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내 배에서 침을 뽑기 시작할 즈음,
매형은 석고상처럼 앉아 있는 그 사내를 법당방으로 불렀다.
그런데 차 몇 모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얍! 내려서고!’ 하는 매형의 기합소리가 쨍 하니 울려 퍼졌다. 곧 이어 새가 날개짓을 하는 것과 같은 이상한 소리가 푸드득 푸드득 하고 들려왔다.
모두들 놀라서 그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정말 충격적인 장면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남자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 합장한 손을 아래위로 격렬하게 흔들어대고 있었다.
“따이! 흔들고! …… 더 쎄게 흔들고! …… 쎄게 흔들어라!”
매형의 우렁찬 기합에 따라 그의 손은 가슴팍에 부딪힌 후 하늘을 찌르는 식으로 더욱 크게 흔들렸으며, 몸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의 눈이 감겨진 것으로 보아 제 정신으로 그렇게 흔드는 것은 아닌 것 같았으며,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그렇게까지 흔들어질 것 같지도 않았다.
반짝 생각이 떠올랐다. ‘이것이 바로 대 내리는 것이로구나.’ 그렇지만 눈 앞에서 이렇게 기괴한 광경이 벌어지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법당방으로 들어간 잠깐 동안의 정적 사이에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어떻게 제 정신을 잃어버리고 저런 이상한 동작을 할 수 있는지, 어쩌면 저렇게까지 격렬하게 손을 흔들어댈 수 있는지 …. 정말 기묘한 일이었다. 우리들이 보고 있으면 저런 일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었지만 그런 건 전혀 상관이 없는 듯했다.
어느 정도 단계를 넘어섰는지 그의 숨은 거칠어졌고, 손의 동작이 조금씩 느려지면서 진동폭이 커졌다.
매형은 그의 옆에 선 채 손을 옆으로 밀어내는 시늉을 하였다.
“손 풀고오 ….”
그는 매형의 지시대로 합장한 손을 떼어 양쪽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여전히 자기 의식은 아닌 것 같았으며, 눈을 감은 채 고개를 힘없이 조금 삐딱하게 떨구고 있었다.
매형은 그에게 심문을 하듯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다.
“누구십니까? …… 누구십니까, …… 말씀을 하이소, 누구십니까?”
그는 입을 조금 헤 벌리고 있었으며, 입을 떼는 게 쉬울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퍼뜩 말씀을 하이소. 누구십니까? …… 할뱁니까, 할맵니까?”
“하알배.”
그의 목구멍에서 새는 듯한 성긴 목소리가 나직하게 흘러나왔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분명 의식을 놓은 사람처럼 보였는데 그의 입에서 대답이 나온 것이다.
“몇 댑니까? 몇 대 할뱁니까?”
“× 대.”
그의 목소리가 여전히 나직하였다.
그러자 매형이 장난스럽게 이야기하였다.
“이 놈의 영감탱이가 죽도 못 먹고 살았나, 어째 대답이 시원찮노. 할배요, 저는 귀가 나빠서 모기소리를 하면 못 알아 먹거던요. 그러니까 좀 또록또록하게 이야기 해주이소. 몇 댑니까, 말씀을 해보이소.”
“× 대.”
그의 목소리가 한결 또렷해졌다. 매형은 장난기 섞인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할배에게 확인을 해보는 듯 고개를 끄덕여댔다.
무척 충격스런 장면이었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 귀신과 대화를 나누려는 것이다. 이 대내림이라는 방법을 통해 귀신과의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영감탱이란 단어를 사용해도 괜찮은가? 그가 화를 내거나 보복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그러나 상황으로 보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귀신이 그렇게 무서워해야 하고 피해야만 하는 존재는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점점 진한 흥미가 일었다.
누나는 나직한 목소리로 서대신동 장군이라고 일러주었다.
우리는 좁은 법당문으로 고개를 들이 밀고 구경을 계속하였다.
매형은 계속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해댔다. 내막을 알 수는 없었지만 ‘왜 사람을 괴롭히느냐’, ‘누가 오라고 했느냐’, ‘또 아이들을 찝쩍거리겠느냐’ 는 등의 이야기였다. 그는 법정에 선 죄인처럼 움츠러들어 띠엄띠엄 답을 해댔으며, 제법 오랜 동안 그런 심문이 계속되었다.
마지막에 매형은 위로 올라가겠느냐고 물었다. 대답이 없자 공부나 좀 더 해 가지고 오라고 거의 윽박지르듯이 타이르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자, 일어서고!”
매형의 명령에 따라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부처님한테 절 올리고!”
그는 합장을 하고 탱화를 향하여 고개를 끄덕여 삼배를 올렸다.
“자, 밖으로 나가고!”
그는 실눈을 뜬 채로 몸을 돌려 더듬더듬 방문과 툇돌을 넘어서 밖으로 나섰다.
“자, 할배요. 이렇게 오자마자 올려 보내서 죄송합니다만 섭섭하게는 생각지 마이소. 공부를 더 해 가지고 좋은 도복을 받아 오셔야 상좌도 좋고 할배도 좋고 안 그렇습니까? 자, 올라가입시다.”
매형의 말에 따라 그 남자는 비둘기는 날려 보내듯 합장한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순간 그는 움찔하면서 눈을 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