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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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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84쪽 | 127*190*15mm
ISBN13 9791189176228
ISBN10 118917622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버지가 언제쯤 집에 들를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아버지에게 책값을 타낸다고 한들, 무더위를 뚫고 십 리 길을 걸어왔다가 걸어가야만 하는 일이 또 남게 된다. 가슴이 답답하게 죄어왔다. 하릴없이 책보를 챙겨 들고 아이들 꽁무니에 붙어 교실을 나서려는데, 선생님께서 불러 세웠다. 광선아, 편지 왔다. 봉투에 혜영이 이름이 씌어 있었다. (중략) 나는 책보를 풀고 편지를 국어책 갈피에 끼운 다음 천천히 다시 묶었다. (중략) 소향리에 버리고 온 책보에 2학기 새 교과서가 들어 있었다면, 홀가분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칠 수 있었을까. 책보가 거기에 남았으니, 소향리 아이들이 쫓아오다 그만둔 것 아니겠는가. 언젠가는 그걸 찾으러 제 발로 걸어오리라는 믿음이, 그 아이들의 게으름을 부추긴 것 아니겠는가. 나로서야, 다 배워버린 헌책뿐인 책보를 포기한다 하여 무엇이 아쉽겠는가. (중략) 엄마와 혜영이 엄마의 문제와 상관없이, 혜영이의 안부를 묻지 못한 일도 후회스러웠다. 전후 사정이야 어떠하던, 어릴 적 단짝이었던 혜영이가, 대처에서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지 빈말로라도 물어봤어야 했다. 며칠 전에는 웬일로 혜영이가 편지를 보내왔는데, 펴보지도 못했다는 말까지 마저 했어야 옳았다. (중략) 나는 열흘도 더 지난 다음에야 방 서방 손에 들려 되돌아온 책보를, 펼쳐도 안 보고 고스란히 윗방 선반 위에 던져버렸다. (중략) 단정하고 예쁜 혜영이 글씨가 가지런하게 줄을 지어 달려들었다. 광선아 보아라. 비밀이지만, 친구니까 알려준다. 너희 아빠더러 절대로 우리 작은아버지인 홍식이 아버지 꾐에 넘어가지 말라고 하여라.
--- 「여름 하늘」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지금, 이 시간 속에서 소중했던 과거의 흔적과 우연히 마주칠 때,
우리가 지나치게 몸을 흔들어대는 것은
지난 과거에 대한 후회에서 밀려오는 미련 때문이다.
이 흔적은 작은 흉터에 불과해 보이지만,
피부 속에 덮여 있는 혈관과 닮아 있다.
그래서 당신은 붙잡을 수 없는 예전의 흔적을
꿈과 환상을 동원해 메우고 만지고 채운다.
- 문종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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