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4대학에서 연구했고, 문학평론가로 활동중이며 대전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남대학교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론』 『프랑스 시인들 - 비용에서 보들레르까지』 『빅토르 위고 - 시대의 우렁찬 메아리』 등이 있고, 역서로 『프랑스 문학 - 역사와 작품』(공역) 『40명의 프랑스 작가들』 등 20권을 펴냈다.
그녀는 한 가지 후회로 가슴을 태우고 있었다. 지난밤 쥘리앵이 자기 방에 왔을 때 부인은 그의 경솔한 짓을 지나치게 책망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밤에는 오지 않을 것 같아 떨고 있었다. 그녀는 일찍 정원을 떠나 자기 방에 들어갔다. 그러나 조바심을 억제하지 못하고 쥘리앵의 방 앞에 가서 문에 귀를 대고 엿들었다. 불안과 정열에 조바심을 내면서도 들어갈 용기는 없었다. 그러한 행동이 그녀에게는 최후의 타락으로 보였다. 그런 행동은 이 지방에서 추잡한 짓을 가리킬 때의 관용구로 쓰였기 때문이다. 하인들이 모두 잠든 것은 아니었다. 정숙한 레날 부인은 마침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두 시간의 기다림이 고통스러운 이백 년과 같았다. --- p.140
쥘리앵은 자신의 언행을 위선적으로 꾸미려고 해보았지만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어느 순간 싫증을 느꼈으며 완전한 좌절에 빠지기까지 했다. 그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그것도 하찮은 인생 행로에서 실패했던 것이다. 외부에서 조금만 도와줬다면 그는 충분히 용기를 회복할 수 있었으리라.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그다지 대수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망망한 대양 한복판에 버려진 작은 배 한 척처럼 외로웠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성공한다 해도 평생을 이런 형편없는 인간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
쥘리앵 소렐은 베리에르의 목재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마을 신부에게 라틴어를 배우고 퇴역 후 베리에르에 은거중인 늙은 군의관에게 책을 빌려 읽으면서 지식과 야망에 눈뜬다. 쥘리앵은 특히 나폴레옹을 숭배한다. 나폴레옹 시절처럼 군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음으로써 출세하고픈 마음에 군인을 꿈꾸기도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어 비천한 신분을 타고난 사람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은 성직자가 되는 길뿐임을 알고 별로 마음에도 없는 성직자가 되고자 한다. 그는 뛰어난 라틴어 실력을 인정받아 베리에르 시장인 레날 씨 집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고, 레날 부인과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데……