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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의 정원

지킬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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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20g | 128*188*19mm
ISBN13 9791185153308
ISBN10 118515330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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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서 오래도록 변치 않는 행복을 주는 존재, 식물
나는 문학적 재능이나 식물학 지식을 내세울 만한 사람이 못 된다. 내가 아는 식물 재배법이 가장 실용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야외에서 화초와 함께 살아왔고 정원의 노동 앞에서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런 덕분에 살아서 자라는 많은 것과 아주 밀접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었고,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유용한 지식과 통하는 어떤 본능을 지니게 되었다.
내가 온전히 깨달은 가르침은 한 가지다. 정원을 향한 사랑이 우리에게 오래도록 변치 않는 행복을 준다는 것. 나는 이 가르침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누구든, 특히 어린 사람이 꽃에 관해 묻고 자신의 꽃밭을 갈망하고 정성껏 가꾸는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내게는 크나큰 기쁨이다. 정원을 향한 사랑은 한 번 뿌리면 결코 죽지 않는 씨앗이다. 죽지 않고 자라고 또 자라서 오래도록 변치 않고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행복의 원천이 된다.
--- p.8~9

정원에 어떤 씨앗을 뿌릴까
3월이 오면 씨뿌리기를 생각해야 한다. 3월 중순부터 말엽까지가 화단용 일년초의 씨를 뿌리기에 적당한 때인데, 스위트피는 더 일찌감치 2월 말쯤 뿌리는 게 좋다.
씨앗을 보고 있자면 생김새가 얼마나 제각각인지, 크기며 모양이 얼마나 다양한지 도저히 모르고 지나칠 수 없다. 코코넛처럼 거인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채마밭 누에콩처럼 동전만 한 것, 너무 작아 눈에 보일락 말락 한 것도 있다. 자라는 모양새는 또 얼마나 가지각색인지, 인디언옥수수처럼 종잇장 같은 헐거운 껍질에 싸여 자라는 것부터 완두처럼 콩깍지 안에 가지런히 자라는 것, 양귀비처럼 예쁜 단지 안에 들어 있는 것까지 자라는 방식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과일 씨앗은 또 얼마나 다른가. 자두나 복숭아처럼 달콤한 과육 안에 제법 큼직한 씨앗이 들어 있는가 하면, 체리나 오렌지 씨앗은 그보다 더 자그마하다. 대개 열매 안에 씨앗이 들어 있지만 열매 겉에 박혀 있는 경우도 있다. 겉에 노란 반점처럼 콕콕 박힌 딸기 씨앗처럼 말이다.
--- p.81~82

정원에 어울리는 동반자, 야옹이들
야옹이들이 없다면 내가 정원에서 얻는 즐거움은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여러분도 나만큼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고양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정원에 어울리는 동반자니까. 정원에 나가 일을 할 때면 꼭 한두 녀석은 주위에 나타나서 내가 벗어놓은 겉옷 위에 눕거나 가까운 벤치가 있으면 거기라도 올라가 눕는다. 그중에서도 태비 녀석은 근처에 빈 바구니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그 안에 쏙 들어가 앉는다. 나는 내가 원하는 문양으로 꽃바구니를 엮어 사용하는데, 이 꽃바구니를 들고 정원에 나가 잠깐 땅에 내려놓을라치면 그 순간 바구니는 태비 녀석 차지가 된다.
--- p.131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는 관찰 습관은 세상을 보는 눈이 된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가 발견한 가장 가치 있는 일 중 하나는 면밀한 관찰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매사가 그렇듯 이 습관 역시 많이 해볼수록 점점 쉬워지고 결국에는 거의 의식하지 않고도 비판적인 관찰이 가능할 만큼 체화된다. 이렇게 익힌 습관은 정원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 톡톡히 제 몫을 한다. 예컨대 화훼전시장이나 수목원에 금시초문인 식물이 등장하더라도 그 식물의 장점을 판단하고 같은 종류의 익숙한 식물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왜 좋은지, 어떻게 다른지 즉시 파악할 수 있다.
관찰 의지와 능력은 시력이 예리하냐 아니냐에 좌우되지 않는다. 이 점은 나 자신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다. 나는 시력도 나쁘거니와 눈이 불편한 사람이다. 극심한 고도근시가 계속 진행되고 초점거리는 2인치가 될까 말까 한다. 그러나 부실한 시력이나마 최대한 활용하려고 애쓰고 멀리까지 잘 보이는 시력 좋은 사람이 놓친 것을 오히려 내가 관찰할 때도 많다.
일종의 보상이라고 해야 할까, 대신 나는 청력이 아주 예리하다. 풀밭이나 히스 덤불 혹은 나무 아래 낙엽 더미에서 조그맣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뱀인지 도마뱀인지 쥐인지 새인지 알아맞힐 정도다. 날갯짓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는 새가 여러 종이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로 가까이에 무슨 나무가 서 있는지 거의 매번 맞힐 수 있다. 같은 나무라고 해도 나뭇잎 질감이 더 단단해지고 마르기 때문에 봄철 소리와 가을철 소리가 한참 다르다.
--- p.148~149

꽃과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
이제 여러분 차례다. 무엇이든 원하는 꽃을 하나 골라 구석구석 뜯어보고 요리조리 뒤집어보고 냄새를 맡고 촉감을 느껴보면서 꽃에 담긴 작은 비밀을 낱낱이 찾아보자. 꽃은 물론이고 잎과 봉오리와 줄기도 빼놓지 말도록. 분명 놀라운 것을 아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식물과 친해지자. 평생 동안 여러분에게 아주 좋은 친구가 되어줄 테니.
--- p.16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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