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어와 문어
언어를 표현하는 수단에는 말과 글이 있다. 읽기는 글로 표현된 언어와 관련된다. 언어를 분류하는 다른 기준으로 청자(독자)의 입장인가, 화자(저자)의 입장인가에 따라서 이해 언어와 표현 언어로 나눌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읽기는 이해 언어에 속한다. 즉 읽기란 글로 표현된 언어를 이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히 한 마디로 읽기가 무엇인가를 정리할 수 없는 것은 읽기가 글을 대상으로 한 인간의 이해 행위라는 데 있다. 인간의 이해 행위는 뇌 속에서 처리되는 과정을 빼놓을 수 없는데, 뇌 속에서 처리되는 과정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읽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수많은 대답이 있게 된다.

2) 읽기의 개념
(1) 사고와 언어의 상호작용
읽기의 개념에 대한 논의들을 살펴보면 읽기 교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대개 읽기는 의사소통의 부분이며 심리학적으로 독자의 재구성 과정을 거친다. 여기로부터 읽기 특성과 의미 범주가 갈라져 나온다. 논의 시기와 접근의 방향에 따라 읽기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확인된다.
학자에 따라 전개된 논의를 보자. 김제열 (2007: 172)에서 읽기는 ‘의사소통의 한 부분으로서 문어 텍스트의 작자는 어떠한 의사소통적인 의도를 가정하고 있으며, 독자는 문어 텍스트를 이해하고 이에 반응하는 것’으로 의미 이해 단계와 행동 반응까지 포함하고 있다. 최정순(1999: 51) 에서는 읽기를 ‘시각을 통한 문자 해독만이 아닌 저자와 독자와의 만남’이며 ‘저자가 문자의 배열을 통해 제시한 의미를 독자가 재구성하는 심리학적 과정이자, 기록된 기호에 의해 유발되는 사고’로 정의한다. ‘소리내기, 훑어보기, 대충보기, 해독하기, 이해하기 등의 다양한 의미 범주를 지니는 것’으로 파악한다. 권미정(1999: 14) 에서는 ‘학습자가 여러 가지 텍스트를 통하여 알아내고자 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과정’으로 보고 읽기의 구성 요소로 학생, 자료, 목표 또는 평가에 따른 준거 과제, 안내 과제를 들고 읽기는 이 요소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는 논의를 제시한다. 김미옥(1992)에서는 Goodman(1967)의 관점과 Gephart(1970)의 관점을 통해 읽기는 사고와 언어의 상호작용인 언어 심리학적인 과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2) 정보 처리 과정
읽기는 주체(독자)와 대상(텍스트)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 읽기에 대한 정의가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읽기는 ‘글쓴이의 의도된 의미를 재구성하는 해독(decoding) 과정’으로 보는 상향적 읽기의 관점이 있는 반면 ‘연극에서 관객의 역할이 있어야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처럼, 텍스트는 글과 독자가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새롭게 구성할 때 완성될 수 있다’고 독자의 역할을 중시하는 관점(Omaggio(1986))도 있다.
Goodman(1975)을 비롯한 인지 심리 언어학적 관점의 읽기에서는 ‘독자를 자신의 과거 경험과 언어 지식을 결부시킴으로써 예측하고 확신하는 능동적인 정보 처리자’로 인식하는 하향적 읽기의 관점을 취한다. 상호작용적 관점에서 읽기는 ‘텍스트의 언어학적 정보와 독자의 인지가 동시에 영향을 준다’고 본다. 의미를 구축하는 상호적 과정에서 특히 독자의 변인을 중시했다.
이와 같이 읽기 정의가 변화되는 과정을 보면 읽기에서 텍스트와 독자 중 한쪽에 치우침 없이, 텍스트의 구조나 스키마, 양자의 상호 작용 등을 고려하여 인접 학문(교육학이나 인지 심리학 등)과의 연계성을 토대로 연구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읽기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면, 읽기는 ‘글에 제시되어 있는 정보와 독자 자신의 배경 지식을 결합하여 글 전체의 의미를 구성하는, 의미 있는 정보를 얻고 처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문자에 나타나 있지 않은 정보를 배경 지식으로 추론해 내는 이해 행위까지 포함되어야 읽기의 개념이 명확해진다.

(3) 읽기 교육의 특성
읽기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① 읽기는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 활동이다. 말하기와 쓰기를 표현 영역으로 읽기와 듣기를 이해 영역으로 이분하여 읽기를 수동적이고 수용적인 활동으로 인식하여 왔지만 이제는 독자가 텍스트 해석의 선택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능동적 활동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앞에서 살펴본 언어학과 심리학 등 제2언어 습득과 관련된 연구들의 변천에 따른 변화로 보여진다.
② 읽기는 목적에 따라 선별적으로 텍스트를 선택한다. 말하기, 듣기와 같은 구어 활동에서는 그 내용을 선별하는 것이 제한적인 반면, 읽기는 누가, 언제, 어디에서, 왜 읽는지에 따라서 독자 자신에서 합당한 텍스트를 선택할 여지가 많이 주어진다고 할 수 있다.
③ 선택된 텍스트를 동일하지 않은 방법으로 해석한다. 읽기의 목적과 텍스트 유형에 따라서 다른 읽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읽기 수업 진행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읽기 방식을 선택하여 지도하도록 다양화되어야 한다.
④ 읽기에서는 독자도 텍스트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낼 수 있다. 독자는 인쇄된 지면의 정보뿐 아니라 스키마를 활용한 텍스트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내용을 새롭게 해석하게 된다. 독자는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여 역동적인 읽기를 하며, 이로 인해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의미도 창출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는 독자에 따라 융통성이 있을 수 있다.
⑤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어떤 상황에서 쓴 것인가에 따라 해석에 달리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는 모국어 읽기와 외국어 읽기 방법의 차이를 연구한 논의들에 근거해 볼 때, 대상으로 한 독자가 모국어 화자인지, 외국어 화자인지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중에서 다섯 번째 특성은 텍스트와 관련된 것이다. 그 외의 네 가지 특성(①~④)은 사실은 첫 번째 특성으로 묶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②~④의 특성은 첫 번째 특성에서 파생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모국어 습득 과정 읽기는 글자와 소리의 관계를 알고 간단한 단어나 표현 등 문자로 표기된 것을 소리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외국어 습득 과정에서 읽기는 문자를 소리로 발음하는 것을 포함해서, 궁극적으로는 목표 언어로 표현된 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텍스트 이해를 위해 언어학적 의미뿐 아니라 배경 지식이나 사회 문화적 의미까지 알아야 이해가 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언어학적 의미와 사회 문화적인 의미의 결합이 중요하게 인식된다.
이러한 모국어 읽기와 외국어 읽기 교육의 차이점을 보완하기 위해 텍스트 수정(텍스트 상세화, 텍스트 단순화)이 읽기 이해에 미치는 영향과 필요성, 방법, 주의사항에 대한 논의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모국어 읽기와 외국어 읽기의 차이점도 중요하지만 모국어 읽기 교육 연구가 외국어 읽기 교육의 토대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모국어 읽기 교육 연구를 밑바탕으로 외국어 읽기 교육을 더욱 발전시킬 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한국어읽기교육에서 ‘읽기’는 쓰기와 같이 문어(文語)이고 듣기와 같이 하면 이해(理解) 쪽에 든다. ‘이해’는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이다. 머릿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다. 이러한 외부로부터 유입된 자료 처리 과정이 읽기의 주요 부분이 된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부분을 다루는 읽기는 교육에서 힘든 영역에 속한다. <br/>이 책은 한국어 수업에서 중요 영역 중 하나인 ‘읽기’를 통하여 한국어교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전문성을 배양하도록 기획하였다. 대개는 이론적인 이야기들이지만 현장의 이야기를 섞어 논의하여 한국어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고자 하였다. 한국어 교사 양성과정 이수자와 한국어교육 전공자들을 위한 강좌에서 사용하기 편하도록 7개 이야기, 14개의 장으로 구성하였다. 각 장에는 ‘학습목표‘와 ‘미리 볼까요(사전 학습)’, ‘QUIZ’, ‘정리해 봅시다(마무리 학습)’를 두었다. 각 장에 들어 있는 모든 ‘QUIZ’와 ‘미리 볼까요’에 별도의 해설을 두었다. 독학하거나 함께 공부하기 쉬웠으면 한다<br/><br/>2003년부터 2005년까지 코이카(KOICA) 한국어교육 단원으로 베트남에서 활동한 이후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국어학 전공자 틈바구니에서 문학교육 전공자이면서 해외 한국어교육 경력자인 나는 항상 특별했다. ‘매체 활용 한국어교육’이 『언어와 문화』에 실리면서 내가 한국어 교사만이 아니라 연구자가 될 수 있구나 싶었다. <br/>여전히 부족하다. ‘어휘’와 ‘이해’에 대한 약간의 공부와 현장 경험을 토대로 쓴 이 책은 빠진 부분이 많다. 빈 곳을 채우기 위해 매진할 일이다. 처음 원고는 2016년 한울원격평생교육원 강의안이다. 이때 나의 소울 메이트 이무조 선생님과 함께 고민하고 집필했다. 지금 모습이 100% 바뀌었지만 기초 작업을 같이 했으니 이 책의 절반은 여전히 이무조 선생님의 것이기도 하다. <br/>2000년 이후 한국어교육은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한국어 학습자가 급격히 늘었고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대학마다 한국어 교실이 개설되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한국인이 한국어를 읽게 된 것이 한국 전쟁 이후이니 겨우 60년 안팎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읽기교육론』을 내는 대담함은 그야말로 반성의 의미가 크다. <br/>첫째는 보편적인 언어 교수에서 한국어 교수법의 발달을 꾀하자는 반성. 둘째는 전자 매체 시대 읽기와 쓰기 변화 속에서 읽기와 독서의 특성을 제대로 규명하자는 반성이다. 두 가지 반성이 곧바로 나를 향해 있다. <br/>그런 점에서 이 책을 쓰면서 접한 『읽기교육과 현장조사연구』는 내게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이론과 실제의 결합. 말하자면 현장에서 가르치는 자가 현장의 이야기를 교육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다. 진리는 서쪽 하늘 끝에 걸려 있지 않고 엎드려 관찰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