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옆 동네 체스키크룸로프의 골목을 몽골 아르항가이 한복판에 가져다놓은 조그마한 나라. 나는 실은 그 나라에서 왔다. 나는 구름을 재배하는 농사꾼이었다. 식후 30분마다 불멸이 지나갔고, 새벽마다 잠깐씩 모두가 죽었다. 늦은 오전엔 잠깐씩 부활해서 하루를 살았다. 내일이라는 말 대신에 후생이라는 말을 썼다. 정유희와 권신아는 그 나라에서 사귄 나의 친구들이다. 그들은 보이는 대로 적고 보이는 것을 그리는 리얼리스트 낙서쟁이였다. 우리는 소풍처럼 여기에 왔고 원하던 고통과 결핍을 충분히 맛보았다. 이제 그 나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두 사람이 그 나라의 비밀들을 몽땅 누설하고 말았으니. 실은 이 책은 책이 아니다. 우리가 살던 나라의 패스포트다. 당신의 손에 이 책이 들려 있는 순간, 당신은 우리와 나란히 벤치에 앉아 그 나라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게 될 거다.
김소연 (시인)
오래전에, 10년 전쯤에, 두 사람을 함께 만난 적이 있다. 보자마자 두 사람이 ‘콤비(Combi)’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콤비(사전을 찾아보니 ‘단짝’으로 순화하라는데, 영 느낌이 살지 않는다)’라는 말을 잘 쓰지 않지만, 두 사람을 설명하는 데 콤비라는 말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없을 것 같다. 두 사람의 글과 그림은 지하세계 비밀공작단의 메시지처럼 암호로 가득한데, 암호를 해독하려고 페이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함께 서서 슬그머니 웃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듯하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가끔은 짓궂고 때때로 신비롭고 자주 하늘을 보게 만드는, 잘 어울리는 콤비의 작품이다.
김중혁 (소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처 부치지 못한 수줍고도 당돌한 연애편지를 훔쳐보는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 정유희가 그려내는 영롱하고 알싸한 향연 사이로 사랑이 뭔지 알고 싶어서 환장하는 소녀와, 돌아버릴 것만 같은 사랑의 실체를 가슴 시리도록 체득한 한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애틋하고 간절한 그 마음을 혼자서 나지막이 삭일 때, 그 터질 듯한 심장이 이토록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환생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더불어 권신아의 아련하고 로맨틱한 삽화들은 우리가 끝내 이루지 못한 그 꿈같은 사랑의 모습을 재현하며 우리를 위로한다. ‘언제쯤 말 안 해도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까.’ 계속 귓가에 맴도는 그녀의 말처럼, 왜 사랑하는데 이토록 안타깝고 슬픈 것일까.
임경선 (칼럼니스트)
‘There’s….’ 그녀의 글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우리의 감성과 시신경을 관찰한 후 다시 거울에 비춰준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 그녀가 우리의 사랑, 혼돈스런 삶의 현실을 대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리얼하게 연기하는 연기자처럼. 그래서 그녀의 목소리와 우리 내면의 목소리가 하나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것이 진정한 글쟁이의 역할이다.
이상은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