이 멈추자 그는 완전히 기운을 잃고 오한에 몸을 떨었다. 그는 짐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려고 간신히 눈을 떴고, 짐이 바닥에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멋있게 독백도 하고 농담도 하고 삶을 비웃어주려고도 했으나 말이 되지 않는 소리만 간신히 나올 뿐이었다. --- p.155

가련한 요리사는 마침내 결심했는지 오브라이언의 손목에 칼을 대고서 톱질하듯 켜기 시작했다. 절단된 정맥이 드러나 보였다. 설리번은 그 아래에 튜린 뚜껑을 바짝 갖다 댔다. 잘린 정맥에서는 붉은 피가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피가 한 방울도 없었다. 정맥이 말라붙었던 것이다. 아무도 입을 떼지 못했다. 물결에 배가 넘실거릴 때마다 말없이 굳은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 오르내렸다. 모두의 시선이 산 사람의 말라붙은 혈관에 고정되었다. 믿을 수 없고 괴기스러운 광경이었다. --- p.166

그는 그것이 모든 생명에서 구현되는 것을 보았다. 수액이 올라오는 것…… 버드나무가 초록 잎눈을 틔우는 것, 누런 잎이 떨어지는 것, 이런 것들만 보더라도 온 생명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자연이 개체에게 부과한 임무가 하나 있긴 했다. 그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그 개체는 죽었다. 임무를 수행해도 죽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연은 개의치 않았다. 자연에게 복종하는 개체는 얼마든지 있었는데, 이때 언제나 살아남고 또 살아남는 것은 복종하는 개체들이 아니라 복종 그 자체였다. 코스쿠시의 부족은 아주 오래된 부족이었다. 그가 어릴 때 알았던 노인들은 그들 이전의 노인들을 알았다. 그러니 그의 부족은 살아 있는 것이었고, 그것은 부족 구성원들의 복종을 뜻했다. 그들은 잊힌 과거가 되었고, 묻힌 곳조차도 기억되지 않지만 말이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부분적이고 일회적인 사건이었다. 여름 하늘의 구름처럼 사라져갈 존재들이었다. 코스쿠시 역시 그런 에피소드였으며, 곧 사라져갈 터였다. 자연은 개의치 않았다. 자연은 생에 하나의 책무만을, 하나의 법칙만을 부여했다. 생의 책무는 영속되게 하는 것이었으며, 그 법칙은 죽음이었다. --- pp.210-211

결국 그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양손을 확 떼어냈다. 타오르던 성냥 다발은 눈밭에 떨어지며 피시식 꺼져버렸으나 자작나무 껍질에 불이 붙었다. 그는 이 불씨에다 마른풀과 잔가지들을 올려놓기 시작했다. 양 손목 사이에 낀 채 들어 올려야 해서 땔감을 고를 수는 없었다. 썩은 나뭇조각이나 잔가지에 붙은 덜 마른 이끼들은 최선을 다해 입으로 떼어냈다. 그는 우스꽝스러워 보일 정도로 불을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불이 곧 생명인 만큼 절대 꺼뜨릴 수 없었다.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몸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고, 그의 동작은 더 우스꽝스러워졌다. 그러다 넓적한 푸른 이끼 한 덩이가 그 작은 불꽃 위로 떨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이끼를 제거하려고 했으나 오한 때문에 손가락을 너무 깊이 찔러 넣고 말았다. 그 바람에 손가락이 작은 불꽃의 불씨를 건드렸고, 불붙은 풀과 잔가지들이 흩어져버렸다. 그것들을 그는 다시 모아보려고 했으나 아무리 애를 써도 몸이 떨려서 소용이 없었고, 잔가지들은 속절없이 흩어지고 말았다. 흩어진 잔가지들은 하나씩 연기를 내뿜으며 꺼져버렸다. 불 피우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무심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개를 보게 되었다. 개는 잔해만 남은 불의 건너편 눈밭에 앉아 있었다. 웅크린 몸을 앞뒤로 움직이기도 하고, 앞발을 번갈아가며 살짝 들기도 하면서 개는 몹시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 pp.236-237

오후 늦게 그는 뼈다귀들이 흩어져 있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늑대들이 사냥감을 해치워버린 잔해였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살아서 깩깩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던 어린 순록이었다. 그는 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잘 발라 먹어 반질반질하고, 아직 핏기가 남아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나 또한 이 하루가 끝나기 전에 저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이란 게 그런 거겠지? 헛되고 덧없는 것. 고통은 산 자만이 느낄 수 있다. 죽음에는 아픔이 없다. 죽음은 잠과 같은 것. 멈춤이고 휴식이다. 그런데 왜 순순히 죽으려 하지 않는가?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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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50도의 혹한에서 얼어 죽는 사람이나 영상 50도의 혹서에서 말라죽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후자를 택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앞의 것은 잭 런던이 백 년도 더 전에 이미 썼다.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하고, 무정하리만큼 담담하게. 이 책의 표제작이 된 〈불을 지피다〉 얘기다.
이 외에도, 필사적으로 삶을 쥐고 놓지 않는 〈생에의 애착〉에서건, 죽음을 지혜롭게 수락하는 〈생의 법칙〉에서건, 잭 런던은 삶과 죽음 앞에서 징징대지 않는다. 우리의 삶이 접속사로 이어지는 긴 문장이라고 한다면, 어떤 서술어가 쳐들어와도 스스로 주어의 자리에 가서 서겠다는 거다.
〈스테이크 한 장〉이나 〈프란시스 스페이트 호〉를 비롯한 많은 작품들에서도 우리는 부조리한 세상과 맨몸으로 맞서는 터프한 작가의 초상을 본다. 세상은 백 년 전보다 더 교활하게 부조리해졌지만, 터프한 작가들은 드물어졌다. 그런 이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땐 다시, 잭 런던을 읽는다.
신형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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