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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484쪽 | 538g | 140*205*26mm
ISBN13 9788950983208
ISBN10 895098320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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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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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은 세 가지였다.
72시간 안에 이름 하나를 말해야 한다.
거절하면, 제안은 사라질 것이다. 영원히.
받아들이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선택을 번복할 수도 없다.
그녀는 이 낯선 남자를 바라보았다. 전에도 만난 적 없고,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시는 만날 일 없는 이 남자를. 그녀에게 빚을 지고 말았다는, 이 강하고 위험한 남자를.
오로지 단 한 번의 거래, 평생 한 번뿐일 제안이었다.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을지도 모르는 거래.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 거의 확실한 거래.
악마와의 거래였다.
--- p.11

“승진은 아주 중대한 단계야. 잘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건 동료에 대한 믿음이고, 그 믿음이 틀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이지. 내 말은, 자네가 승진을 간절히 원해야 한다는 거야.”
“간절히 원합니다. 그 어떤 것보다 더요. 전 학과와 학생들에게 기여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희생할 수 있어야 해.”
“전적으로 이해합니다.”
“훌륭해.” 그가 웃으며 몸을 더 가까이 기울였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였어.”
--- p.50

“감사하게 될 거라고요? 도대체 뭐에 감사하게 된다는 거죠? 이미 작년에 했어야 할 승진에서 또다시 저를 탈락시킨 거요? 제 경력 발전을 막은 거요? 제가 지금껏 해온 일을 인정하지 않은 거요?”
“자네가 승진을 간절히 원한다는 거,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넨 학과에 대한 헌신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이미 어린애를 둘이나 뒀는데, 전임 강사가 되자마자 더 낳겠다고 사라져버리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나? 자네가 동료들을 내팽개치고 출산 휴가를 만끽하러 간다면, 우린 또 1년 동안 자넬 보지 못하게 되겠지.” 그가 세라에게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내가 자넬 1년이나 못 보게 된다는 거야.”
--- p.72

“난 당신에게 빚을 졌습니다. 모든 선행은 보상받아야 마땅해요. 또, 보상은 선행에 필적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아주 특별한, 어디에도 없는 선물을 주려 합니다.” 볼코프가 시가를 깊이 빨아들였고, 연기가 콧구멍으로 돌돌 말려 나왔다. “내 고향, 러시아에서 나는 발셰브니크라고도 불렸어요.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죄송하지만 제 러시아어는 기초 수준이어서요.”
“‘마술사’라는 뜻입니다. 난 돈이든, 증거든, 문제든, 뭔가를 사라지게 할 수 있거든.” 볼코프가 말을 잠시 멈췄고, 검은 눈으로 세라를 뚫어지게 보았다. “가끔은 사람도.”
--- p.134

“저는…… 저는 알려드릴 이름이 없어요. 아무도 없습니다.”
“말도 안 돼. 누구나 벌을 내리고 싶은 사람이 한 명쯤은 있게 마련입니다. 이 세상에서 그저 아주 조금의 정의라도 더 맛보길 원하는 거죠.”
“전 예외인가 보네요.”
“볼코프는 세라를 조금 더 오랫동안 찬찬히 살폈다.
“확실합니까?”
--- p.138

볼코프가 제안을 하자마자, 말이 그의 입술을 떠난 바로 그 순간 세라에게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으니까. 너무도 강렬해서, 그 외에 다른 생각은 떠내려 보냈던 단 하나의 생각. 그 생각이 세라를 찾아오기까지는 몇 분도, 아니,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름과 성. 두 단어. 다섯 음절.
당연히, 세라는 볼코프에게 알려줄 이름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이런 경우 말하고 싶은 이름이 하나쯤은 있다. 그렇지 않은가?
--- p.150

사라지다라는 말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온갖 것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멀리 보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는 뜻인가? 협박을 해서 현재의 삶에서 도망치도록, 또는 결과를 감수하도록 하는 건가? 돈으로 매수해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새 삶을 살게 하는 건가?
어느 것도 그럴듯해 보이지 않았다. 가장 명백한 하나의 답만큼 있음직하지 않았다. 명백한 하나의 답, 사람이 증발한다는 것. 영원히…….
--- p.190

인생에는 단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단다, 세라.
달아나서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고
절차를, 제도의 힘을 믿을 수도 있다.
아니면 맞서 싸울 수도 있어.
세라는 맞서 싸우는 쪽을 택했다. 설령 그것이 상대와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비열하게 싸우는 것을 의미할지라도. 러브록은 그 정도 수준이었으니까. 그리고 때로는, 아주 가끔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도 사실일지 모른다.
--- p.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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