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도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약 546억 달러 규모의 수입이 있었고, 이 중 262억 달러가 부품 소재 부문이다. 같은 해 대일 무역적자는 249억 달러이고 이 중 부품 소재 수입으로 인한 적자는 113억 달러를 차지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부품 소재 수입의 대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규제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반도체 기업들은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TV 핵심 부품을 생산에 관련된 1,000여 개 중소기업도 포함된다. 일본의 규제가 강화되고 장기화 되는 경우 부품 소재가 중단되거나 대체 수입처를 찾아야 하는 등 리스크가 증가하고, 생산 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 기업들의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 p.45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강화조치’가 사실상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양국 간 무역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출 우대 조치를 받을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과 관련된 많은 기업들의 부품 수급 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적으로 유지된다면 한국은 일본 정부의 ‘수출강화조치’가 실제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 규제로 판단하고 WTO에 제소를 고려할 수 있다. 이렇게 WTO에 가입한 회원국은 WTO의 규정에 따라 무역 질서를 지키고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 서로 협의를 통해 해결하기도 하지만 분쟁 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되면 결국 WTO의 분쟁해결기구에 제소를 결정하게 된다. 그 후, 분쟁해결기구의 판정에 따라 피해국은 자국의 산업 피해에 대해 상대국의 수출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합리적 수준의 보복조치도 시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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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분쟁이 2015년 5월 21일 WTO의 분쟁해결기구에서 절차가 시작되었다. 이 분쟁은 ‘Korea-Import Bans, and Testing and Certification Requirements for Radionuclides’이라는 제목으로 패널리포트와 상소기구 리포트가 작성되었다. 분쟁의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정확한 대상 품목이 나타나 있지 않다. 후쿠시마 인근의 8개 현의 수산물도 아니고, 일본산 수산물도 아닌, 그저 ‘한국의 수입 금지 그리고 테스트와 방사능에 대한 검사서 요구에 대한 분쟁’이다. WTO 사이트에서 수많은 분쟁들은 특정하기 어려운 부분의 경우를 제외하고 각 분쟁의 대상이 되는 품목이나 조치들이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분명히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높은 일본의 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했고, 그것에 대해 일본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WTO에 제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타이틀에는 ‘일본산 수산물’이라는 대상 품목이 제외되어 있다. WTO의 분쟁 사이트에서도 ‘import bans on certain food products(특정 식품에 대한 수입금지)’라고 되어 있다. 짐작하건데, 일본은 WTO DSB에 제소하는 순간에도 자국 수산물이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수입 금지 조치를 당했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강한 부담감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 p.176
2019년 7월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 관련 발표가 있었지만, 사실 그 이전에 이미 한 차례 일본은 한국으로 수출하는 부품 소재의 허가를 승인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2018년 11월경 일본은 한국으로 수출되는 ‘불산’의 수출을 3일간 중단했고, 한국의 반도체 산업 관련 기업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이때 일본의 공식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고, 다만 표면적인 이유는 서류 미비였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수출 규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점검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19년 3월 일본의 미래전략기구인 과학기술진흥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경제산업성 관료 등 170명을 동원하여 일본의 소재 부품의 기술력과 국제 경쟁력을 전수 조사했고, 포토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가 그 대상 중 하나였다. 이것은 일본이 이미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피해를 노리고 수출 규제를 강행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p.219
맥주와 기타 소비재의 수입이 줄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의류 부문이다. 일본 제품 중 대표적인 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카드 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59억 4,000만 원에서 7월 넷째 주 기준 17억 7,000만 원으로 70%가 감소했다. 오프라인 매출은 7월 한 달 동안 전년 대비 20% 정도 떨어졌고 카드 결제는 6월에 비하여 50% 줄었다. 게다가 지난 8월 초에는 종로 3가에 위치한 유니클로 오프라인 매장이 폐점했다. 2009년 10월에 오픈한 이래로 브랜드를 상징하는 매장으로 지난 10년 동안 자리를 지켰지만 결국 폐점 절차를 밟았다. 유니클로의 주장은 단지 계약 만료에 의한 폐점이라고 주장했지만, 불매운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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